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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소비자학자 Jun 25. 2018

사람은 왜 인정받고 싶어하나

테마2. 계급, 과시와 소비

이정은

2005 출간



목차                    

고통의 근원 : 인정받고 싶은 욕구

인간 욕구의 두 갈래 : 자연적 욕구, 의식적 욕구

의식적 욕구에 대한 자각 : 자연적 욕구에서 인정 욕구로

인정받을 수 없는 이유 : 인정할 수 없는 이유

인정의 지향점 : 왜곡된 인정의 반환점

인정을 위한 싸움의 전제 : 자유와 자기의식

인정 투쟁 : 자기의식의 고양 계기들을 거쳐

인정 욕구의 양상 : 대등 욕구와 우월 욕구

인정 실현의 논리적 귀결 : 특수성이 살있는 보편성

현대를 관통하는 미해결의 인정 욕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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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욕구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욕구는 사회적 조건과 공동체적 관계의 구속성을 감안할 때 전적으로 충족될 수 없다. 이렇게 충족되지 못한 욕구는 인간을 괴롭게 한다. 불행하고 고통스럽다. 이러한 갈등은 '나의 욕구'와 '내가 지닌 욕구가 정당하다'는 점을 다른 사람이 인정해주면 사라진다. 철학자 헤겔은 인간이 타인과 사회에게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문제와 그를 위한 싸움을 주제로 이에 대한 연구를 논리적으로 전개했다. 즉 '인정 욕구'와 '인정 투쟁'이라는 개념이다. 

인간의 욕구는 생명을 유지하고 신체를 보존하고자 하는 자연적 욕구와 인위적으로 의지를 발휘하고 자각적 행위를 개입하는 비자연적 욕구인 의식적 욕구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의식적 욕구는 보통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성된다. 내가 아닌 것과의 관계에서 인간은 '자아'를 깨닫는다. '자아'는 남과 상관없이 내 입장에서 원하는 것이 있다. 그러나 원하는 것을 성취하려면, 남이 원하는 것은 성취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자원은 유한하고, 욕구 충족의 기준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은 나의 욕구를 이해하지 않을 수도 있다. 즉 나는 나의 욕구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고, 여기서 불행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다른 이들의 욕구를 인정하지 않는/못하는 것일까? 인간마다 욕구가 다르기 때문인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욕구가 같다 해도, 누구나 자기를 중심으로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헤겔은 개개인의 특수하고 개별적인 욕구에 따라 움직이는 사회를 '시민사회'라고 규정했다. 시민사회의 개인에게 (국가) 공동체는 개인의 특수한 욕구와 자연적 의지를 최대한 실현하도록 도와주는 외적 장치일 뿐이다. 그리고 이 시민사회를 형성하는 핵심은 자본주의다. 개인의 욕구와 의지는 특정한 대상물의 실현, 즉 '소비'로 충족될 수 있다. 자본주의는 특성상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욕구의 새로운 충족 방법을 제시하는 것을 반복하고, 결국 현대사회는 욕구와 욕구 충족, 욕구 창출과 욕구 실현 간에 악순환적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소비를 통해 인정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상품 혹은 서비스가 생산되기 위해서는 인간의 노동이 필요하고, 이것은 결국 내 욕구를 인정받기 위해 소비를 하려면 타인의 욕구를 담보로 잡아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자본주의 시민 사회에서는 간접적이고 체계적인 인정 투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헤겔은 주인-노예 변증법을 통해 인정 투쟁에 관한 철학적 논리를 전개했다. 이미 계급제가 사라진 최근에 있어, 주인-노예 관계는 개념적 구분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주인은 자기 뜻대로 욕구를 충족하는 쪽의 사람을 뜻한다. 노예는 자의식이나 자유의지 없이 남이 시키는 일을 해야만 하는 쪽의 사람을 뜻한다. 주인과 노예가 어느 순간, 진정한 인정을 바라게 된다면 자신의 본래 위치에서의 자아와는 다른 자아를 바라게 될 것이고, 이는 내적 의식이 고양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사람이 새로운 자아를 실현하려 할 때 사회적 시스템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저항을 받기 마련인데, 이는 자유와 자기의식의 실현을 방해한다. 이러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내적 의식의 고양이 있어야 하고, 이 계기는 존재를 대상의식적인 차원에서 파악하지 않고 자아에 무게를 두는 금욕주의, 현실적 한계에 대해 지속적으로 부정하는 회의주의, 무한한 자유와 유한한 현실을 분리해서 깨닫는 불행한 의식이라는 개념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 헤겔의 설명이다. 

나의 욕구가 인정받지 못하면 불행하다. 나의 욕구는 인정 받아 행복하더라도, 타인이 그의 욕구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불행하다. 모두가 행복하려면 모두의 욕구가 인정받아야 한다. 나의 특수한 욕구와 타인의 특수한 욕구가 대립할 때, 한쪽의 특수성을 관철시키는 결론이 아닌, 양자에게 관철되는 보편성을 도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바람직한 상호 인정을 실현할 수 있으려면 인정을 실현하기에 적절한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 구조는 사회적 관습, 습속, 민족정신 등으로 구체화된다. 상호 인정을 이루기 위한 출발점은 대등 욕구를 이해하고 실현하는 것이다. 나는 나의 자립성을 주장하고 그 속에서 주체성을 발휘하듯이, 타인도 타인의 자립성을 주장하고 그 속에서 주체성을 발휘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대등욕구를 일탈해 자신이 타인보다 우수하다는 우월 욕구에 이른다. 우월 욕구는 남들보다 뛰어나지고자 노력하고, 그 결과가 공동체의 삶 속에 투영되면 사회 발전과 개혁을 주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월 욕구가 과하게 강조되면 그 이면인 대등 욕구는 망각되고, 지배 욕구로 변질될 수도 있다. 한쪽의 특수성과 개별성을 다른 쪽에도 동일하게 관철시키려고 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다. 그러므로 '보편적인 자기의식'이 상호 인정의 가장 중요한 전제가 된다. 이는 나의 행복 뿐 아니라 사회적 풍요와 공동체적 관계의 복지를 증가시킨다. 이를 실현하려면 공동체에 관철되고 있는 추상적 원리와 보편적 목적에 대한 자각이 요구된다. 다시 말해 보편성을 실현하고 보편성으로 이해하는 가운데서도 구성원들이 지닌 특수성과 특수한 의지를 보존할 수 있어야 한다. 타자의 욕구를 소중히 하고, 타자를 그저 타자가 아닌, 나를 그 속에서 직관할 수 있는 타자로 인정하는 것이다. 즉 나에게 무한성을 열어놓고 나의 의지의 무한함을 왜곡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나의 욕구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될 수 있다.


김쌤의 소개글

소비는 '인정투쟁'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 인정투쟁의 개념을 확립한 학자는 헤겔인데, 그의 원전을 읽기는 매우 어려워서, 대안으로 해설서를 발표문헌으로 정했다. 비록 짧은 해설서지만 인간의 인정욕망이 얼마나 근원적인 것인가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해 준다.


김쌤의 수업시간 코멘트

쌤이 이 책을 고르신 이유로 언급하신 부분
헤겔에 의하면 '부' '지위' 중 당연히 지위가 더 먼저 앞서게 된다. 그런데 (1)현대사회가 급격히 물질주의화되고, (2) 명시적 계급개념이 없어지면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 '부'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 (앞서 토론한 <유한계급론>에서의 발제 주제와 관련되어 있음)
그 외 페북 등의 '좋아요' 역시 '누가 더 인정받을 수 있나' 에 대한 투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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