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내리는 눈

"광야와 메마른 땅이 기뻐하며"

by 자연처럼

​세상천지가 벚꽃으로 가득하다. 공원은 물론 도로변 가로수와 호숫가까지 눈부시게 환하다. 오늘은 봄비가 시샘을 하듯 가느다란 빗방울을 뿌린다. 곳곳에 흐드러진 벚꽃은 마치 한겨울 하얀 눈이 세상을 뒤덮은 것처럼, 봄날에 내리는 설경이 되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승용차 뒷좌석에 강아지를 태운 가족들은 창밖으로 스며드는 싱그러운 봄 내음을 만끽한다. 기분이 고조된 강아지는 코를 킁킁거리며 신이 난 표정으로 두리번거린다. 버스를 기다리던 외국인도 이 평화로운 광경이 흥미로운지 강아지의 모습을 연신 카메라에 담는다.


​버스에 몸을 실은 승객들의 마음도 설레기는 마찬가지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연둣빛 산과 나무, 그 사이에 어우러진 벚꽃의 순백색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눈을 떼지 못한다. 꽃잎이 나뭇가지에 오래도록 머물러 주길 바라지만, 야속하게도 활짝 핀 꽃은 머지 않아 바람에 몸을 맡긴다.


​이 감동을 놓치지 않으려면 일상의 분주함을 잠시 내려놓고 소문난 꽃길로 나서야 한다. 조금만 망설이다가는 이 찬란한 광경을 보기 위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고 바람까지 가세하면 연약한 꽃잎은 더 이상 견딜 힘이 없어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그렇게 길 위에 쌓인 꽃잎은 다시 한번 하얀 눈처럼 쌓여 장관을 이룬다.


​봄기운 덕분인지 산책을 나온 반려견과 주인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오랜만의 꽃구경에 들뜬 반려견은 꼬리를 흔들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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