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서비스 기획자가 바라 본 온라인 여행시장.
이번 주제는 온라인 여행정보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이다. 국내/해외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여행 콘텐츠 분야는 내가 가장 오랫동안 경험했던 분야인데, 서비스 운영자에게는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사업 아이템이지만 수익창출이 정말 어려운 분야이다. 글의 제목처럼 흥하기 어렵다. 그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여행정보 서비스의 성격부터 정의해보자. 여행정보 서비스의 기본 로직은 ①콘텐츠를 수집/제작해 서비스에 배포하고 ②콘텐츠 소비자로부터 트래픽을 발생시킨다. ③이후 발생 트래픽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이다.
요약하면 트래픽 기반 사업이며, 이 구조는 미디어/SNS 서비스와 유사하다. 따라서 여행정보 서비스는 여행 미디어 서비스라고 정의할 수 있다.
- 언론 미디어 : 매일경제, 디스패치, 허핑턴포스트 등
- 콘텐츠 미디어 : 피키캐스트, 빙글, 잡플래닛 등
미디어 서비스는 트래픽 기반 광고수익이 주요 수익모델이다.
여행 미디어 시장의 초기 플레이어는 윙버스였다. 당시 윙버스는 사용자의 참여, 공유, 개방을 잘 이끌어내 웹 2.0의 요건에 부합된 트렌디한 서비스를 구축했고, 약 3년 후 NHN에 인수되었다. 윙버스의 고객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으나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었고, 지금처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했던 시기가 아니었기에 NHN으로의 인수 합병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이후 맛집을 소개하는 윙스푼 서비스도 오픈하고 대대적인 여행서비스 개편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했으나 결국, 2014년 윙버스 서비스는 종료되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여행 미디어 시장에는 누가 활동하고 있을까? "여행 미디어=콘텐츠 기반 사업자"라고 정의했을 때 투어팁스, 어스토리, 위시빈, 스투비플래너, 투어플랜비, 트래블라인, volo, 대한민국 구석구석 등이 있다. 이들 대부분이 투자 지원을 받고 있으며, 투어팁스를 제외한 나머지 서비스는 사업 운영을 위한 수익모델이 불안한 상황이다. 투어팁스의 수익모델은 다음 포스팅을 통해 별도로 다룰 예정이며, 한국관광공사는 공기업인 관계로 비교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겠다.
자, 이제 여행 미디어 서비스의 큰 그림이 정리됐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 여행 미디어 서비스가 왜 흥하기 어려운지 그 이유를 살펴보자.
정리하기에 앞서 여행 콘텐츠를 소비하는 가상 인물을 설정해 고객 행동 흐름을 파악해보자. (페르소나)
대학교 3학년인 혜리는 유럽여행을 떠나기 위해 6개월간 밤낮없이 아르바이트를 했고, 드디어 계획했던 돈을 모두 모았다. 이제 한 달 뒤면 유럽여행을 떠난다. 런던으로 입국해 로마로 출국하는 비행기 편은 지금 막 예매했고, 여행 계획을 제대로 준비해서 알차게 즐기고 싶다.
유럽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기 때문에 다녀온 친구들에게 물어도 보고, 꽃보다할배도 챙겨보고, SNS도 둘러보고, 여행서적도 찾아본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랑 카페를 검색하며 사람들의 후기도 읽어보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질문을 남긴다. 구글 지도를 통해 여행 동선도 확인하고 에버노트와 엑셀을 이용해 나만의 여행 계획을 정리한다.
위 설정은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유럽 여행을 계획하는 과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이러한 고객 흐름을 바탕에 두고 고객과 여행 미디어 서비스의 관계를 파악해보자.
여행정보 서비스가 흥하기 어려운 이유!
여행 미디어 서비스는 대부분 해외여행 정보와 제주도 여행정보에 특화되어 있다. 고객은 여행을 준비하는 시점에 여행정보를 탐색하는데 해외여행을 떠나는 인구가 많지 않다. 또한 많이 가야 1년에 한두 번이다. 결과적으로 트래픽 수요가 적다.
