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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빵집 Jul 10. 2020

나쁜 리더쉽은 리더만의 잘못일까?

나쁜 leadership을 강화시키는 나쁜 followership

오랜 조직문화를 가진 회사에 경력직으로 입사를 하게 되면 재미난 관찰포인트들이 있다.  오늘은 그 중 하나를 소개한다. 두 공채출신 임원 이야기.


한 임원이 있다. A라고 하자.

2020년 굴지의 대기업에서 있을 만한 리더쉽인가 싶은 정도의 독재, 막말의 소유자다. 툭하면 이 *끼, 저*끼를 입에 달고 살고, 아래직원앞에서 타부서 임원을 폄하하며 이름으로 부른다. 


"야, 김개똥이가 뭘 알아? 김개똥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이야" (김개똥임원은 그 임원과 동급내지 윗급)

"(어느 아침 휠체어 타신 장애인 여러명이 회사앞에서 시위를 하는 걸 보고) 왜 장애인놈들이 회사앞에서 시위를 하는 거야? 아침부터 재수없게! 아, 재수없어"

"(어디선가 뭔 소리 듣고와서) 야, 어느 *끼가 그렇게 말했어? 어느 *끼야? 어느*끼냐고!!!!"

"내가 낼모레 일정이 생겼다. 낼모레하기로 한 저녁회식 오늘 하자. 다 되지? 오늘로 바꿔"

"(잘못된 일을 발견하면 아주 큰 소리로) 야 이*끼야, 일을 그 따위로 해? 언제부터 그딴 식으로 일하는 회사가 됬냐? 어? 계속 그따위로 일해봐!"

"(다른 임원에게) 나처럼 팀원들 관리좀 하세요. 술도 사주고 그래야지. 그 팀은 회식도 잘 안한다며? 그러면 애들이 불만이 많아져요. 나라고 좋아서 하겠어요? 술 사줘야 애들이 좋아하니까 하는거지"


또 다른 임원이 있다. B라 하자. 

기본적으로 오랜 경험을 통해 업무역량을 가지고 있다. 부서원들을 강압적으로 대하지 않고 한명 한명 배려하는 태도를 보이며, 잘못된 일은 잘 캐치한다. 잘못한 일을 발견하면 불러서 조곤조곤 지적한다. 잔소리가 길어 질때도 있지만, 절대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혼낼 때도 웃는 얼굴이고, 혼내고 나서도 감정을 남겨두지 않는 듯 행동한다. 부서 회식을 자주 하지도 않지만 회식을 해도, 모두의 일정을 확인하여 일찌감치 잡는다.


A같은 리더쉽은 누가봐도 끔찍할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직원들은 A의 말을 더 잘 따른다. 물론 자기들끼리 뒤에서 욕할지는 모르겠지만, 업무적 지시사항은 빠르게 잘 따른다. 그러다보니 A 임원의 실적이 더 좋다. '까라면 까'의 자세로 일을 시키는데도 불구하고, 강압적이고 심지어 모욕적인 언행도 일삼는 A 소속 부서의 업무성과가 더 좋다는 이야기다. B임원도 업무성과가 나쁘진 않으나, A임원은 업무성과를 제때에 딱딱, 아니 심지어 예정보다 빨리 보여주니, 상대적으로 성과는 더 좋게 보인다.


A와 B의 상사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위의 사례들을 다 잊고 A와 B의 상사 입장에서만 생각해보자.


A는 부서원 통솔도 착착 잘하는 것 같고, 성과도 꽤 좋다. 1주일 걸릴거라고 생각했던 일도 3일만에 해내고, 갑자기 외부접대가 생겨도 마다않고 참석한다. 가끔 지나가다 보니 A가 뭐라뭐라 말을 하면, 부서원들이 하하하하 자지러지게 웃는다. 부서가 참 화기애애한것 같다. 밥먹을 때도 늘 팀장들과 함께 하고, 자주 저녁자리도 즐겁게 하는걸 보니 모두들 만족스러운가 보다. 


B는 부서원과의 관계에 문제는 없어 보인다. 제때에 성과도 보인다. 


누군가 A와 B의 상사에게 진실을 알려주기 전에는, 또는 구성원이 적나라하게 상향평가를 하기 전에는 A와 B의 상사는 A를 높게 평가할 것이다. (실제로도 A는 회사의 임원인재풀에 속하여 특별 관리를 받고 있다) 물론, 그런걸 잘 가려내는 것이 리더쉽의 기본이므로, A와 B의 상사도 문제는 있다. 하지만 오늘은 부서원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싶다.


A는 진심으로 부서원들이 자신을 따르고 좋아한다고 믿고 있다. 나는 A가 원래부터 저런 리더였을까 생각해봤다. A는 분명 그런 못되먹은 인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걸 만천하에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었던건 그게 먹혔기 때문이리라. 갑자기 회식하자고 해도 다들 '좋습니다!'라고 하고, 까라면 까라고 밀어붙이니 실적을 만들어오는 경험을 충분히 많이 했다. 살살 말할 때는 잘 안바뀌더니,  세상 사람 다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이야기하면 당사자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도 경각심을 가지고 정신차려 일을 하더라는 자기만의 경험을 충분히 했던 것이다.


B가 회식을 잡을 때는 이런일 저런일로 날짜 잡기도 힘들더니, A의 '오늘 당장 회식!'에는 군말없이 다들 개인 약속들을 취소하고 집합을 한다. (실제 벌어지는걸 봤다. 동일한 멤버들이었다)


내가 봐도 사람들은 A에 대해서는 깍듯하고, B는 만만해 하는것 같다.

걱정스럽다. B 임원이 어느 순간부터 잘못된 각성을 할까봐 말이다. 

'내가 순하게 대해서 애들이 만만하게 여기나? 나도 A처럼 해야하나?'


누군가는 말할지 모른다. 그래도 직원들은 B를 더 좋아한다고. 실제로 A를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그러나, 그게 뭐가 중요한가? 동아리 모임이 아니고 회사다. 성과로, 실적으로 평가받는 대기업이다. 


중간에서 보면, 저렇게 살아야 하는 A의 부서원이 딱하다 싶다가도, 모두들 합심하여 자기 처지를 자기가 스스로 서럽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게 사실이다. A에게 대들고 따지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강화시키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스로 본인을 존중하고 존중받는 슬기로운 직장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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