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입양 가던 날

by cypress


실종된 삼색이와 치즈 형제의 엄마.

내가 아는 치즈 길냥이 중에

가장 사람을 좋아하고

가장 식탐이 강한 장화.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그 눈을 다 맞으며

아파트 단지와 공원을 누비던 아이.






1년 전 이맘때 처음 만난 날에도

벤치에 앉아있는 나에게 먼저 다가와

얼굴을 부비던 장화는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도 달려가

배를 내밀며 뒹굴고 골골송을 부르는 아이였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순한 성격 덕분에 바로 중성화를 시킬 수 있었고

방사 후, 장화는 아이들에게 밥자리를 물려주고

공원을 떠나 아파트로 들어게 되었다.


이곳에서 어떤 이에게는 발길질을,

어떤 이에게는 돌팔매를 맞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밥과 간식을 받아먹으며

지치고 두려운 길 위에서의 삶을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살아갔다.






하지만 추운 겨울, 영역 싸움에 밀려

내가 만들어준 겨울 집을 다른 고양이에게 빼앗기고

다시 정처 없이 방황하기도 했던 아이.






그날, 밥엄마들이 깔아준 이불 위에 앉아

털장갑을 덮고 있던 장화는

피곤에 지쳤는지

금세 꾸벅꾸벅 곯아떨어졌었다.






사람을 너무 사랑해서

인간이 자기를 해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결코 하지 않는 장화는


그렇기에, 싫다고 발길질하는 사람들과

다가오지 말라고 돌을 던지는 사람들의 신호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밀쳐지고 던진 돌에 위협을 받아도

금방 다시 그들에게 다가가곤 했다.


그것이 이 착하고 착한 생명체를

더는 길 위에 두고 들어올 수 없는

단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더는 비를 맞지 않아도 되는 곳,

더는 눈을 맞지 않아도 되는 곳,

더는 추위에 떨며 쏟아지는 잠을 뿌리치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곳,

무엇보다, 더는 사람들의 학대와

하찮은 이유들로 인한 경멸을 받지 않아도 되는 곳.






길냥이들을 너무도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착하고 귀여운 쌍둥이 언니들
그리고 장화만큼, 어쩌면 장화보다 더 착

덩치는 표범 만하지만 세상 순둥이 남동생이 있는 곳.

따뜻한 가족이 많은 새로운 보금자리가

장화의 진짜 집이 되었다.






처음 만난 날,

향희는 장화를 보자마자 배를 보이며 누웠고

장화는 그 흔한 하악질 한 번을 하지 않았다.





향희는 철망 사이로 발을 넣어

나 좀 봐 누나, 하며 장화 앞발을 톡톡 두드렸고

장화는 가만히 그 손길을 받아들였다.






다음 날 검진받으러 간 병원에서는

이동장에서 꺼내 주자마자 세상 순둥이가 되었고

의사쌤은 정말 길냥이가 맞냐며

윤기 나는 털과 의젓한 자세를 칭찬했다.


그리고 진짜 '엄마'의 손길에

지긋이 눈을 감고

그 따뜻한 온기를 온전히 느껴주었다.






그리고 입양 사흘 후...

엄마 무릎에 올라 품에 안겨

얌전히 골골송을 부르는 장화.

참... 쉬운 놈..............;;






그리고 입양 20일째인 엊그제.

평화로운 남매의 CG 같은 한 때.

향희가 앞에 있긴 하지만

덩치 차이 무엇;;






이렇게 덩치가 큰데

밥 먹을 때 장화가 식탐 부리며 때려도

그 매 다 맞으며

반항 한 번 안 하고 물러서는 세상 착한 귀요미.






이 와중에 장화는 동생 꼬리만 노리고...ㅎㅎ


합사 매뉴얼을 잘 알고 있지만

합사 과정이 필요도 없을 만큼

첫눈에 서로가 서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아이들.


작년 시월 우연히 장화를 만나 수술을 시키고

그 아이들을 여태 밥을 먹이며 보살피고

길 아이들에게 밥을 주던 어느 밤

또 다른 밥엄마를 만나 친분을 쌓고

결국 따뜻한 그분들께 장화를 입양 보낸

이 1년 여의 시간,

이 시간을 나는 인연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태어나 내 가족, 내 입과 내 뱃속에 들어가는 것 외에

나에게 아무런 이익도 주지 않는 누군가를 위해

내 시간과 돈과 마음을 들여 돌보는 일.


저 고달픈 생명들을 돌아봐줄 여유가

당신에게 있는지 섣불리 묻지 않는다.

동참해달라 하지 않고

실천하지 않는다 비난하지 않는다.

경멸과 학대 대신

차라리 그저 무관심해달라 청해 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어라도 하는 이들을 비난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들 틈에서

나라도, 라는 마음을 먹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건 좀 더 많이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면 왜 어려웠는지

조금은 어리둥절하게 느껴지는 일,





그것은 바로


길에서 태어났지만 우리의 이웃인

길냥이들을 사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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