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때 늦은 로맨스

by 정상연

나는 지금 와이프와 6년 연애를 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해서 자연스럽게 결혼까지 갔다.

신혼인 지금 우리는 알콩달콩 재밌게 지내고 있다.


우리 신혼집에는 초롱이라는 강아지가 한 마리 있다.

내가 제주도에 살 때부터 함께 했던 강아지인데,

밤에는 나와 와이프 정 가운데에서 자는 그런 아이이다.


그저께 퇴근시간에 아내로부터 사진 메세지가 하나 날아왔다.

안방 사방에 쓰레기가 흩뿌려진 채로 난리가 난 모습이었다.

아뿔싸, 2달에 한 번꼴로 말썽을 피우는 초롱이의 짓이구나.


이윽고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아내는 예상 외로 울먹이고있었다.

초롱이가 난리를 쳐놓은 상황을 보고서 너무나도 놀라고 속이 상하다는 말을 했다.


나도 빨리 집으로 갈테니, 먼저 치우고 있으라는 말과 함께 통화를 종료했다.

갑자기 의문점이 생겼다.

초롱이가 정기적으로 난리를 친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예전에도 이럴 때마다 같이 방 청소를 했는데,

오늘은 유독 왜 이렇게 속상해할까?


나는 서둘러 집으로 갔다.

아내는 눈물을 글썽이며 방 청소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나도 소매를 걷으며 일손을 도왔다.


청소를 다 마치고

"다 끝났다!"라는 말과 함께 아내를 안아줬더니,

아내가 내 품에 안겨서 펑펑 울었다.


당황했다.

일단 아내 기분을 달래기 위해 족발을 시켜줬다.

쩝쩝 족발을 먹으면서 다행히 아내가 조금씩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기세를 몰아 TV에 웃긴 예능도 한 편 틀었다.


자기 전 침대 옆 간접등만 켜고서 아내가 나지막이 이야기를 꺼냈다.

최근 회사에서

인사이동으로 인한 부담감

납득할 수 없는 성과 보상 결과

등으로 고민이 매우 깊다는 얘기였다.


요 며칠 스트레스 때문에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한계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데,

퇴근 후 어질러진 안방을 보고 왈칵 눈물이 났다고 했다.


아닌 밤 중에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귀가 후 늘 환하게 나를 안아주는 아내의 얼굴에서 고민의 흔적을 읽어내지 못했다.

또 내가 베개에 머리만 대면 바로 자는 특성을 갖은 터라 와이프의 불면증도 몰랐다.


그렇게 나를 자책하며 한 시간 정도 아내의 직장 내 고민을 들어주었다.

중간중간 사장으로서의 내 견해도 전달하며 깊은 밤의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그날은 정말 오랜만에 아내가 나보다 먼저 잠들었다.


다음날 또렷한 정신으로 출근을 하는데,

처음으로 '아내를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6년 넘도록 씩씩한 여장부로 생각했던 그녀가 한없이 가엽게 느껴졌다.


아내가 직장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불합리한 상황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방법은 잘 모르겠다. 내가 어떻게 해줘야할지 모르겠다.


결혼나고나서야 뒤늦게 찾아온

'내 여자를 지켜주겠다.'라는 로맨틱한 이 목표.


그것을 이루기 위해 오늘부터 고민을 더 해봐야겠다.

이러다 나한테도 불면증이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두렵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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