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무의 휴가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지내고"

by 자연처럼

부시시하게 잠에서 깬 율무는

주방에서 움직이는 동안

습관처럼 턱을 괸 채

거실 바닥에 엎드린다.


칙칙거리는 압력솥의

추 돌아가는 소리와

솔솔 풍기는 계란 삶는 냄새에

율무는 분주해진다.


냄새와 소리의 하모니는

잠자던 식탐을 일깨운다.

이렇게 행복할 수가!

뜻한 바 욕망을 채우며


아침 잠깐의 산책 시간

땀은 줄줄 흘러내리고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피해

얼른 집으로 향했다.


이제는 잠시 헤어질 시간

퇴근 후 돌아올 때까지

혼자만의 시간

외로움을 이겨야 한다.


아침에 쪄둔 단호박으로

간식 시간을 갖는다.

노오란 색깔의 달콤한

유혹은 너무 참기 힘들다.


오늘은 아쉽게도

율무와 헤어지는 날

익숙한 자동차 소리에

반가운 탄성을 지른다.


"이리가 어린양과 함께 지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사자*와 살진 동물이 모두 함께 있을 것이고, 어린아이가 그것들을 이끌고 다닐 것이다."

(이사야11:6 신세계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