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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wr Mar 10. 2023

정치적 올바름, 능력주의, 그리고 예술가의 윤리

〈TAR 타르〉 리뷰

7★/10★


  〈TAR 타르〉의 주인공 리디아 타르는 국제적으로 손꼽히는 지휘자다. 커리어와 대중적 지지, 업계의 평가 모두 탄탄하다. 그녀의 예술관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대학 수업 시간에 한 학생이 ‘여성혐오적 행적 때문에 바흐를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타르는 ‘지휘자는 음악성, 예술성 그 자체로 평가받아야 한다’라고, ‘자아 정체성을 예술로 승화하라’라고 가르친다. 즉 타르는 예술가의 윤리보다 예술가의 능력과 예술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타르가 여성이자 레즈비언인 동시에 업계 최고라는 점은 그녀의 말에 더 큰 신빙성을 부여한다.     


  흥미로운 건 예술성과 재능만을 강조하던 타르가 사실은 누군가를 착취하며, 다소 추잡스러운 방식으로 그 자리까지 올라갔다는 점이다. 타르는 젊은 여성의 감정, 업무 능력, 재능을 착취하고는 적당한 보상을 하지 않았고, 그 누구보다 오케스트라 내부의 관계 역학을 기민하게 살펴 상승을 도모했다. 이제는 하락의 시간이다. 절정에 이른 타르의 커리어는 그녀의 위선이 야기하는 현실의 파열이 조금씩 커지면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영화가 타르의 상승과 하락을 풀어내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영화는 일반적인 상엽영화가 그러하듯 화면을 빠르게 전환하여 인과성을 쌓아가는 대신, 한 장면을 길게 보여줌으로써 마치 그 공간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인물과 서사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각 장면과 시퀀스를 채워나가는 배우들, 특히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가 압권이다. 그녀는 소수자이지만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예술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자기 행실은 추악한 모순적인 존재에 대한 막연한 상상력을 구체적 ‘현실’로 소환해낸다. 그리하여 '정치적 올바름''능력주의'가 공존하는 시대에 예술가 윤리라는 오래되었으나 낡지 않은 난제를 다시금 소환한다. 꼭 답변되어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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