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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shirley May 14. 2024

호주 졸업비자 35세 나이제한 변경안 발표

-졸업과 36세가 얼마 남지않은 유학생의 심경

결국 우려하던 것이 오고야 말았다.


2024년 7월1일자로, 졸업비자 485비자 신청을 35세 이하로만 제한하겠다는 이민법이 결국 공표화 되고 말았다.

내 석사 졸업은 올해 10월로 예정되어있고, 나는 9월이면 36세가 된다. 모두 7월 이후이기때문에 졸업을 한다해도 결론적으로 나는 졸업비자를 신청할수 없게된다. 겨우 한달차이다. 일부러 엿먹으라고 판을 짜도 이렇게까지 정성스럽고 얄궂게 타임라인을 짤수 있을까.

지금 내가 1000시간 무급실습과 일, 과제를 병행하는 빡센 갓생을 버텨내고 있는건 오로지 졸업비자라는 졸업후 2년동안은 학업 부담없이 오로지 풀타임으로 일할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2년간 학생으로서의 삶을 버텨낸 보상과도 같은 시간이고, 일한 경력을 토대로 기술심사를 받을수 있기 때문에, 영주권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비자였다.

대안비자가 있는지 유학원과 법무사분들과 상담을 해보고 있지만 당장 뚜렷한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졸업비자를 신청하지 못하게 된다면 12월 학생비자 만료 후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내가 늦은 나이에 호주로 와서 석사를 공부하기로 결정한건, 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2년만 버티면 2년은 일만할수 있는 시간 주어지기 때문이었고, 졸업비자는 이 힘든시간을 버텨낼 동기부여였다. 하지만 나이로 인해 이 모든 기회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하다니, 호주라는 나라는 한국보다는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기회를 더 많이 주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공공연하게 나이로 인해 차별을 당하게 되니 억울한 마음을 가눌길이 없다.

계획이라는게 의미가 있기는 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한치앞을 알수 없는 막막한 미래, 너무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다가와서 숨이 막히는 현재의 나, 끊임없이 과거의 빛났던 나의 모습들만 그리워 하는 내모습이 그렇게 처량할수가 없었다. 모티베이션을 잃은 나는 이 유학의 의미를 어디에도 찾을수가 없었다. 어마어마한 학비를 내면서 600시간 무급 인턴시간을 채우는 것도, 실습 끝나고 밤늦게 일을 해야하는것도, 휴일조차 반납하며 과제를 해야하는것도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호주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 다시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해외에서 석사를 하고 싶었고, 해외에서 일을 하면서 살아보고 싶었다. 조금 덜 일해도 충분히 먹고살만큼 벌면서, 비교로 인한 박탈감 느끼지 않고, 휴가도 눈치보지 않고 쓸수있는 환경에서 조급하지 않고 여유롭게, 조금더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것 같고 그게 호주에서라면 가능할거라고  생각했다. 영주권에 대한 강렬한 니즈로 시작한 유학은 아니었지만, 이 학위를 발판으로 취업을 하고 영주권을 위한 자격이 갖춰진다면 나름 괜찮은 플랜이라고 생각했다.

멘탈을 다잡는데 여전히 시간이 걸리는 중이다.

이민법이 밥먹듯이 바뀌는 이 나라는 나에게 생각지 못한 좌절감을 줬고, 이제 졸업까지 6개월 정도 남은 이시기에 포기하기 딱좋은 상황을 만들어주는데 몇번이고 다 내려놓고 한국가는 비행기를 끊을까 고민했다.

그러다가도 내가 여기서 모든걸 포기한다면 나는 학위도 얻지 못한채 중도포기자가 되어버린다는 건데, 그동안 버텨온 시간과 노력들이 너무나 아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떠올렸다. 나는 승무원이 되고 싶었던 열정하나로 수많은 국경을 넘으며 서른번도 넘는 면접에 탈락하면서도 오뚝이같이 다시 일어나 도전했던 강한 맷집과 집념의 소유자였다는 것을..! 그때도 국적컷, 서른살 이상 지원자는 암묵적으로 탈락한다는 무수한 루머들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승무원이라는 꿈을 이뤘고, 내 길을 증명해냈었다.

앞으로 어떤 비자법 디테일이 나올지, 전혀 예상할수가 없다. 이미 학업을 시작한 학생들에게 예외규정을 주는법안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 또한 나의 바램일뿐 큰 기대를 할수 없다는걸 알고있다.

내가 지금 할수 있는건 최선을 다해 내 학업을 끝내고 졸업해서 석사학위를 따는것.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라 했듯이 최선을 다해 대안을 찾아 보고 노력할것. 그럼에도 최악의 시나리오로 졸업비자를 받지 못한다 해도 그게 내 인생의 끝을 의미하는건 아니니까.


인생에서 행복에 대해 정해진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왔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벌써부터 겁내지 말고 차근차근 내 페이스대로,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나만의 답을 써내려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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