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

귀천이 있다면 그것은 상대적일 뿐

by 최윤형

네가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닌 것을


귀한 것과 천한 것을 가르는 기준은 절대적이지 않다. 모든 평가는 상대적이며, 그 상대성은 각자의 경험과 가치관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람보르기니는 폭스바겐보다 고가의 차량이지만, 폭스바겐 그룹은 람보르기니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단순히 차량 가격만 보면 람보르기니 소유자가 더 부유해 보일 수 있지만, 기업 전체의 관계를 알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이 예시는 단일 관점만으로 우열을 판단하는 위험성을 보여줄 뿐이다.

직업을 귀하고 천한 것으로 나누는 사고도 마찬가지다. 과거 만화에서 환경미화원을 가리키며 “너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시대착오적이다. 환경미화원은 우리의 거리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도시의 생태계를 지탱하는 필수적인 존재다. 완곡하게 ‘저런 분들’이라 표현해도, 그 말속에는 무의식적 차별이 스며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순위를 매기는 문화에 익숙하다. 스포츠 경기의 순위, 회사의 인사 평가, 우수사원 선발 등 서열화는 발전과 효율을 위한 도구로 기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서열화가 사람이나 직업의 가치를 절대적인 것처럼 고정해 버릴 때, 그 결과는 부정적일 수 있다. 과거 인종과 인간 집단의 우열을 논하던 우생학이 비윤리적인 학문으로 폐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생태계의 먹이사슬 또한 영향력 관계를 보여줄 뿐, 절대적 서열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슴은 풀을 먹고 사자는 사슴을 먹지만, 특정 환경에서는 독성 식물이 사자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이 사실은 맥락과 관점에 따라 관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귀한 것과 천한 것을 나누는 모든 틀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변한다. 이 구분이 타인을 무시하거나 숭배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사물과 사람을 평가할 때, 자신의 편견이나 이해관계를 가능한 한 의식적으로 배제하고, 대상이 지닌 역할과 본질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완벽한 객관성은 어려울지라도, 그 방향으로 노력할 때 비로소 대상의 진정한 가치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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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출처 : 네이버 블로그 좋은 글, "쓰레기 문제는 세계적이면서도 지역.. : 네이버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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