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윤맘화야 Nov 08. 2021

승질머리 있다구요!

지윤이 63일째

눕수를 배우고나서 나에겐 신세계가 열렸다.

새벽에 비몽사몽 기저귀를 갈고 눕혀서 젖을 먹이며 아가는 배를 불리고 나는 쉬고. 자세가 좀 더 익숙해지면 더 수월해질 것 같다. 덕분에 잠도 더 잘 수 있었다.


오늘은 시부모님 결혼기념일이라 시댁에 가야해서 지윤이 목욕을 시키고 저녁즈음 해서 넘어갔다.

친가 식구들만 만나면 잘 자는 우리 지윤이....잘 울지도 않고 그래서 어르신들은 지윤이가 엄청 안울고 잘 자는 아인줄 아신다.....

물론 순둥순둥한 편이긴 한데,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든단 말이지 ㅋㅋㅋ

그래도 오늘은 조금 자더니 일어나서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고모랑 잘 놀고 집으로 왔다.


수유쿠션이 없으면 아직 젖 먹이는게 서툰 엄마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젖을 먹었던 지윤이.. 그래서 양껏 먹지도 못했을거다. 아니나 다를까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배가 고팠는지 칭얼대기 시작한 지윤이는 한 십여분을 참았어야 했다. 다행히 금방 칭얼거림을 멈추긴 했지만 집으로 가는 내 발걸음이 급해기 졌다.


집으로 돌아와 얼굴과 손, 이를 닦이고 옷을 갈아입히고 수유쿠션위에 눕혔다.

젖을 물리려는데 순간 소리를 지르는 지윤이 ㅋㅋㅋ

"아우!" 비슷한 탄식을 하는 지윤이때문에 나랑 엄마, 그리고 남편이 빵 터졌다.

마치 빨리 맘마 안주고 이제 주냐! 는 듯 승질내는 우리 딸 ㅋㅋㅋ

순둥한 딸내미 맞지만 종종 이렇게 승질머리를 보인다. 저도 성질있다는 듯 혼자 두면 빨리 오라고 소리 지르고, 맘에 안들면 당연히 소리 지르고, 보통이 아니시다.


신생아때는 그냥 주는대로 먹고, 자고, 배고플때 아니면 울지도 않던 아이가 이제는 좀 컸다고 자신의 기분을 울음으로 표현한다. 이렇게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한게 덕분에 어른들은 매일매일 웃음이 마를날이 없다.


집으로 돌아와 맘마를 먹으면 바로 잘 줄 알았던 지윤이는 트림을 시킬때마다 홀라당 깨버리기를 두어번, 결국 세시간 정도가 지난 12시쯤 잠이 들었다.

젖을 안물리고 재워보려고 했더니 아직은 무리인지 실패.

생후12주 이후부터는 젖을 물려 재우는 걸 지양하라고 하니 잘 기억해 둬야겠다.



태열

지윤이가 태어나고 한달하고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 깨끗하던 얼굴에 갑자기 오돌도돌 좁쌀 여드름 같은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붉게 오돌도돌, 태열인가? 싶어 검색을 했더니 여드름인지 태열인지 더 헷갈리기 시작했다.

뭐 여드름이든 태열이든 일단 가라 앉히는게 중요하겠다 싶어서 서둘러 수딩젤을 주문하고 최대한 시원하게 하기 위해 바디수트만 입히기 시작했다. 엄마는 애기 춥다고 자꾸 입히려고 하시고 나는 태열땜에 시원하게 해야한다고 홀라당 벗기고 ㅋㅋ 태열때문에 속도 상하고 엄청 신경도 쓰였는데 마침 이틀 뒤가 지윤이 접종이 있어서 주치의 선생님께 물어보았다.

태열인데 서너달 지나면 자연히 없어지니 걱정말라시는 말씀.

선생님의 말씀에 마음은 놓였지만 그래도 신경은 쓰였다. 울긋불긋 오돌도돌하게 아이 얼굴에 올라오니 볼때마다 속상하고, 뭘 어떻게 해 줄수 없어서 답답했다. 수딩젤을 발라도 별 효과도 없고.. 어디서는 아무것도 바르지 말래서 그냥도 뒀다가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 다시 발라보고도 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마냥 시간이 약이니 기다려야 하나싶었다. 

게다가 지윤이가 얼굴이 간지러운지 안아줄때마다 얼굴을 문지르기에 자꾸 뭔가 해줘야 할 것만 같았다.


수딩젤만 바르면 건조하다고 해서 로션을 섞어 발라주기도 하고-X

수딩젤만 발라보기도 하고-X

그냥 아무것도 안바르고 둬 보기도 하고-X

얼굴을 닦여만 주기도 하고-X

태열이 좀 사라지나 싶으면 다시 올라오고...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태열이었건만.. 괜히 나 때문인 것 같아 속상했다. 검색도 해보고 책도 보고나서 태열에는 온도만큼 습도도 중요하다고 해서 보습에 좀 더 신경을 쓰기로 했다.

아침 저녁으로 얼굴을 닦여주고 프리메라에서 나오는 아기 로션을 발라주었다. 

건조함에 각질까지 일어나는 아기 얼굴에 로션은 듬뿍 발라주었다. 수딩젤은 패스.

그렇게 며칠을 하다보니 서서히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정확히 어느정도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대략 2~3주가 지나니 지윤이 얼굴이 깨끗해지기 시작했다. 한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맑은 아기피부로 돌아왔다.

생각해보면 그냥 뒀어도 다시 깨끗해졌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로션을 아주 열심히 발라주지는 않았기 때문에, 각질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더 열심히 발라주었기 때문에 그냥 뒀어도 점차 좋아졌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나..ㅠㅠ 어찌됐건 이제 태열은 절대 보고싶지 않다.. 제발 우리 지윤이한테서 영영 떨어졋!



작가의 이전글 엄마랑 코코넨네 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