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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헌 Jerome Mar 11. 2021

사람이 좋았던 사회복지학도가 HCI를 공부하게 된 이유

UXer 제롬의 '일'에 대한 관점

"사회복지학 전공자가 어떻게 UX/HCI까지 흘러오게 된거야?"

현재의 공부하고 있는 Human-Computer Interaction 혹은 User Experience 분야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때 즈음이면 항상 되질문을 받는다. "너는 어쩌다 그런 분야를 알게 된 거야?", "문과생이 공부하기 너무 어렵지 않아?", "혹시 디자인/코딩은 할 줄 아니?".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던 학부 시절에도 늘 다른 친구들과는 다른 사고 방식 때문에 별난 사람 취급을 받곤 했었는데, 그런 취향?을 찾아온 대학원에서도 여전히 나는 같은 신세다. 이 분야에서 다소 생소한 나의 배경을 접한 동료, 친구들은 신기해하며 현재의 나의 커리어가 '엄청난 융합'이라고 부풀려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코딩의 '코'자, 디자인의 '디'자도 모르는 한낮 문과생의 과거를 무시하기도 한다. 이상적인 꿈만 가지고 무턱대고 발을 들이게 된 분야인지라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위축되었었다. 어떨 때는 그런 열등감을 숨기려 더욱 화려하게 자신을 치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대학원을 졸업한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예전 배경과 크게 차이가 없음을 느낀다. 사회복지학, 심리학을 전공하며 길렀던 사회과학적 소양과 방법론 들이 실제 컴퓨터와 사람 간의 상호작용, 그리고 이를 둘러싼 환경을 분석하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UX/HCI 의 분야 자체가 사람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 되어야 하는 분야인 만큼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기초 조사방법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었다. 실제로 대상 중심적인 사고와 도메인 지식 등은 여러 UX리서치를 진행하는 데에 중요한 밑거름이자 무기가 되었다.


이 분야를 연구할수록 점점 더 학문적인 영역에 대한 구분선이 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스스로가 정의내린 나의 '일'은 사람의 문제를 컴퓨터를 이용해 해결해나가는 일이며, 또한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기도 하다. 좀 더 차근히 정리해볼까?


그래서 UX가 뭔데? - 마인드셋으로서의 UX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매력을 느껴 이 분야에 뛰어들게 되었다. 더 정확히 그때는 '디자인씽킹'이라는 방법론에 매료되었다. 2016년, SAP Apphaus 라는 회사의 펠로우십을 통해 창업을 준비했던 경험이 있다. 발로 뛰며 파트타임 노동 시장의 문제를 디자인씽킹 그리고 앱 비즈니스를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하면서 UX의 중요성을 크게 체감했다. 또한 함께 했던 팀원들의 실행력, 어떤 상황에서도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는 멘토 UX전문가의 모습에 반했고, 그 모습을 따라가고 싶었다.


그 때 내가 생각하는 User Experience는 사용자의 '진짜 문제'를 찾는 일이었다. 일상에는 정말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 어떤 문제는 생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고, 그 영향이 너무 적어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혹은 누군가에겐 문제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고, 문제를 탐구할 수록 그 문제의 기저에는 더욱 깊숙하고 심각한 문제가 숨어있을 수도 있다. 사용자를 직접 만나 물어보고, 관찰하며 인사이트를 얻는 일은 근본적이고 파급력이 큰 문제를 발견하고, 적합한 해결방식을 찾는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그 때 내가 배운 마인드셋(Mindset)으로서의 UX였다. 문제에 대한 공감(Empathy)을 통해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재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점차 마인드셋으로의 UX는 하나의 전문성이라기 보다는 이 시대가 제품개발에 있어서 중시하는 철학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회사로 따져봤을 때, 한 사람의 역할이라기 보다는 모두가 지녀야할 자질이고 문화가 될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UX를 중시한다는 거창한 말로 실질적인 노력없이 제품을 치장하는 사례도 볼 수 있었다. 점차 넓어지는 UX의 영역과 넘쳐나는 '가짜 UX'를 보며, 실질적인 능력을 기르고 싶어 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리고 Human-Computer Interaction이라는 분야를 연구하게 되었다. 


