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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서노송예술촌

나도 몰랐던 전주의 또 다른 모습에 관하여

by 심원철


내가 그곳을 처음 가게 된 날은 나름의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전주도시혁신센터와 전주시청 일자리종합센터를 찾았지만, 결국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나와 버린 그 날이었다. 혁신센터를 찾기 위해 대우빌딩 근처에 내린 나는 표지판을 보고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 당도하게 되었다. 텅 빈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신비한 장소. 그렇다. 그곳은 서노송예술촌. 한때 '선미촌'이라 불린 곳이었다. 낮선 풍경에 신비함을 느끼면서도 서둘러야 했던 지라 빠르게 그 곳을 벗어났지만, 나의 마음 한 구석에는 호기심이 피어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전주에서 자랐음에도 지금껏 TV 뉴스 정도로만 보아오던 곳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나도 몰랐던 전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언젠가 다시 한 번 이 곳에 와보자는 생각만 하고 그 날은 그렇게 흘러갔다.


오늘, 두 번째로 그 곳을 찾았다. 이번에는 사진을 찍어보기로 했다. 지금 이 글에 올라가있는 사진들은 모두 두 번째 방문 때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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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이 어떤 곳이었나를 알려주는 '작은 비석'. 역사는 의외로 오래 되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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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아빠진 주의 표지판. 비석과 더불어 과거를 기록하는 증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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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현재를 상징하는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 건물 앞. 선미촌은 2013년부터 여성 인권과 문화 예술을 주제로 거리를 서노송예술촌으로 재구성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잘 진행된다면 팔복동의 예술공장 사업과 더불어 전주의 양대 예술의 거리가 탄생할 것이다.


이렇게 두 번에 걸쳐서 구 선미촌, 현 서노송예술촌을 둘러보고 나니 지난 60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 동안 이 곳에서 무엇이 벌어졌는지 더욱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 곳에 기억공간이 존재하는 의미도. 앞으로 그 곳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찾아 그 사람에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여성인권지원센터나 민관협의회를 찾아간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대략 1/4 정도 남은 2018년의 소소한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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