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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은 낭만부부

부제 : 예전에 당신이 씌어준 우산은 찢어진 우산이었어요.

by 윤창영
토요일은 낭만부부


부제 : 예전에 당신이 씌어준 우산은 찢어진 우산이었어요.


토요일은 낭만부부로 살아가는 날이다. 약간 흐릿한 날. 논술수업을 하는 아내를 농서 초등학교로 태워주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매곡 도서관에 가서 글을 썼다. 인터넷 작가 사이트 브런치에 올린 글이 조회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 기분이 좋았다.


이제 시작한 지 보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오늘로 누적 조회 수가 27만회가 넘어갈 것 같다. 내친김에 100만 조회 수 돌파라는 목표를 세웠다. 글을 쓰면서 조회 수를 점검하는 것이 하나의 큰 즐거움이 되고 있다. 12시 30분에 태우러 오라는 아내의 문자를 보고 12시 10분경에 출발하여, 아내를 태웠다. 항상 정자 바닷가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고 대화를 하곤 했는데, 봄이라 그런지 분위기를 바꾸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날씨는 전형적인 봄 날씨로 햇빛이 아주 부드러웠다. 가슴 속의 설렘 세포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오늘은 경주로 가는 것이 어때요?”

라고 제안을 하자, 아내는 아주 좋아하였다. 그래서 경주로 출발하였다. 차를 타고 가는 중에 아내의 지인이 공예 전시회를 한다는 말을 꺼냈다.

“00집사님이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한데요. 그분은 플루트도 잘 불고, 공예도 잘 하고, 퀼트도 잘하고 머리가 아주 좋은 것 같아요. 정말 부럽네요.”

“머리가 좋은 것이 아니고 노력을 한 거라 생각해요. 학습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이고 당신도 노력을 하면 충분히 잘 할 수 있어요.”

“그럴까요?”


당연히 할 수 있다는 말을 해주고는 문득 새롭게 페친이 된 분이 울산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 전공을 한 것이 생각나서 말했다.

“당신 상담 공부하고 싶다고 했죠? 울산대학교 대학원에도 상담이 있는 것 같은데, 한번 알아보면 어떨까요?

“아! 그래요? 잘 됐네요. 한번 알아볼게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차는 통일전 앞 ‘진수미가’란 한식뷔페에 도착했다. 이곳은 가격이 6,000원 밖에 하지 않지만 가성비가 아주 좋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난 후, 둘 다 아침 일찍 일어났기에 낮잠 잘 곳을 물색하였고, 근처에 있는 경주 수목원으로 향했다. 수목원은 꽃이 피기엔 아직 이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주자창 나무 그늘이 있는 곳에 차를 세워두고 낮잠을 자려고 하는데, 아내가


“이건희가 안 부럽다.”


라는 말을 하였다. 정말 이건희가 부럽지 않았다. 이것은 돈이 주지 못하는 행복이다. 1시간가량 낮잠을 달게 자고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이 황리단길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알뜰신잡 촬영지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 붐볐다. 방송의 위력을 절감했다. 아내의 말로는 피잣집이든 맥주 집이든 촬영한 곳은 모두 대박이 났다고 한다.


아쉬웠던 점은 엄청 사람들이 많이 붐볐지만 좁은 길로 차가 다니고 있었고, 교통정리를 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고가 난 뒤에 난리를 칠 것이 아니라 이런 것들은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관광도시 경주의 위상에 걸 맞는 행정이 아닐까?


아내가 자꾸 나를 이끌고 갔다. 어디로 가는 지 궁금했는데 가서 보니 큰아들 성원이가 디자인한 로고가 보였다. 감초당 한의원이었는데, 창문과 벤치에 아들이 만든 로고가 새겨져 있어 무척 반가웠다. 그곳에서 아내와 사진을 찍고 근처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에도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넘쳤다. 아내의 설명으로는 이곳도 알뜰신잡을 촬영한 곳이라고 했다.


그곳을 빠져나왔고 지금은 알뜰신잡을 촬영한 황남관이 운영하는 ‘캐슬 엔 비’ 카페에서 글을 쓴다. 사방이 탁 트여 전망이 아주 좋다. 멀리 왕릉도 보이고, 키가 큰 나무도 보인다. 글을 쓰려고 하는데, 갑자기 아침에 한 아내 말이 떠올랐다.


“예전에 당신이 한 말이 생각나요. 나에게 우산이 되어 비를 막아준다고 해놓고는 당신은 비를 막아주지 못 했어요. 당신의 우산은 찢어진 우산이었고, 난 많이 슬펐어요. 내 마음에는 찢어진 우산만 열 개가 넘었는데, 요즈음 당신이 내가 원하는 것을 다해주니 찢어진 우산이 어디 갔는지 없어지고, 튼튼한 우산 하나만 내 가슴에 들어있어요.”


아내는 요즈음 너무 행복해 한다. 그런 아내가 내게 해준 말이다. 예전에는 정말 많이 아내를 슬프게 했다. 아내 말처럼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튼튼한 우산이 되어 슬픔을 막아 주리라고 생각했다.


글을 쓰는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다. 오늘 있었던 일을 아내도 글로 쓴다. 읽어보니 나와 같은 경험을 했지만 글은 완전히 다르다. 문체도 다르고 내용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다. 하지만 함께한 추억은 나와 아내의 가슴 속 보물상자에 또 하나의 보물로 간직되어진다.


<그런 보석 같은 하루였다.>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 일주일에 하루쯤은 둘 만의 시간을 가져보라는 것을. 집에서는 추억이 될만한 일이 쉽게 생기지 않는다. 일단 소중한 사람과 무조건 밖으로 나가라. 그러면 그 시간은 보물이 된다.


행복은 돈을 은행에 넣어둔다고 오지 않는다. 돈은 숫자에 불과하다. 그리고 은행은 가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 밖에 있다. 진정한 행복은 마음속에 있는 보물 상자에 얼마나 많은 보물을 간직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오늘처럼 소중한 사람과 보낸 추억이 보물이 되는 것이고 그 보물은 죽을 때까지 가슴 속에서 빛을 발하리라.

“그 빛이 행복의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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