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wr May 04. 2023

동생을 구하려다 세상까지 구해버린 남자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리뷰

7★/10★


  게임 원작 영화는 잘해야 본전, 대체로 손해다. 영화화되는 게임이 대체로 마니악한 경우가 많고, 원작에 대한 향수와 애착이 강한 팬들이 게임과 영화의 완성도를 혹독하게 비교하며 검증할 때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예외다. 이 영화는 올해 최초로 글로벌 수익 1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한다. 일부 팬들이 제기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원인이 뭘까? 우선 1985년 닌텐도에서 출시된 게임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보편적 인기를 꼽을 수 있다. 게임 원작 영화의 상당수는 게임이 원작이라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소개되는 일이 잦다. 게임의 낮은 인지도도 이유겠거니와 일부 팬들의 ‘완성도 검증’이 영화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너무나 많은 사람의 추억에 자리한 게임이다. 애초에 게임 원작 영화임을 ‘숨기기’는 불가능했다는 소리. 물론 그렇다고 흥행이 보장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여기서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흥행을 작품의 메시지와 볼거리의 관점에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주인공은 뉴욕 브루클린에서 배관공으로 일하는 마리오*와 루이지 형제다. 형제는 직원에게 못되게 구는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들만의 회사를 차린 직후다.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멋진’ TV 광고도 찍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두 사람의 광고를 ‘우습게’ 본다. 심지어 가족까지도 형제가 성공하리라 생각하지 않고 그들을 조롱하기 바쁘다. 마리오는 자존심이 잔뜩 상한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실력을 자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걱정스럽기도 하다. 남들 말처럼 자신의 무모한 결정으로 동생 루이지의 인생까지 망쳐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어서다.     



  그러던 중 마리오는 브루클린 공용 하수도에 배관 문제가 생겼다는 뉴스를 본다. 마리오는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기회라는 생각에 들떠 루이지와 함께 현장으로 향한다. 그러나 하수도 깊은 곳에서 다른 차원으로 연결된 배관에 빨려 들어가 ‘버섯 왕국’에 떨어지고 만다. 설상가상, 루이지가 세계를 점령하려는 악당 쿠퍼가 군림하는 ‘다크 랜드’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금은 어설픈 구석이 있는 루이지가 배관공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자기 욕심 때문에 위험에 처하게 되자, 마리오의 책임감이 불타오른다. 마리오는 불시착한 황당하고 새로운 세계에서, 동생을 구하기 위한 모험을 떠나기로 한다.     


  동생을 보듬고자 하는 형의 욕망을 바탕으로, 영화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우연히 만난 귀여운 친구 키노피오, 버섯 왕국의 공주 피치, 막강한 군대를 이끄는 고릴라 군단(‘콩 군단’) 등과 연합하여 악당 쿠퍼를 물리치고 동생을, 나아가 세계를 구하려는 것이다. 동생을 구하려는 ‘사적인 욕망’이 세계를 구하는 ‘공적인 욕망’으로 확장되는 과정에 주목해보자. 우리가 아는 영웅은 대개 공적인 일을 처리하기 위해 사적인 일을 희생한다. 사적인 삶에 몰두하는 소시민과 대비되는 영웅의 위대함을 부각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대중은 때때로 자기 삶을 돌보지 않는 영웅이 아닌, 자기 삶을 돌보다 보니 세상까지 구해버리는 영웅에 열광하기도 한다(온갖 고난 끝에 동생을 구하고 입맞춤까지 하는 〈겨울왕국〉이 대표적이다). 우리 시대의 키워드는 자아 존중과 자존감이다. 그리고 이런 키워드로 대표되는 우리 시대는 더는 자기희생적 영웅을 갈구하지 않는다(이는 어쩌면 사적인 세계가 결코 공적인 세계보다 덜 중요하지 않다는 정치적 깨달음의 결과일 수도 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또 다른 재미는 시각적 요소다. 마리오가 조금씩 강해지고 성장하는 과정에는 우리가 즐겼던 게임 요소가 상당 부분 업그레이드되어 화려하게 펼쳐진다. 슈퍼 마리오 시리즈 게임을 접했던 사람이라면, 2D로 즐겼던 투박한 이미지가 입체감을 갖춘 멋진 장면들로 치환될 때 직접 게임 퀘스트를 수행하는 듯한 쾌감을 느낄 것이다. 더불어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기존의 액션 어드벤처와는 다른 비주얼을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게임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상상력의 극적인 확장으로 인한 즐거움을,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른 영화에서 보지 못한 신선한 자극을 선사한다.     


  모든 흥행 분석은 사후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메시지와 볼거리가 극장에서 볼 영화를 까다롭게 선택하는 요즘 관객에게 어필하는 요소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어느 측면에서 보든,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대체로 푯값을 하는 영화다.          



*마리오 목소리에 크리스 프랫이 캐스팅되어 논란이 되었다. 원작의 마리오는 이탈리아 억양이 강하게 밴 중년 배관공인데, 크리스 프랫의 영어는 너무 말끔한 ‘미국 백인 영어’이기 때문이다. 대신, 영화는 이탈리아 이민자의 대가족 문화 등을 자연스레 보여주어 이런 논란을 비켜 가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피칠갑 가스라이팅에서 탈출해 혁명적 갓생 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