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천사인가?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겐 쉬운 일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있어 감정이란 의식과 무의식을 가로지르며 살아 움직이는 무형의 존재이기에, 그것을 제어한다는 것은 마치 손으로 안개를 움켜쥐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 어떤 날의 날씨, 혹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몸의 무거움에 쉽게 휘청이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일은 중요하다. 감정은 삶의 온도와도 같기에, 그 온도가 지나치게 오르거나 내려갈 때 우리는 일상 속에서 중심을 잃는다.
마크 브래킷의 『감정의 발견』에 따르면, 감정의 불온전함은 집중도를 현저히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는 학습, 업무, 관계 모든 면에서 효율을 잃게 만든다. 감정이 흐트러진 채로 앉은 교실이나 사무실에서의 시간은 마치 소 귀에 경을 읽는 것과 같다. 어떤 내용도 머릿속에 남지 않고, 들려오는 말이 아무 의미 없이 흘러가 버린다. 어쩌면 그 순간의 나에게 필요한 건 정보가 아니라, 감정의 정돈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들은 대부분 감정의 여유를 고려하지 않는다. 감정을 놓은 채로, 감정을 숨긴 채로 우리는 또 다른 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문제는, 고민이 많고, 그 고민은 대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머리로는 잊고 싶어도 마음이 잊지 못하고, 마음이 겨우 잠잠해질 즈음이면 또 다른 불안이 밀려온다. 그렇게 감정은 파도처럼 들이치고, 파도가 반복될수록 우리는 지쳐간다. 기분이 바닥을 치기 시작하면, 어느새 성적이나 일의 성과 등 눈에 보이는 것들까지 함께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의 본질은 감정인데, 결과만을 바라보는 이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게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 상황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못하는 애’, ‘노력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의 상황을 타인에게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해결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당신도 그러하듯, 누군가의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라는 말처럼 추상적인 조언은 실질적인 위로가 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감정적으로 기대는 일은 때로는 더 큰 공허함만을 남긴다. 결국 세상은 천사처럼 무조건 이해해 주는 타인으로 가득하지 않다. 타인은 나의 전부를 알 수 없고, 알 이유도 없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너무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잘 아는 것이다. 그것은 너무도 흔하게 들려온 이야기다.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져라.” 이 진부한 조언들은 듣기에는 쉬우나, 막상 삶에 적용하려 하면 언제나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나를 흔드는지, 어떤 순간에 나는 가장 나다워지는지를 알아채는 일은 오랜 시간에 걸친 관찰과 실패를 필요로 한다. 역설적으로, 가장 흔한 말이 가장 실천하기 어렵고, 가장 먼 여정으로 이어진다.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누구도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은 때로 참 외롭지만, 동시에 삶의 방향을 바꿔주는 단단한 문장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의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지, 그 감각을 놓지 않으려 애써야 한다. 그 무언가가 무엇일지는 누구도 대신 알려주지 않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음악일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산책일 수 있으며, 또 어떤 이에게는 단순히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고요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을 찾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것을 시도하고 경험하며, 실패와 번복을 반복해야 한다. 어떤 날은 그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어떤 날은 그저 시간을 낭비한 것 같아 억울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시도들은 나를 조금씩 알게 해주는 과정이며, 나를 살아있게 해주는 유일한 운동이 된다.
행복은 어떤 절대적인 정답이 아니라, 순간순간마다 다시 찾아야 하는 감정의 좌표와 같다. 감정의 기복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갖기 위해서는, 감정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나를 다독일 수 있는 언어와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렇게 나를 아는 연습을 해가다 보면, 언젠가는 이 불안정한 감정의 계절 속에서도 나만의 방식으로 중심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는 계속해서 다양한 경험을 시도해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언젠가는 ‘지금 이 순간이 나를 살아있게 한다’고 말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장면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장면 하나가, 긴 시간 동안 우리를 지탱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