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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원하는 것 들어주기 프로젝트 6

당신 나라를 구했어요

by 윤창영


둘째 아들은 몸무게가 100kg이 넘는다. 그런데 운동을 하지 않는다. 그런 사실이 우리 부부를 속상하게 만든다. 아들도 살을 빼고 싶어는 하지만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사실 글을 쓰는 나도 운동이라고는 하지 않아 아들 탓하기도 무리가 따른다. 아내는 다리가 좋지 않았는데, 치유기도를 받고 나은 후로 4년째 아침 운동을 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집 앞에는 동산이 하나 있는데, 울산MBC 방송국이 위치해있다. 운동하는 장소는 그 옆이다. 아침에 운동을 갈 때 한번씩 같이 가자고 나에게 권유를 하지만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따라가지 않았다. 둘째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운동하러 가는 아내를 보더니 다짜고짜


“저도 운동 따라 가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살다보니 이런 일도 다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같이 가자.”


라고 말하면서 아내는 나를 보았다. 오랜만에 아들이 운동을 하러 가겠다고 하였으나 난 내키지 않아 못 본척하였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도 같이 따라 가주기를 바라는 것이 분명했다. 문득 아내 원하는 것 들어주기 프로젝트가 생각이 나서


“알았어. 나도 갈게.”


하고 아내를 따라 나섰다.

오랜만에 아들과 아내와 함께 산길을 걸어가니 기분이 상쾌했다. 벚꽃인지 매화인지는 모르겠지만 벌써 꽃이 피어있었고, 동백도 꽃망울이 부풀어 있었다. 어제 내린 비로 세상이 말끔하게 세수를 한 탓인지, 봄 동산의 아침은 너무 예뻤다. 봄기운을 받으며 걸어가니 아침 체조하는 곳이 나타났다. 벌써 10여 명이 둥그렇게 원 모양으로 모여 운동을 하고 있었다.


“와 경미 씨 가족이 다 왔네요.”

“반갑습니다.”


평소 아내와 함께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라 나와 둘째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어색한 인사를 나누며, 우리도 한쪽에 끼여 체조를 시작했다.


이 운동의 리더는 78세의 나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젊으시다. 뒤에서 보면 20대로 착각할 정도이다. 몸도 유연해 보였다. 아내 말로는 그분은 최근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아들이 대학에도 보내준다고 했단다.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아주 다양한 체조를 하는데, 체조를 하면서 외치는 구호도 특이하다.


좋은 기운 들온다. 하하하.

나쁜 탁기 나간다. 하하하.

우울증이 떠나가요.

위장간장 웃는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둘째와 나는 그 동안 운동을 하지 않았던 탓에 몸이 굳어 팔과 다리가 잘 펴지지 않았다. 엉거주춤 따라 하기는 했지만 많이 부자연스러웠다. 한 시간 가량 운동을 마치고 산책길을 걸었다. 그리 힘들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계속 운동을 하면 살이 빠지고 체력이 길러져 건강에 아주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하였다. 특히 둘째가 지속적으로 아침 운동을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일도 할래?”


라고 물으니 답을 회피했다. 그건 내일 되어봐야 알겠다는 무언의 답이었다. 운동을 마치고 동산 밑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마셨다. 아내는 너무 행복해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운동을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또한, 봄 햇살을 받으며 가족이 함께 한 아침 운동은 소중한 보물 같은 시간이 되었다.


“오늘 당신 나라를 구했어요.”


운동에 따라가 준 나에게 한 말인데, 이 말은 아내가 나에 대한 극한 만족감을 표시할 때 하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도 아내가 원하는 것 들어주기 프로젝트는 성공리에 완수한 것 같아 흡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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