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에서 일어나는 슬픈 일 : 사진은 우리 어머니
올해 90세인 어머니의 지인이 병원에 왔다가 우리 집에 들렀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무척이나 반가워하며 아직도 살아있음에 행복해했다. 그것도 잠시,
“감포에서는 이를 뽑아주려 하지 않아 울산에 큰 병원까지 오게 되었어.”
“왜? 안 뽑아주는데?”
“나이가 너무 많으니 이를 뽑다가 잘못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겠지.”
‘나이가 들면 병원에서는 이 하나 뽑는 것도 잘 안 해줄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씁쓸했다.
그분은 오랜 어머니 지인이었기에 가정사를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자녀를 모두 여섯 명을 두었다. 젊었을 때는 돈을 아주 많이 벌었다. 남편이 돌아가자 자식들에게 재산을 다 물려주고 혼자 산다.
“큰애, 00이에게 소송을 걸 생각이야?”
그분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아니, 뭣 때문에?”
어머니가 놀라서 물었다.
“재산을 지가 제일 많이 가지고 가서도 늙고 병든 나를 돌보지 않아. 집도 하나 없이 사는 막내가 나를 촌에서 울산까지 와서 병원도 데리고 갔다가, 다시 촌까지 태워주곤 한다.”
오늘 우리 집에 올 때도 그분의 막내가 차에 태워왔다.
“큰애는 집이 다섯 채인데도, 나에게 돈 한 푼주지 않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재산을 물려주지 않는 건데. 자식들이 한 달에 10만 원씩만 줘도 내가 이렇게 궁핍하게 살지는 않을 건데.”
그분은 한숨을 푹 쉬었다.
“살면 얼마나 살 거라고 자식에게 소송을 거노? 그리고 돈이 뭐 그리 필요하노?”
라고 어머니가 말하자.
“와, 내가 돈이 필요가 없겠노, 먹어야지, 전화비, 전기세, 병원비하며 돈 들어갈 데는 천지다. 그런데 국가에서 주는 20만 원 가지고는 택도 없이 모자란다.”
“하기야, 와 돈 쓸 데가 없겠노.”
“아들이 돈이 없으면 모르겠다. 집이 다섯 채나 되는데 지 엄마를 이렇게 내 몰라라 하니 돈도 돈이지만 너무 쾌심하다.”
지인의 말을 들으니 자식들이 참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이 돈이 없으면 몰라도 나이 든 어머니를 그렇게 방치하는 것은 정말 사람으로 할 짓이 못 된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났다. 오죽하면 소송이라도 하겠다고 했을까?
나는 노모를 모시고 산다.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즐거움은 얼마나 큰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사랑 자체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모든 것을 주는 사람이다. 힘들 때마다 나는 어머니의 사랑에 힘입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런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것이 우리 가족에게는 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내도
“어머니가 내꺼”
라며 3형제 중에 우리 차지가 되었다는 것을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아들들도 할머니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할머니가 자기들을 사랑하는 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분의 자식들은 어머니가 늙고 병이 들어 힘이 없을 때 모시지는 못 할망정 저렇게 무관심하다니, 정말 안타깝다. 나라도 아마 소송을 걸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어 노인 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일은 그 분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하다. 아마 많은 노인들이 전통적인 관습대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노후를 의탁했으리라. 대부분의 자식들은 어떤 형태로든 노부모를 돌본다.
하지만 이 분의 자식처럼 재산만 물려받고 부모야 죽든지 살든지 관심이 없는 자식들도 있다. 사람으로 할 짓이 아니다. 자녀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가? 그들도 나이가 들면 이 분처럼 늙고 병이 들 것인데. 그 분은 돈이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한 세상 무의미하게 살았다는 슬픔이 더 큰 슬픔이지 않을까?
살아가면서 많은 아픔을 겪는다. 그래도 젊었을 때는 그 아픔을 극복할 힘이라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 어찌하지 못 할 때, 이런 아픔을 겪으며 죽는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