서비스 제작자인 나부터도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네이버 블로그를 검색하고, 네이버 여행카페에서 궁금증을 해결한다. 블로그에서는 최신 후기와 다양한 경험담을 만나볼 수 있고, 카페에서는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여행 팁을 얻을 수 있다. 질문을 남기면, 지금 여행 중인 사람 또는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빠르게 답변을 남겨준다. 네이버 카페 유랑의 경우 약 150만 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으며, 하루 10만 명 이상이 매일 매일 방문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여행지명, 주소, 연락처, 운영시간 등의 기본 정보는 고객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다양한 여행 팁, 여행자 리뷰, 감성적인 사진 등이 결합되어야 콘텐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데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콘텐츠 수집에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여행지에 직원을 출장 보내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고, 여행서적이나 블로거 글을 인용하자니 저작권이 문제 된다.
또한 여행정보는 시시각각 변한다. 어제의 에펠탑 입장료가 오늘 아침에 달라질 수도 있으며, 등록해 놓은 맛집이 예고 없이 이사하거나 사라질 수도 있다. 과거의 정보는 곧 잘못된 정보이고 반복적으로 잘못된 정보가 노출되면 고객은 서비스를 이탈한다. 이러한 관리 이슈는 여행 지역이 늘어날수록 점점 더 많아진다.
결과적으로 여행자에게 100% 신뢰를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고객은 우리 서비스에 방문은 하겠지만 만족스러운 정보를 얻지 못하고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충족한다.
위에서 정리한 여행 미디어 서비스 중 어스토리, 위시빈, 스투비플래너, 투어플랜비 4개 사는 여행 일정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여행 일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 대부분이 여행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여행 일정 서비스가 탄생했는데, 아무리 쉽고 편리하게 서비스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툴로 일정을 계획하기 위해서는 학습이 필요하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여행 일정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금 써보다 사용이 어려우면 금세 포기하고 본인에게 손에 익은 엑셀, 워드, 한글, 에버노트 등으로 여행을 계획한다.
사실, 여행 일정 서비스 운영자가 그리는 이상적인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① 여행 일정을 쉽고 편리하게 계획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해 많은 사람들이 일정을 만들고 공유하도록 유도한다.
②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들은 우리 서비스에 접속해 다른 사람들의 여행 일정을 참고한다.
③ 1,2번의 반복을 통해 많은 트래픽을 만들어내고 이를 기반으로 수익모델을 만든다.
하지만, 1번과 2번은 실현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번의 경우 아무리 쉽고 편리한 여행 일정 툴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새롭게 학습해야 한다는 진입장벽이 발생하고, 진입장벽을 넘어선 사용자들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여행 일정을 100% 공개하지 않는다.
2번의 경우 양질의 여행 일정 콘텐츠가 누적되어야만 타인의 여행 일정을 참고할 수 있는데, 1번의 이유로 양질의 콘텐츠가 생산되기 어렵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유통되는 대부분의 여행 일정이 계획 단계의 일정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여행 일정을 철저히 계획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여행을 떠나 보면 일정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들이 여행을 다녀와서 해당 서비스의 일정을 업데이트 해준다면 모를까. 대부분의 고객들은 여행을 다녀온 뒤 여행 서비스를 다시 찾지 않는다. 여행을 정리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 블로그에 공유한다.
여행 미디어의 수익모델을 종합해보면 [광고], [항공/호텔 가격비교], [상품 판매 사이트 아웃링크], [현지 상품 이용자 모객]의 형태를 띠고 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여행 미디어가 그다지 매력적인 광고 채널이 아니고, 운영자 입장에서는 상품 판매 시스템이 없기에 타사 상품을 연계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각각의 수익모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여행 광고
여행 시장의 광고주는 여행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크로스 전략마케팅팀이 발행한 2013년도 여행업종 온라인 광고 집행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013년 한 해 동안 약 92억 원의 광고가 집행되었고 83% 이상이 포털 광고에 집중되었다고 한다. 이 중 20%만 가져와도 수익에 큰 도움이 될 텐데 여행사는 여행 미디어 서비스에 광고를 집행하지 않는다.
