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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정신의 강으로 흘러온 폐수 같았다

잘못된 것을 바꾸는 사람의 힘

by 윤창영


울산에는 태화강이 있다. 태화강을 중심으로 중구와 남구로 구분된다. 울산 시민은 태화강을 국가 정원으로 지정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충분히 그럴 자격을 갖추고 있다. 한마디로 태화강은 아름다우며, 울산 시민의 자부심이다. 십리대밭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유채꽃밭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억새밭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태화강이 얼마나 정신을 맑게 하는 지, 그 가치를 알게 된다.


아침 태화강변은 평화롭다. 느긋하게 음악을 들으며 걷는 사람, 부부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산책하는 사람, 자전거를 탄 사람, 애견을 데리고 걷는 사람, 기구를 이용하여 운동하는 사람, 달리기를 하는 사람 등등 많은 사람이 여유롭게 강을 즐긴다. 사람만이 여유로운 것이 아니다. 물속을 어슬렁거리며 헤엄치는 덩치 큰 잉어들과, 물 위를 한가하게 떠다니는 청둥오리와 땅 위에 싹을 내는 풀들과, 땅 속의 부푼 씨앗들까지 여유롭다.


여유! 같은 강이지만 강변도로에서 차를 타고 바라보는 풍경과 풍경 속에 일부로 강변을 걷는 사람들이 보는 강은 다르다. ‘빨리 빨리’에 익숙한 사람들은 풍경 속을 거닐며 피부가 느끼는 온기나, 눈이 보는 푸름이나, 코로 맡는 향내나, 귀로 듣는 생명의 박동소리 등 오감으로 느끼는 봄의 설렘을 보지 못한다.


태화강변을 걸으니 여유로운 마음이 생겼다. 벤치에 놓인 아이의 한쪽 운동화를 보며 어린 시절 실내화를 잃어버린 생각이 났고, 노란 민들레를 보니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 동화가 생각났고, 강 속의 잉어를 보니 나의 성씨인 윤씨는 잉어를 먹지 않는다는 전설이 생각났다. 여유는 삶의 쳇바퀴에서 동화와 어린 시절과 전설을 데려왔고 봄날 아침의 싱싱함과 어우러져 마음이 맑아졌다.


태화강은 말 그대로 평화로웠다. 물은 예전에 비해 많이 맑아졌으며, 강변도 관리가 잘 되어 사람들이 휴식을 가지는 장소가 되었다. 하지만 80년대만 하더라도 태화강은 엄청 더러웠다. 공장 폐수가 유입되어 강이 오염되어 보기에도 흉하게 새까만 상태였고, 악취도 심했다. 강변은 관리가 되지 않아 풀이 무성했고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심심찮게 등이 구부러진 고기가 발견되기도 했으며, 그 태화강에서 난 술을 마셨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 깨끗하게 180도로 바뀌었다. 그것은 사람들의 관심이 있었기에 관리가 되었으며,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이다. 한 마디로 자연을 오염시켜 흉물로 만든 것도 사람이며, 그것을 정화하여 오늘 날의 도시 정원으로 만든 것도 사람이다. 사람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을 태화강을 보며 절감했다. 등이 구부러진 고기는 더 이상 발견되지 않으며, 나도 술을 끊었다.


잘못된 것을 바꾸는 사람의 힘. 그것은 자연을 바꾸는 것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사람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가정에서도 그렇다. 그리고 사회와 개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힘이다. 태화강이 바뀐 것처럼, 나도 바뀌었다. 나의 경우 술을 마실 때의 삶과 끊었을 때의 삶이 명확히 구분된다. 그것은 태화강이 오염되었을 때와 맑아진 것의 차이에 비교될 만큼.


지금 생각해보면 술에 오염된 나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악취가 나는 삶이었다. 강에 비유하자면 오염된 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방치한 것과 같이 된다. 예전의 태화강에는 각종 생활하수와 공장의 폐수가 무분별하게 흘러들어왔다. 그처럼 술은 내 정신의 강으로 흘러들어온 폐수와 같았다. 그러니 내 삶이 악취가 날 수밖에 없었고 병이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울산 사람들은 맑고 깨끗한 환경 속에서 살고 싶었다. 더 이상 악취와 폐수 속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술에 찌들려 살고 싶지 않았다. 태화강을 깨끗하게 하려면 먼저 폐수를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취한 인생을 살지 않으려면 내 몸으로 술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태화강으로 유입되는 폐수를 차단하여 맑은 강이 된 것처럼, 금주에 성공한 나도 여유롭게 태화강을 걸으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산책하는 부부가 걸어가며 나누는 대화가 내 귀로 흘러들어왔다.


“가는 잘 산다 아이가. 신랑이 술을 먹나 애를 맥이나.”


그 소리를 들으며 ‘나도 잘 산다 아이가, 술을 먹나 애를 먹이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화강이 평화로이 흘러가는 것처럼, 우리 가족도 평화를 찾았다. 앞으로도 울산에서 태화강변을 걸으며 여유를 갖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태화강도 바뀌었고, 나도 바뀌었다.


“잘못된 것을 바꾸는 사람의 힘. 그 힘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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