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대국 - 인도
23년 5월 현재 인도의 전체 인구수는 약 14.2억 명(1,428,627,663명)입니다. 인도(人道)는 물론 차도, 지하철 역이나, 시장 등등 시선이 가는 곳마다 많습니다.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경우 인구가 2.2억 명, 마하라슈트라 주와 비하르 주의 경우 각각 인구가 1.1억 명, 1억 명으로 웬만한 나라의 인구보다 많습니다. 이 통계는 지난 23년 4월 유엔 경제사회처(UN DESA; Department of Economic and Social Affairs) 정책브리핑에서 발표한 수치로 인도가 중국 인구를 추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은 1750년 이후 273년 만에 줄곧 지켜오던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원래 UN인구통계는 매년 '세계 인구전망'(World Population Prospects)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는데, 이번에는 자체 전망치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가 바뀐다는 사실을 브리핑 형태로 발간했습니다. 이에 중국은 UN의 발표내용에 불신이 있어 보입니다. 인도와 차이가 3백만 명 안팎으로 많지 않고, 통계 정확성에 불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확한 통계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전체 인구센서스 조사가 필요합니다. 중국은 지난 2020년 제7차 인구조사를 실시한데 비해 인도는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이 없습니다. 원래는 2021년 실시했어야 하는데 코로나 확산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잠정 연기를 했다고 합니다.
중국과 인구 격차는 1950년대 6억:4억으로 약 2억 명, 1970년대에는 9억:6억 정도로 약 3억 명, 1990년대 말까지 3억 명 차이가 있었습니다. 1990년부터 중국 유아(0~14세) 인구의 감소 추세가 시작되면서 격차가 줄어 2019년에는 14억:13억으로 1억 명 전후로 좁아졌습니다. 사실 중국은 2019년에 들어서야 14억을 겨우 넘겼다는 통계도 있는데 반해 인도는 13억을 넘은 것이 기정사실이 되어 2019년 추정치가 13억 6,000만 명에 달한다는 통계까지 있을 정도였습니다. 인구 순위가 바뀐 이유로 두 나라 출산율을 들 수 있습니다. 중국의 평균 출산율은 2017년 1.7명에서 2022년 1.2명으로 떨어졌습니다. 이후 중국 정부는 두 자녀, 세 자녀 출산을 허용하고 양육비, 주택 구입비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로 출산을 독려하고 있습니다만, 내리막길을 걷는 출산율에는 영향이 미미해 보입니다.
인도는 중국과 달리 젊은 층이 많고 출산율도 높습니다. 인구 대국이 된 인도를 바라보는 시각과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도의 평균연령이 28세로 중국보다 10년 정도 젊고, 임금도 중국의 20% 수준으로 저렴합니다. 또한 매년 성장하는 경제력도 무시를 못합니다. 미국, EU 등 서방세계와 중국, 러시아 등 북방세력과 유연한 외교력도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구매력이 뛰어난 중산층 인구만 대략 4억 명이라고 하는데 전 세계 기업들의 판매시장과 잠재 고객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경제규모를 볼 때, 22년에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다가오는 2030년에는 미국, 중국을 이어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합니다. 인도가 가지고 있는 글로벌 IT 파워와 해외 거주 인도인들의 역량은 인도의 성장 잠재력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요인들이 분명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IT기업인 Microsoft에 34%, IBM은 28%, Intel과 Xerox에도 각각 17%, 13%가 직원으로 일하고 있고, 미국 과학자의 12%, NASA 과학자 중 36%가 인도인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Adobe, Alphabet, IBM, Match Group, Microsoft, OnlyFansnd 등 기업의 최고 경영자는 모두 인도 출신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로 장밋빛 전망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축복이 아닌 재앙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로 빈부격차를 들고 있습니다. 22년 기준 인도의 국가총생산(명목 GDP)은 3.7조 달러로 미국(26.8조$), 중국(19.3조$), 일본(4.4조$), 독일(4.3조$) 이어 세계 5위입니다. 이에 비하여 1인당 국민소득은 2,342달러로 세계에서 138위에 그쳤습니다. 인도 내 대표적인 NGO인 옥스팜인디아(Oxfam India)의 "가장 부유한 사람들의 생존"이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인도에서 최고 부유한 1%가 총 부의 40% 이상을 소유한 반면, 인구의 하위 50%는 전체 부의 3%만 차지한다고 합니다. 약 3억 명의 인구가 최저 생계비 이하(1년에 75달러 이하)로 연명하고 있고, 20만 개의 마을이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상수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인구의 75∼80%는 위생시설 없이 생활한다고 합니다. 