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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창영 Mar 22. 2018

아내가 원하는 것 들어주기 프로젝트2

가족의 힘1

*가족의 힘 1 (아내가 원하는 것 들어주기 프로젝트 중 2번째)   

 

아내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아내가 원하는 것 들어주기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아내 모르게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아내가 ’서울에 사는 아들에게 함께 가주기를 원한 것’을 들어준 것이다. 아내는 12일의 긴 휴가를 얻었다. 이 휴가를 그냥 보내기 아쉬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했고, 그것은 서울에 사는 큰아들을 보러 가는 것이었다.


요즈음 나의 생활은 무척 바빴다. 아내는 서울에 함께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말을 꺼내지 못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바다에 드라이브 갔을 때 내가 먼저 서울에 함께 가자는 말을 꺼내었다.

서울에 있는 아들은 대학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한 후 친구 두 명과 함께 창업하였다. 거의 2년 전에 시작한 일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 이번에 새로운 사업장을 열었다. 세 명 모두 산업디자인을 전공하였기에 그들 스스로 리모델링을 한 것이다. 아내는 그 사업장을 보고 싶어 했다.


아들을 보러 가기 며칠 전부터 아내는 수선을 떨었다. 평소 회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회를 사고 싶어 했으나 출발하기 며칠 전에 출발 당일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온다고 되어있었다. 망설이며 나에게 물었다.

“비가 오는 날은 회를 먹지 않는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괜히 먹고 배탈이라도 나면 안 좋지 않을까? 성원이가 곰장어를 좋아하니 곰장어를 사가자.”

“와! 당신은 천재입니다.”


하면서 아내는 좋아했다. 그런데 출발하기 하루 전날 일기 예보가 바뀌었다. 며칠 전에는 비가 온다고 하였지만, 하루 전날 일기예보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하여 회를 사기로 한 것이다. 울산은 바다가 바로 옆에 있어 회는 아주 싱싱하고 맛있다. 큰아들에게 회를 사주면 서울에서는 이 맛이 나지 않는다고 먹을 때마다 감탄하곤 했다. 아내는 하루 전날 농수산물 시장에 가서 싱싱한 상추와 깻잎, 오이, 고추 등을 사 와서 식초를 넣고 깨끗하게 씻었다. 싱싱함이 유지될 수 있도록 비닐 팩에 넣고 냉장실에 보관했다. 그 정성은 과히 금메달감이었다. 그리고 출발하는 날 새벽에 둘째를 깨워 농수산물 시장으로 향했다. 광어와 밀치 등을 사는데, 아내가


“노태권 오빠 것도 사요.”

라고 말했다.

“좋지. 그렇게 합시다.”


노태권 형님은 아내의 수양 오빠이다. 아내가 노태권 형님을 처음 만난 것은 울산 MBC 방송사에서 진행했던 ‘에듀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의 강의를 듣고 난 뒤이다. 아내는 강의 시간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고 한다. 그래서 강의를 마친 후 저자 사인회를 하는 시간에 노태권 형님으로부터 따로 연락처를 받았다. 당시 가족들 때문에 힘겨운 상황이었던 아내에게 형님의 살아온 이야기는 한 가닥 희망이 되었다고 한다. 이날 이후 형님과 형수님(난 이렇게 부른다.)과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노태권 형님의 이야기를 잠시 소개하면,    


노태권 형님은 여러 번 사업에 실패하고, 연고도 없는 춘천으로 무작정 내려갔다고 한다. 중졸 학력이 전부였던 그는 공부에 한이 맺혀 있었다. 그래서 막노동을 하면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형님의 아내는 늦은 밤, 식당일을 하고 돌아와서도 난독증으로 글을 읽고 쓰기 힘들어하는 남편을 위해 공부할 내용을 A4용지에 큰 글자로 옮겨 적었다. 그 글자 수가 천 만자가 넘었으며, 글자를 적느라 손가락 끝 마디가 바깥으로 휘어졌다고 한다. 그 고난의 길에 밝은 빛이 보였다. 배움의 길에 들어선 지 7년째인 2006년에 수능 모의고사 7번을 쳐서 모두 만점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공부에 몰입하는 동안 두 아들은 게임에 빠져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

“내가 내 공부에 빠져 아이들을 잊고 살 때, 아내 또한 생업에 종사하느라 아이들을 보살필 시간이 없었다. 나의 7년 공부가 아이들의 꿈을 빼앗아가고 만 것이다. 내 공부도 중요하지만, 자식들에게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 나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내 공부를 포기했다.”


