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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움 Jun 18. 2018

버스안에서

대전에서 서울까지 시내버스로 여행하기

  진정한 여행의 묘미는 목적지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들한다. 힘든만큼 기억에 남는다고. 쓸데없는 일을 좋아한다. 재미있어보이지만, 굳이 나서서 하기엔 망설여지는. 버스 여행도 그래서 하고싶었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버스 창을 지나가는 풍경을 좋아한다.


 여행을 마음먹고 사전 조사에 나섰다. 인터넷을 뒤졌다. 버스여행과 관련된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쪽지를 보냈다. 시내버스 여행과 관련된 블로그를 운영하는 어떤 분은 “예정에도 없던 도시나 마을을 지나면서 만날 일 없던 사람들을 보고 이야기를 듣고, 전혀 몰랐던 마을에서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가 그 동네의 특산품을 먹고, 그 모든 과정을 즐기는 것”을 버스 여행의 매력으로 꼽았다. 다른 분은 “시내버스로만 하는 여행을 통해서 쾌감을 얻고 자신감도 얻는 것 같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해 볼 기회는 많으니까. 여러 번 실패하다가 성공하면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생생한 증언을 들었으나, 겁이 났다. 편리하고 빠른 KTX에 너무 익숙했으니까.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준비해야하는 걸까. 혼돈이 왔다.


루트는 철두철미하게 계획하며, 엇나가거나 실패할 경우의 방안도 생각해두기. 우산이나 간단한 간식, 음료 외엔 준비하지 않는 것이 좋다. 몸이 무거우면 오히려 자유롭게 못 돌아다니니까


 버스앱을 깔았다고 끝이 아니었다. 조언을 구했던 또다른 분은 “도보로 이동하거나, 다음 버스 연계 틈이 10분 이하인 곳들은 유심히 봐야한다”며 “버스시간표를 제대로 숙지해 가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차로 가면 짧게 갈 수 있는 거리를 시내버스 시트에 앉아서 가면 고통스러울 때가 많다”며 “ 시골에서 자주 쓰는 중형버스들은 다리를 계속 구부려야해서 불편하기 때문에 근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고려할 게 많았다. 과연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 겁이 났다. 한창 고민하던 찰나, 우연히 찾은 독립서점에서 책 한권을 발견했다. 안혜연 작가가 버스여행 루트를 소개한 '버스타고 제주여행’이었다. 안혜연 작가는 책에서 버스 여행의 설렘을 이렇게 표현했다.


버스를 타면 자연이 보인다.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지렁이를 제비가 가차없이 콕 쪼아 물고 가는 모습…버스가 오지 않아서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려야 할 때도 있고, 버스에서 내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목적지에 도달할 때도 있다. 어쩌면 버스를 잘못 타서 헤맬수도 있지만 아무렴 어때? 여긴 제주도잖아

제주도에서는 숨만 쉬어도 행복할 것 같은 게 함정.

그래. 맞아. 널리 알려진 관광지를 쓱 돌고 오는게 아니라 때론 실패하고 힘들어도 여행지까지 가는 과정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와 낭만을 보고 또 보며 그곳의 매력에 빠져드는 것. 그게 여행의 매력이지. 그까짓 버스여행 한번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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