이유는 상품 판매에 크게 도움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사는 상품 판매와 직결되는 패키지 상품/호텔 키워드 광고 등을 선호하는데, 여행 미디어는 대부분 관광지 콘텐츠에 집중되어있다. 서비스 성격상 상품 판매와의 연결고리가 제한적이고, 이러한 이유로 광고주는 여행 미디어에 광고를 집행할 만한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다.
항공/호텔 가격비교
광고 사업은 광고주 모집에 어려움이 있지만, 가격비교 사업은 광고주 없이도 바로 시도해 볼 수 있는 수익모델이다. 일정 트래픽만 나와준다면 스카이스캐너의 항공권 가격비교, 호텔스컴바인의 호텔 가격비교 페이지를 붙여볼 수 있는데 방대한 트래픽이 뒷받침되어야만 재미를 볼 수 있다. 가격비교 서비스에 대한 내용은 다음 포스팅을 통해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상품 판매 사이트 아웃링크 & 현지 상품 이용자 모객
여행 미디어는 상품 판매 시스템이 없다 보니 직접 판매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타사 서비스로 아웃링크 시키거나 상품 이용자를 모객하는 형태를 취한다. 판매당 수수료가 주요 수익모델인데 이 또한 트래픽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위에서 언급한 수익모델 및 현황을 정리해보면,
- 상품 판매와 직결되는 콘텐츠가 없다 보니 광고주를 모집하기 어렵고.
- 상품 판매 시스템이 없다 보니 타사 서비스로 아웃링크 시키거나 모객 대행 형태를 취한다.
- 방대한 트래픽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아웃스탠딩의 수익화 문제로 고민 중인 SNS 스타트업 기사에 따르면 월간 이용자 수(중복 방문자 제외)가 500만 명은 넘어야 안정적으로 콘텐츠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 일상의 재미와 흥미 중심의 콘텐츠를 발행하는 떠오르는 신성 피키캐스트의 월간 이용자 수가 218만 명이었다고 하는데(2015년 7월 기준). 1년에 한두 번 해외여행을 떠나는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여행미디어 서비스의 이용자 수는 불 보듯 뻔하다. 마케팅 유입을 제외한 진성 유입을 계산해 봤을 때 50만 명만 나와도 잘 나왔다고 볼 수 있으며, 정말 대박 터졌다고 하더라도 100만을 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월간 이용자 수 100만으로 트래픽 기반 사업을 존속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래서 글의 제목처럼 여행정보 서비스는 흥하기 어렵다.
하지만, 해외여행정보 서비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여행자들의 숙박 리뷰를 바탕으로 호텔 가격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립어드바이저의 2014년도 매출은 한화 약 1조 5천억 원, 영업이익은 약 4,110억 원이다. (나스닥 재무제표 참조) 트립어드바이저의 영업이익은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의 전체 매출보다도 많으며, 2015년 실적이 최종 확정되면 매출 2조 원은 무난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왜 해외는 잘되고, 국내는 안될까?
여행시장의 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미국은 내수 여행 시장이 굉장히 활성화되어있다. 타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비행기는 물론 숙소를 예약해야 하는데 낯선 지역이다 보니 숙소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숙소 정보를 얻기 위해 트립어드바이저를 방문하고 여행자들의 리뷰를 참고한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숙소를 발견하면 가격을 비교하고 최저가 OTA를 통해 예약을 진행한다. 숙박 정보를 얻으려는 트래픽이 집약적으로 모이기 때문에 이를 통한 막대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방대한 여행인구 + 지속 갱신되는 숙박 리뷰 + 호텔 가격비교" 3박자가 환상적으로 조합되었기에 트립어드바이저는 지속적으로 흥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는 저 3가지 조합을 만들어내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다시 한 번 흥하기 어렵다.
아.. 쓰고 보니 너무 아쉽다. 여러 제약사항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흥하는 국내의 여행 미디어가 꼭 나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