노태권 형님의 결정은 단호했다. 아이들을 위해 그토록 열심히 하던 공부를 포기하고, 먼저 아이들과의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아이들의 정신적, 신체적 병을 치료하기 위해 8000km를 함께 걸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기 시작했고 두 아들을 모두 서울대 장학생으로 합격시키는 꿈을 이루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적은 ‘공부의 힘’이란 책을 세상에 내어놓았다. 비록 자신의 대학진학이라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전국을 돌아다니며 1000회가 넘는 강연회를 가졌다. 또한, 명강사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으며, 방송 출연을 하는 등 전과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현시대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은 일과 가정에서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그들에게 노태권 형님의 강의는 한 줄기 빛을 밝혀줄 등대가 되기에 충분하다. 사업실패를 겪었고 좌절도 하였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재기에 성공한 사례는 좌절에 빠진 이 시대 아버지들에게 새로운 살아갈 힘을, 그리고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는 하면 된다는 희망과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아내와 몇 번의 만남을 부부동반으로 가졌다. 그러면서 생각한 것은 노태권 형님의 의지도 높이 평가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남편을 섬기고 올곧게 일으켜가는 아내의 헌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서울에 올라가 그 부부를 만났을 때, 남편이 말할 때마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듣는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매 순간 눈을 마주치며 반응하고 집중하는 아내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최근에 나에게 보내준 수필 한 편을 읽어보며 느낀 점은, 가정이 해체될 상황에서도 부부 중 어느 한 사람이라도 헌신과 사랑의 마음이 끝까지 변하지 않고, 잘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진다면 반드시 그 가정을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그 한 사람이 기둥이 되어 협력한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힘이 생기며, 그것이 가족의 힘이란 사실도.


요즈음 경제적 위기와 사회불안 속에서 가정이 해체되거나 자녀들의 여러 중독 현상들을 보면서 노태권 형님과 그 아내의 이야기는 위기의 가정과 자녀들에게 많은 귀감이 될 것이라 믿는다.    

서울에 도착해서 먼저 큰아들 사업장에 사 온 회와 음식을 내려주고 노태권 형님 부부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여전히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서로 시간이 바빠 긴 이야기는 나누지 못하고 준비해간 회와 매운탕을 끓일 수 있는 재료를 주었다. 형님과 형수님이 너무 고마워했고, 기름값이나 하라면서 돈이 든 봉투도 주었다. 거절하였지만 너무 강권하였기에 받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받았고 감사했다.


저녁과 그다음 날에 아내에게 온 형수님의 두 통의 문자는 너무 감동적이었다. 너무 잘 먹었다는 말을 어떻게 그리 감동적으로 할 수 있는지. 오히려 너무 작게 준비해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첫째 날은 회를 가지고 노태권 형님의 어머니집에 가서 노모와 함께 드셨다고 한다. 그리고 한 팩과 매운탕 재료를 가지고 집으로 와서 두 아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많이 사가지고 가는 건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밀려왔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관계를 맺고 산다. 많이 만난다고 깊은 만남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마음과 마음이 손을 잡을 때 진정한 관계가 됨을 느꼈다. 그것은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과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계산하지 않는 마음, 이해하는 마음이 있어야 좋은 관계가 유지됨을 느꼈다. 아래 시는 예전에 쓴 시이다. 노태권 형님 부부를 생각하니 문득 ‘만남’이란 시가 생각이 나서 실어보았다.    


만남이란( 카페 맘스허브에서)    


김훈의 흑산을 읽다가

수평선은 바다의 선이 아니라

눈에 그어진 선이란 말이 가슴에 들어왔다.    


수평선은 실상 선이 아닌

허공이라는 사실.    


맘스허브에서 글을 쓰는 이 시간

머스마와 가시내가 들어왔다.

만나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주고받는 말에서 허공의 들뜸이 묻어있다.    


그 설렘이 아주 오래전의

추억의 느낌까지 불러온다.

하지만 아직까진 수평선이다.


닿아있는 듯하지만 실제론 떨어져 있는    

내가 믿고 있는 만남이

얼마나 많은 만남이

허공인 채

내 눈 안의 선일뿐일까?    


만남이란 사람의 바다와 사람의 하늘이

만나는 일이다. 


수평선처럼 허공이 아닌.

서로 마음이 손잡는 일이다.    


노태권 형님은 하루에 한 끼밖에 먹지 않으면서도 잠자는 시간도 쪼개어 노력하며, 지금은 마라톤 연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노태권 형님의 노력은 진짜 대단하다. 하지만 더 대단한 것은 최악의 상황을 극복해낸 가족의 힘이다. 막노동하는 가장과 게임과 우울증에 빠진 아들들과 생계유지를 위해 식당에서 일한 형수님. 그때의 상황은


어쩌면 형님의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해내었고 형님과 형수님은 강사가 되었고, 아들들은 서울대 장학생이 되었다. 똘똘 뭉친 가족의 힘은 어떠한 힘든 상황도 극복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난 절대 노태권 형님 혼자 이루어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형님이 기둥이 되고 형수님이 지원을 해주었으며, 아들들이 따라주었기에 가능했다.


우리 가족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난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있었고, 아내는 생계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였고, 아이들은 방황하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술을 끊었고 아내는 방과 후 교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큰아들은 창업하여 나름으로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둘째는 아직 부족하지만 스스로 길을 찾을 것이라 믿는다. 노태권 형님의 가족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지만, 우리 가족은 예전의 상황보다 한 단계 좋아졌으며, 완전히 좋아지는 것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왜냐하면    


“가족의 힘을 믿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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