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교수로 있는 대학에 74세 최고령 입학자가 감정코칭 강사로 데뷔해 후배(?)들을 위한 강의 때 한 말이다. 오늘날 과학에서 제시하는 감정 기제를 너무나 잘 표현한 말이라서, 지금도 뇌리에 생생히 남아 있다.
우리는 평소 ‘감정’이란 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저 사람 참 감정적이야.”, “감정에 휩쓸리면 안돼.”라고 흔히들 얘기하는 말속에 감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무의식적으로 자리하고 있지는 않을까.
‘감정(感情, Emotion)’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 ‘외부 자극에 대한 단기적, 인지적 반응’ 그리고 ‘밖으로 향하는 움직임’ 등 학문적 접근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되어 왔다.
감정에 관해 알아야 할 기본적인 사실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생명작용이며, 감정 기제는 동물의 진화 과정에서 출현한 것이라는 점이다.
‘움직임(motion)’은 동물(動物, 움직이는 것)과 식물(植物, 심겨 있는 것)을 구분 짓는 대표적인 차이이며, 생물종의 진화적 측면에서 움직임의 다양성과 복잡성, 행동 예측의 생존 차원에서 생겨난 것이다.
즉, ‘감정(e+motion)’은 ‘움직임(motion)’이 내재화되지 않고 밖으로 나가는 형태이다.
그래서 움직임과 감정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몸 상태가 좋으면 외부의 자극에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지만, 피로하거나 지쳤을 때는 사소한 자극에도 감정이 쉽게 일어나는 이유이다.
결국 신체 균형의 깨어짐이 감정의 일차적 변화를 만든다. 당연히 그 반대로도 상호 영향을 미치지만, 생명중추 기제가 뇌의 가장 안쪽에 자리한 만큼 더 상위에 있는 감정과 인지사고에 미치는 신체의 영향도가 훨씬 크다.
즉, 우리가 인지해야 하는 명확한 사실은 감정이 신체 보다 먼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감정 기제 중에서도 공포는 생존의 위협과 직결됨에 따라, 뇌를 가진 척추동물에는 공포반응과 부정적 기억을 중심으로 하는 ’편도(amygdala)’라는 영역이 별도로 존재한다.
만약 편도를 제거한 쥐가 있다면, 고양이를 어떻게 대할까? 실제 실험한 연구가 있다.
편도를 제거한 쥐를 고양이와 같이 두면, 쥐는 더 이상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고 다가간다. 기존 공포기억이 존재하지 않으니, 두려움 보다 호기심이 작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기업 연수나 교육계 특강에 가면 “감정을 어떻게 하면 조절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듣는다. 이제는 질문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나는 감정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라고.
감정관리의 시작은 감정이 아닌 몸에서 출발해야 한다.
자신의 몸을 낯선 타인처럼 대하는 것이 아닌 몸과의 대화가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내 몸의 감각이 회복되고, 그러한 감각을 알아차리는 두뇌 인지기능이 확장되면 비로소 감정은 억제가 아닌 조절의 대상이며, ’감정은 내가 아니라 내 것이다‘라는 원리가 체득화 된다.
또하나, 알아야 할 것은 신체, 정서, 인지 발달의 단계이다. 인간은 태어난 이후 자신의 몸과 소통하는 신체적 발달이 먼저이고, 다음이 몸 바깥의 대상과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정서적 발달 단계가 다음이다. 마지막이 뇌의 가장 바깥쪽에 해당하는 인지 학습의 발달이다.
즉, 성인의 뇌가 되면 뇌의 균형상태가 인지적 사고체계에 영향을 미친다.
생활 속에서 맞닥뜨리는 직무스트레스, 집중 지속도, 업무 몰입도 등도 결국 개개인의 뇌 상태를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의 문제이다. 결국 인간의 뇌 구조상 감정기제는 상위에 자리한 이성적 사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뇌과학 분야 세계적인 석학인 안토니오 다마지오 교수는 인간 정서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인간의 의사결정은 감성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판단과 의사결정 과정에 정서가 주도적으로 개입되며, 인간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합리적 결정을 하기보다는 정서적 상태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누구나 뇌를 가지고 있지만, 뇌를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21세기는 자기계발의 시대이며, 자기역량강화의 열쇠는 뇌의 올바른 활용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