디지털 솔루션을 만드는 실질적인 UX와 HCI 기술 

야심찬 꿈을 안고 들어온 대학원이었지만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다. 내가 기대했던 것처럼 같은 UX를 공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에 대한 태도, 각각의 구성원들이 정의하는 UX가 모두 달랐기에 큰 혼란이 생겼고, 나의 '일'에 대한 회의가 생기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내가 생각한 UX가 너무 이상에 가까운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며,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UX는 무엇이며,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반추했다. 


마인드셋으로서의 UX를 넘어, 반복적인 사고를 통해 내가 스스로 정의한 UX는 '(1) 사용자의 잠재적인 목표(가치)를 파악하고, (2) 그 목표를 가장 잘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과 경로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어떤 제품/서비스 던지 사람은 해당 제품/서비스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그것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네비게이션을 예로 들어보면, 사용자는 '서울역까지 가야한다!'는 목표와 '서울역까지 길안내가 필요하다.'는 동기를 가지고 네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을 틀고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사용자의 목표를 파악하는 일은 UX의 첫 단추이고, 이를 파악하기 전엔 제품/서비스의 적합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기존에 없던 카테고리의 서비스/제품이라고 하더라도 분명 사용자의 니즈는 어느 방향으로든 흐르기 마련이다.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디지털 제품이 기존 방식에 비해 시간/비용/노력/재미 등의 측면에서 경쟁력있는 증강 효과를 줄 수 있는지 확인한 후 접근한다면 실제 비즈니스가 가능한 제품/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두 번째 언급한 수단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일은 많은 사람들이 UX리서처 혹은 디자이너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부합한다. 시각적인 UI의 배치 등과 같이 사용 상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일이며, 최근 들어서는 VUI, 챗봇 등의 다양한 범위를 포괄하여 적합한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는 데에 그 목적을 둔다. 이 역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전통적인 Human-Computer Interaction은 해당 부분에서 많이 활약했던 것 같다.


내가 UX의 역할로 규정한 (1) 사용자의 목표를 정의하는 일 (2) 최적의 목표달성을 돕는 수단을 만들어내는 일 모두 기술을 바탕으로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UX/HCI 분야가 달성해야할 중요한 분야이다. 두 가지 순차적인 목표를 가지고 정성, 정량적인 리서치를 계획할 때에, 차별화가 아닌 고유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혁신이란 이미 정의되지 않은 문제와 솔루션을 찾는 일이고, 새로운 문제 정의가 없거나, 정량적인 데이터 만을 가지고 우월성을 판단하는 데에 그친다면 이미 만들어진 제품/서비스의 틀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인간의 인지, 행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제품/서비스를 둘러싼 역동에 대한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UXer의 역할이며, 선행적인 UX리서치를 기반으로 할 때,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


2년 간 끊임없이 의심하고 정의하면서 UX,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UX에 대한 정의는 생겼다. 그리고 역량적인 측면(리서치 스킬, 비즈니스 분석력 등)은 아직까지도 너무나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한편, 필드에서의 UXer의 역할이 탐험적이고 선행적으로 서비스 기회를 발굴하는 역할보다 UI의 최적화의 역할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서비스의 성장 단계별로, 혹은 여러 인터페이스 분야에서 UX리서치와 인터랙션 차원에서의 전문성을 통해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UXer들이 활약할 수 있으면 좋겠다.



UXer 로서 앞으로의 지향점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해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를 고민하다 UX를 공부하게 되었고,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제품/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이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시급한 과제는 UX전문가로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는 것이다. 앞서 UX의 정의와 역할에 대해서 거창하게 언급했지만 결국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판단력과 UX리서치 스킬, 그리고 사람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 이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몇 년간은 이러한 역량을 기르는 데에 집중할 것 같다. 나와 핏이 잘 맞는 회사와 조직을 찾아 실제로 정성적, 정량적인 리서치를 통해서 편향되지 않는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경험과 서비스, 인터페이스 구현과 관련된 여러 Cross Functional한 이해를 통해서 기술 비즈니스에 대한 추진력을 만들어가고 싶다. 또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좀 더 다양한 관점을 포용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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