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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냥꾼의섬 Nov 28. 2023

열아홉 번째 날

생각해보니, 베네치아

오늘 갑자기 베네치아 생각이 났다. 처음 본 베네치아는 정말 환상적이었는데, 다섯 번 정도 가니 베네치아의 현재 모습을 보고 싶다면 '메스트레'에 가야 한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처음 베네치아를 방문할 사람에게 메스트레는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 짧은 여행일정이라면, 아니 최근 사람들의 여정을 보면 여행 일정이 길어도 관심 없는 사람이 대다수일 듯하다.


바쁜 일정으로 여행을 자주 못 다니는 요즘엔 과거 여행을 자주 다니던 시절 찍었던 사진들을 보며 그날을 추억한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글을 쓰는 건 체력이라는 말에 심히 공감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기억을 복원하는 작업까지 더해지니 말도 못 할 정도로 피곤하다. 아무튼 다시 돌아오면, 베네치아는 놀이동산과 비슷하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놀이동산처럼 운영이 되는 모습이다. 관광지가 다 그렇지 하겠지만, 베네치아는 좀 심할 정도다. 이건 베네치아의 잘못이 아니다. 관광객의 잘못도 아니다. 너무 아름답고 특별하기에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운명 같은, 숙명 같은 것이다.


아내는 자고 있고 나는 위스키 한잔을 곁에 두고 이 글을 쓰고 있다. 고백하자면, 사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 사진을 업으로 두고 산 지가 벌써 몇 년인지 모르겠다. 평소 사진은 기억 발화용으로만 쓸 뿐 최소한의 사진을 찍으며 여행을 한다. 중간중간 휴대폰으로 심정을 녹음하거나 보이스로 메모를 한다. 사진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놓치는 감정들이 너무 많다. 그랬다. 과거 여행을 할 때에는, 그런 감정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랬다.


처량해지는 밤이다

그때를 추억하니 어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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