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으나, 그 노력에 대한 결과가 적당한 시기에 도래하지 않으면 우리는 금방 흥미를 잃고 또 다른 길로 빠지고는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포기라는 것의 시작은, 아마도 노력과 보상의 시간 차이에서 오는 불안감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어떤 분야든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결코 예외적인 기적의 수혜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누구보다 평범한 순간들 속에서 인내를 쌓아갔다. 사람들은 그들의 성공을 보며 놀라고, 감탄하고, ‘기적’이라고 부르지만, 정작 그 기적 이전의 수많은 시간에는 눈을 돌린다. 어두운 새벽, 남들보다 더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남들보다 더 오랜 시간 몰입하며 살아낸 삶의 궤적을 본다면, 그것이 정말 ‘기적’이라는 말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을까?
기적이란, 사실 가장 어려웠던 시절과 가장 성공한 시절 사이의 과정을 삭제한 단어일지도 모른다. 아무런 전조 없이 나타나는 행운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안에는 고통과 실망, 끊임없는 자기 회의,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보자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나는 기적이 없다고 믿는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기적은 있지만 그것은 만들어진 것이며, 무수한 선택과 노력, 감내와 실패의 총합이었기에 더욱 값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렌디피티를 아는가. 우연히 이뤄낸 행운과 성공. 하나, 우연처럼 보이지만 그 우연조차 어떤 배경과 맥락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가령,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만난 기회가 인생을 바꾸는 일이 있다고 치자.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사람이 이미 그만큼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연은 아무에게나 오지 않는다. 세렌디피티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다가온다. 그렇기에 나는 그것조차도 기적이라기보다는 노력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종종 남의 성공을 보며 부러워한다. 그 부러움은 대개 그들의 현재를 기준으로 한다. 명성을 얻은 지금, 부를 이룬 지금, 안정적인 삶을 사는 지금. 그러나 그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대부분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의 SNS를 통해 화려한 삶의 단면을 마주할 때, 우리는 그 이면에 깔린 눈물과 인내는 계산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자꾸 '기적'이라는 단어로 모든 걸 단순화시킨다. 남의 삶을 부러워할 때마다, 우리는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어떤 결과를 부러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복권을 예로 들어보자. 많은 이들이 복권을 '기적'이라고 부른다. 틀린 말은 아니다. 희박한 확률을 뚫고 당첨되는 것은 분명히 행운이다. 하지만 그 행운이 과연 '성공'이라는 단어로 이어질 수 있을까? 단기적인 부는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삶의 방향까지 바꾸는지는 다른 문제다.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부가 삶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성공이란, 단지 많은 돈을 가진 상태가 아니라, 그 돈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내면을 만들어온 시간이 함께해야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노력만이 해답이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어떤 삶은 그저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가난, 질병, 외로움, 불안 같은 것들이 한 사람의 삶을 끈질기게 붙잡고 놓아주지 않을 때, 그 안에서 꿈을 꾸고 노력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복권 한 장을 사며 잠시나마 다른 삶을 상상하는 마음, 그것조차도 삶의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것은 기적을 바라는 행위가 아니라, 단 한순간만이라도 자신이 인생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환상을 그려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행위에는 결과가 따른다. 그리고 그 행위가 일관된 방향을 가지고 있다면, 언젠가 어느 순간,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그 결과는 돌아올지도 모른다. 그것이 세렌디피티의 방식이다. 겉보기에 우연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사람만의 리듬과 방향이 있었기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꾸준함'이다. 그리고 세상을 향한 열린 시선이다. 누군가의 성공을 부러워하기보다, 그 삶을 배우려는 자세. 누군가의 조언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 그 안에서 내게 필요한 단 하나를 건져낼 수 있는 유연함.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너무 빨리 원한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쉽게 열리지 않는다. 흐름을 읽되,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때로는 흐름을 거슬러야 한다. 결국 선택은 우리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