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보다 자각에 대하여
길눈이 밝은 나는
산을 오르거나 운전을 할 때면
문득 인생을 떠올린다.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길만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길은 오래 이어지지 않는다.
좁고 어두운 길을 만나기도 하고
발을 디딜 때마다 걸리는 구간도 지난다.
미로처럼 헤어 나오기 힘든 날에는
제자리만 맴도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가고 있는 길도 버거운데
날씨까지 험해지면
다리 위에 서서
그냥 뛰어내릴까 싶은 순간도 스친다.
여기서 멈추고
전혀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 버릴까
유혹을 느끼는 날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완전히 멈추지는 않는다.
흙이 조금 묻은 채로
다시 발을 뗀다.
나 역시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많이 돌아왔다.
아니, 어쩌면
아직도 같은 자리를 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길눈이 밝은 사람은
결국 방향을 감각해낸다.
나는 오늘도 숨을 고르고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다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