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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살이-서른 한달 차(24.3월)

[홀리축제와 찾아온 더위]

by 소전 India

드디어 봄맞이를 알리는(Holi)홀리가 시작되었습니다. 인도살이를 해보니 홀리(HOLI)는 봄이 아닌 무더운 여름이 시작된다고 알리는 축제입니다. 이 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총놀이로 색을 입히고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물과 함께 다채로운색의 향연을 만끽합니다. 인도 더위는 3월은 30도로 시작해서 4월은 40도, 5월은 50도로 급격하게 올라간다고 하죠. 우리나라의 더위는 7월과 8월이 최고점이라는데, 인도는 4월과 5월이 가장 덥습니다. 지난해에도 홀리 지나자마자 온도가 30도 후반으로 껑충 뛰어 오르고 인도 북부 데라둔이라는 지역은 51도까지 올라 최고의 무더위를 기록하였습니다. 이에 안타깝게도 인도 전역에서 무더위로 2,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가 사는 뉴델리의 더위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위도로 보면 서울보다 10도 낮은 28도인데 온도는 무려 20도 이상 차이가 납니다. 50도를 육박하는 살인적인 더위는 사람은 물론 동물들에게 치명적입니다.

img.jpg 인도의 다양한 기후 현황(출처 : 나무위키)


우리나라는 비교적 4계절을 가진 온성 기후이지만, 인도는 우리나라보다 30배나 넓은 면적으로 다양한 기후를 가지고 있습니다. 독일 기후학자인 블라드미르 쾨펜 (Wladimir Köppen) 은 인도에 대략 15가지의 기후대가 존재하나 크게 네 가지 형태의 기후대로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로 제가 살고 있는 뉴델리 지역은 아열대 습윤 기후입니다. 5월에 여름이 절정이고 11월에는 겨울이 시작됩니다. 여름은 40도에서 50도 정도로 무덥지만 겨울은 약 5-10도로 쌀쌀한 편입니다. 인구 밀도가 높지만 비옥하고 평야지대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열대 건조 기후대로 이는 다시 열대 건조기후와 사막기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열대 건조기후는 인도 남서부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고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집니다. 연중 고온이 지속되고 강수량이 적은 것이 특징입니다. 사막기후는 인도의 북서부 지역인 라자스탄 주에 나타나는 기후로 실제 사막이 있어 덥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열대 습윤기후로 남인도 지역으로 우기 시즌에 연간 강수량의 대부분이 집중되고 덥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됩니다. 열대 습윤기후 중에서 인도의 북동부 지역인 아쌈 지역에는 열대 사바나 기후도 있어 5월부터 10월까지 긴 우기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히말라야 산맥과 가까운 북인도에는 고산기후가 있어 겨울에는 0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고 12월부터 2월까지 많은 양의 눈이 내립니다.

img.jpg 지난 22.5월 인도 주요 도시의 기온 현황 (출처 : the hindustan times)

인도 더위는 독특한 냄새를 품고 있습니다. 습도가 덜해 햇빛을 피해 그늘로 들어가면 열기는 느껴지지 않는 동남아 날씨와 비슷하지만, 인도 특유의 냄새가 깊게 배어 있습니다. 인도 공항에서 한 호흡만으로도 맡아지는 묵직하고 텁텁한 냄새는 '아! 인도에 도착했구나'를 실감합니다. 5월의 저녁은 낮동안 달궈진 지열을 담아 고온 사우나에 들어간 것처럼 뜨거운 열기를 내 뿜어 숨이 턱하고 막힙니다. 게다가 열기가 쉽게 가라앉지도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더위에 대하여 다양한 관습과 도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음력 6,7월 경에 10일 간격으로 초복, 중복, 말복, 삼복더위라 부르며 보양식을 먹으면서 건강을 지킵니다. 이에 비하면 인도는 특별하게 정해 놓은 날이 없습니다. 3월부터 9월까지, 길게는 절반이 넘다 보니 여름이 계속 이어진다는 느낌입니다. 인도 상류층이나 고위직들은 대부분 채식주의자(vegi)입니다. 우리나라의 삼계탕이나 다양한 보양식 같은 음식이 없습니다.인도 질병 관리청에서는 더위를 이기는 음식으로 님부(조그마한 레몬) 쥬스나 병아리콩으로 만든 음료나 허브차를 권장합니다. 또 우리나라는 죽부인이나 부채 같은 다양한 소품으로 더위를 쫓지만 인도는 유용한 도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부채를 종종 선물하지만 즐겨 사용하지 않습니다. 휴대용 소형 손 선풍기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한 여름밤 잠을 설치지 않게 끼고 자는 죽부인 같은 도구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img.jpg 자이푸르 암베르성에 있는 수냉식 온도 조절장치(출처 : 나무위키)

더위를 피하기 위한 시설로 인상 깊게 본 것이 자이푸르의 암베르성에 있는 수냉식 온도 조절장치입니다. 암베르성은 1300년경에 ‘마하 라자반 싱’이라는 왕이 지은 건축물로 자이푸르 시내의 산 정상에 위치한 요새와 같은 성입니다. 성 아래에서 성 한가운데로 물을 끌어 올려 벽에다 폭포처럼 만듭니다. 물이 흐르는 벽에 구멍을 뚫어 바람이 불면 기화열로 온도를 떨어뜨리는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이것도 성에만 존재하는 장치일 뿐, 일반 국민이 이용하기에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뉴델리의 주택 보급율이 65%정도라고 합니다. 35%는 비를 가릴만한 변변한 지붕도 없는 곳에서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방도 없고 전기가 없어 선풍기나 뜨거운 햇볕을 막을 수 있는 기본 시설조차 없습니다. 설사 집이 있더라도 에어콘이나 선풍기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인도 현지 직원에게 인도의 무더운 여름을 극복하는 방법을 물어봤습니다. 답은 '그저 버틴다'고 합니다. 5월을 보내고 6월을 보내면 7월부터 우기가 시작될 때까지 무조건 참고 견딘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대답이지만 인도의 경제성장이나 교육열을 보면 참고 버틴다는 뜻이 무엇인지 대충 감이 왔습니다. 신분제와 종교로 구분된 사회의 밑바탕에 더위를 극복하는 힘이 바로 더위를 버티는 힘이 아닌가 합니다. 언젠가 내릴 비를 기다리는 심정도 조금 이해가 갑니다.


최근 인도 정부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여름의 열풍(heat wave)이 각 지역에 오래 머물면서 더 더워질 것이라고 합니다. 40년 전과 비교할 때 과거는 열풍이 8일 정도 머물다 물러갔는데, 이제는 12일 가량 더 머물 것이라고 합니다. 오븐에 불을 때면 찜통처럼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처럼 몸이 받는 영향도 더욱 커지고 건강을 해칠 위험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홀리를 보내고 일주일이 지나고 나니 온도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고 커다란 화마가 성큼 앞으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인도살이도 힘겨운데, 다시 여름을 나는 일도 만만치가 않을 것 같습니다. 인도 사람들처럼 비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꿋꿋이 버티다 보면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24.3월 인도에서 소전(素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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