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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소비자학자 Jun 20. 2018

소비의 역사

테마1. 소비의 역사

저자 설혜심 (연세대 사학과 교수)

2017년 출간

지금껏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소비하는 인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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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사를 연구한 책. 꼭지별로 소비, 즉 구매 행위의 대상인 특정 '아이템'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양복, 중국 도자기, 비누, 특허약, 재봉틀, 화장품, 의학서, 성형수술, 튀르크 옷, 온천, 박람회, 쇼핑몰, 설탕 등이 그 아이템들이다.  

이 책이 주로 다루고 있는 소비사의 시대는 17세기에서 18세기의 근대사회이다. 이 시대는 소비사회의 초기 단계로서, 소비하는 대상의 효용은 단순했다. 소비자는 물건을 그 효용대로만 사용하였다. 계층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이 어느 정도 구별되어 있었다.  이에 아이템에 따른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해석이 가능했다.  

그래서 이 책의 꼭지별 논조는 매우 비슷하다. 특정 아이템의 소비 양태를 설명하고, 그것이 어떤 기록에 남아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본다. 그리고 이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설명하는데, 보통은 계층적 설명으로 치환되고, 이는 일부 산업에 발전에 따른 경제적 의미를 포함하기도 한다. 

만약 2018년을 소비사적으로 연구한다고 할 때 동일한 방법론이 유용할까? 지금은 '소비사회'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소비자들의 소비 생활은 고도화되었다. 구매 행위는 절대적이며 기본적인 인간 사회의 행동 중 하나이다. 그러다보니 초기 소비사회와는 많은 점이 달라졌다. 

첫째 물건 마다의 내재적 효용이 다양하다. 둘째 같은 물건이라도 소비자 별로 다른 니즈를 갖고 소비하며, 이에 충족되는 욕구 역시 다양하다. 셋째 사회적 계층 구분이 약해졌다. 계층 구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지갑의 차별은 없다. '돈'만 있다면 본인이 속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계층이 주로 소비하는 대상을 구매하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비누를 살펴보자. 비누가 원래 가진 목적은 몸을 씻는 것이다. 본서의 5장에서는 비누를 최초의 식민주의 상품으로 설명하고 있다. 몸을 깨끗하게 하는 ‘위생’이라는 개념은, 근대사회에서 제국주의적 목적에 따라 제국 본국인과 유색인종을 계층적으로 구분하는 기준이 되었고, 이에 비누의 소비가 촉진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비누 역시 더러움을 씻어내는 효용은 동일하다. 다만 소비자 피부의 색이나 상태의 차이를 오히려 전제로 한다. 소비자들이 비누를 사는 이유 역시 확장된다. 더러움을 더 잘 씻기 위해, 내 피부를 관리하기 위해, 비누 제품의 향을 즐기기 위해, 올바른 무역을 돕기 위해, 사진을 예쁘게 찍어 SNS로 다른 이들과 대화하기 위해 등, 현재 구매행위의 목적은 어느 순간 아이템의 효용과는 상관이 없어진다. 

이 시대의 소비하는 인간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익숙한 물건과 공간에서 퍼즐을 맞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아이템을 구매하고 소유하느냐뿐만 아니라, 그 아이템을 왜 구매했는지에 대한 '의도'와, 해당 소비를 통해 어떠한 니즈가 충족되었는지에 대한 '만족도'를 연구해야 한다. 즉 소비자의 심리적 분석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현재 소비 행위의 의미는 소유물의 리스트list에서 파생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해당 물건에 대해 주관적으로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대한 기록물, 즉 SNS 등이 유용하다. 단순 선호도 조사가 아닌, 의미 부여의 과정process에 대한 심층적 해석이 필요한 것이다.



김쌤의 소개문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지금의 소비문화는 지역적, 시대적 산물인가, 아니면 보편적인 현상인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비의 역사를 살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소비와 관련된 재미있는 역사가 풍부한 도판과 함께 펼쳐진다.


김쌤의 수업시간 코멘트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이 있다. 지금이라면 이 문장은 약간 형태를 바꾸어서 "새로운 상품이 공급되면 욕망을 만든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냉장고가 생기면서 -> 음식을 보관하겠다는 욕망이 생겼고. 김치냉장고가 나오면서 -> 김치를 더 잘 보관하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즉 '공급이 어떻게 욕망을 부추켜왔는가'라는 점인데, 이러한 현상은 1800년대 중반 이후에 등장했고, 이 책은 그 시절부터의 소비의 문화사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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