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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빵집 Sep 25. 2020

답은 밀레니얼들에게 있다

몇 해전 일이다. 

뭔가로 고맙다며 한 친구가 나에게 생소해보이는 영양제 한병을 건냈다.  그 흔한 비타민C도 거의 안챙겨먹는 나로서는 그 친구는 믿지만, 낯선 영양제는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 낌새를 눈치챘는지, 그 친구는 그 영양제가 얼마나 유명한건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얼마나 비싼건지, 자기는 얼마나 챙겨먹어왔는지 등등을 설명했다.

나로서는 참 희안한 경험이었다. 비타민을 한웅쿰씩 챙겨먹었어야 할 나이인 나 자신은 정작 비타민C 하나도 안챙겨먹고 있는데,  밥만 먹어도 힘이 넘칠 밀레니얼 세대인 그 친구의 책상에는 온갖 종류의 비타민이 그득하다는 걸 그제서야 알아챘다.


"D, 어떻게 그 나이부터 이런 영양제를 챙겨먹을 생각을 했어요? 기특하네!"

"네? 저만 그런거 아닌데...제 주위 친구들도 다들 자기 몸은 끔찍하게 위해요 하하하"

"진짜? 자기만 그런거 아니고?"

"아니에요! 저도 친구들이 알려줘서 이거 사먹기 시작한건데 진짜 효과있어요!"


그리고 나서 우리는 그들의 소비생활에 대해서 수다에 가깝게 한참을 이야기 나눴다. 


오늘 우연히 접한 Frito Ray사의 디지털포메이션 전략관련 아티클을 읽다보니 미국도 동일한 트랜드였었다. 치토스로 유명한 Friro Ray은 연 매출이 20조에 달했지만, 사업구조의 특성과 소비자 입맛의 변화로 위기에 놓이게 된다.  

국민과자를 만들어내는 업체지만, B2B 라는 사업구조상 유통업체만 상대로 하기 때문에 정작 그 스낵들을 먹는 고객들의 반응을 직접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핵심상품을 소비하는 핵심사용자인 밀레니얼들이 건강에 관심을 가지면서 기존 제품들보다 건강스낵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입맛이 다양해진 밀레니얼들을 위해 많은 flavor의 상품들을 만들어내야하지만, 기존 방식대로 다품종을 만들어대다가는 재무적 타격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서 Frito Ray는, 기존에 유통업체들로 부터 전화로 주문을 받던 방식을 변경하여 디지털플랫폼을 통해 주문을 받음으로써 이른바 B2B2C 체계를 갖추어 성공적으로 대응했다. 이를 통해 '일하기 편해짐'의 말초적 효과도 당연히 있었겠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효과들이 있었다.

젊은층들이 많은 지역(아마도 대학가 정도이지 않을까)의 상가에서 어떤 제품이 어떤 속도로 팔리는지 알 수 있게 됨

데이터를 활용한 제품소비 예측이 가능해져서 제조효율화를 이루게 되고 수익성 개선효과도 이루게 됨

제품의 진열도 유통업체에 맡기지 않고 자사 직원이 직접 하도록 함. 진열된 모습을 사진찍어 관리자의 확인을 받도록 함으로써 고객들에게는 동일한 진열 경험을 주도록 함.

이러한 노력을 통해 Fristo Ray는 여전히 사랑받는 국민까까 업체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역시 사업의 모든 답은 사용자/고객/시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믿음이 더욱 강화된 아침이다. 지금은 비록 40~50대에 비해 구매력이 턱도 없이 부족한 밀레니얼들이지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건 이들 밀레니얼들이 결국 시장의 중심이 된다는 점이다. (이미 어떤 시장에서는 중심이 된지 오래다)

가성비 만큼이나 가심비가 중요하다. (컵라면으로 한끼니 할지언정,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에그타르트는 먹어야 한다)

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고 건강에 투자한다. (나에게 영양제를 건넨 그 친구의 똑뿌러지는 표현에 의하면, "우리는 몸밖에 믿을게 없거든요!")

개인의 취향에 따른 다양성이 존재한다. (기억난다. 예전 나 대학시절에는 가방 하나가 유행하면 길거리의 절반이상이 죄다 그 가방을 들고 다녔고, 그래도 이상하지 않았다...지금 생각하면 흑...)


답은 밀레니얼들에게 있다. 

충고만 할게 아니라, 그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변화를 받아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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