인도의 빈부격차는 카스트라는 신분제로 더욱 공고하여 가난한 천민이 신분상승의 기회를 잡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또 상속세와 증여세가 없는 세제를 감안하면 이러한 빈익빈 부익부의 차이는 점점 심화되고, 이에 따른 불평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남녀평등에 관한 문제입니다. 인도는 남아선호 사상이 높은 나라입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인도의 국가가족건강조사 결과 2019~2021년 출생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8.1명 정도라고 합니다. 인도의 출생성비(여아 100명당 남아 비율)는 2011년 111.2명으로 최고를 기록한 이후, 각종 사회운동 영향으로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2015년에는 109.3명으로 내려왔습니다. 인도의 뿌리 깊은 남아 선호는 출생성비 불균형을 초래한 주원인으로 ‘다우리’라는 여성이 결혼할 때 지참금을 내는 문화, 아들이 집안의 대를 잇는 전통, 각종 의례를 남성이 주도하는 종교적 배경 등에 따라 남아를 선호해 왔습니다. 또한 인도는 가부장적인 가족 구조로 남성에게 권력과 결정권을 부여하고, 여성은 가족의 명예와 가치를 위해 희생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를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특히 가부장적 부계 전통이 강한 인도 북부와 서부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도 사회가 남성 중심적 가치 체계를 가지고 있고 여성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은 가정 내에서의 본인의 결정권과 자율성이 제한을 받게 되고 가정 폭력에 쉽게 노출된다고 합니다. 인도에서는 여아 낙태율이 높아서 2000년에서 2019년 사이 최소 900만 명의 여아가 ‘실종’됐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태동이 있는 태아를 낙태하는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및 벌금으로 더 무거운 형이 적용됩니다. 인도는 특정 경우에 의사의 낙태 시술을 허용하는 「의료적 임신 중절법 1971」을 특별법으로 두어 시행하고 있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은 인도를 ‘실종된 여성의 나라’로 부른 바 있습니다. 결국 1994년 의사가 예비 부모에게 태아의 성별을 알리는 것이 불법화 됐고, 2015년엔 인도 정부 차원에서 ‘딸을 구하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인도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지역에서 여아를 출산한 가정을 방문하여 여아 1인당 약 5만 루피(한화 약 80만 원) 상당의 정기예금을 납부하여 주고 있습니다. 많이 없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남아선호 사상은 여전히 관습적으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종교입니다. Pew Research에서 발표한 인도의 종교별 출산율 보면 2015년을 기준으로 인도 전체 평균 2.2명, 무슬림 여성 2.6명, 힌두교도 여성 2.1명, 기독교도 여성 2.0명, 불교도 여성 1.7명, 시크교도 1.6명, 자이나교도 1.2명으로 발표되고 있습니다. 무슬림→ 힌두교→ 기독교→ 불교→ 시크교→ 자이나교 순서대로 출산율이 높다고 합니다. 종교에 따른 출산율 차이 자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 것으로 보이지만, 누적된 무슬림 여성의 고 출산으로 무슬림 인구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슬림은 가족계획이 신에 의해 금지되었고 하나남이 그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에 실행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종교별로 남녀성비도 흥미롭습니다. 남녀성비가 가장 큰 종교는 힌두교입니다. 한때 130명이 되었다고도 합니다. 시크교도도 한때는 128명까지 갔다고 합니다. 인도사람들이 인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각자 믿는 종교들의 신도수를 크게 인식한다고 합니다. 종교별 인구의 증감과 남녀 성비의 차이도 인도 인구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유용하다고 봅니다.
2023년 현재 인도의 출생률은 2,1명에서 2.0명으로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중국의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당분간 최고 인구대국의 지위는 상당기간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지난 5월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 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하며 0.8명대가 무너졌다고 합니다.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합계출산율(1.59명)의 절반 이하이고, 특히 놀라운 것은 서울 지역의 경우 0.59명으로 나와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인구 대국 인도를 두고 재앙인가 축복인가라는 소리가 있지만 없는 인구를 만드는 것은 많은 인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재앙인지 축복인지 판단할 수도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2023년 5월, 인도에서 소전(素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