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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네 Aug 15. 2018

인간관계도 편식하나요?

식사와 인간관계의 연관성

10년쯤 전에 오다이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당시 점장님과 같이 식사를 하며 인생상담을 하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나에게 질문을 하셨다.

체네는 도시락을 먹을 때
좋아하는 것부터 먹어?
아님 싫어하는 것부터?

"음..두번째 좋아하는 거요"


"응?"


"그리고 싫어하는걸 중간에 먹고,

마지막에 제일 좋아하는 걸로 입가심을 하죠.

처음과 끝은 입이 행복하니까 제일 좋잖아요 ㅋㅋ"


예상치 못한 대답에 점장님은 빵 터져 웃고는

질문의 의도를 알려주셨다


음식을 대하는 태도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연관되어있어서

좋아하는 걸 먼저 먹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을 우선으로 대하고

싫어하는 걸 먼저 먹는 사람은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자상하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였다.


이 이야기를 듣고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식사와 사람에 대한 나의 태도나 마음이 변했을 때마다

나의 식습관과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1. 주는 대로 잘 먹는 착한 어린이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난 편식을 모르는 아이였다.

진짜 주는 대로 다 받아먹었다.

먹고 배탈이 나도 잘 먹었다.

(나중에 알게 된것은 편식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힘이 약한 막내라 편식할 수 없었던 것 뿐이었지만..)


나의 인간관계도 그랬다.

나에게 다가오는 친구들과는 다 친하게 지냈다.

그래서 전교1등하고도 같이 학원을 다녔고

일진애들과 노래방에 놀러갔다가 선생님한테 걸려서 혼나기도 했고,

평범하고 조용한 친구들이랑도 놀았고,

반장이랑도 같이 떡볶이 먹으러 가고

전혀 모르는 다른반 친구들도 우리집에 와서 같이 놀고

그런 학창시절을 보냈다.

정말로 편식없는 인간관계를 가졌던 것 같다.




2. 양고기


대학에 들어가서 깨달았다.

난 편식을 하지 않았던 게 아니었다.

편식할 음식을 접하지 않았었기에 편식할 일이 없었던 것이었다.

몽골 보란티어에서 난 몽골음식이 입맛이 안맞아서 2주동안 5키로가 빠져서 왔다.

몽골음식의 대부분은 양고기냄새가 났다..

그 비린내를 경험 한뒤로 난 2년간 삼겹살조차도 먹을 수 없었다.


기독교고등학교에서 매일 기도하고 욕도 안하고 얌전히 지내다가

공대를 들어갔는데 술과 담배와 욕을 하는 선배와 동기들을 처음 만났을 때

난 무의식중에 그들을 피해다녔던 것 같다.

그때는 싫어하거나 그런게 아니라 내가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거였다

내가 모르던 맛, 내가 모르던 인간관계가 있었다.


지금은 어느정도 면역은 되어서 삼겹살은 먹을 수 있지만

그래도 아직 양고기는 용기가 나지 않는다



3. 야채와 빵과 고기

야채와 고기는 날 건강하게 해주는 것들

야채만 먹으면 말라비틀어지고

고기를 먹으면 덩치가 커지니 밸런스 좋게 취해주는 것

좋은 어드바이스를 해주는 지적인 친구와 건전하고 액티비티한 친구들같은 느낌


빵은 맛있지만 과섭취하면 지방이 늘고 퍼지지

날 마냥칭찬하고 오냐오냐해주는 지인들같다

있으면 날 행복하게 해주지만 과하면 독이 되기도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부터

다이어트와 건강을 위해 이 밸런스를 생각하며 먹게 되었다.

그리고 인간관계도 나에게 필요한 사람들을 위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4. 정크푸드

몸에 안좋다는 걸 알지만 맛있는 걸 어떡해

클럽과 술친구들

함께 있어 즐겁지만 즐거움 이외에 좋은게 별로 없다.

나이가 들면서 잘 못먹게 되었지만

가끔씩 먹고싶어질때가 있다

가끔 술이 땡기고 춤추고 놀고싶듯이




5. 낫또

몸에 좋다고 해서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지만

노력해도 먹긴 힘들었다


회사에서 친해두면 분명 나에게 도움이 될거라는 걸 아는 사람들

하지만 역시 같이 있어서 즐겁지 않은 타입

취미도 대화거리도 공통점이 없어서 같이 있으면 어색하기만 하다


너무 무리해서 함께 하려고 하진 않기로 했다.

몸에 좋은 음식은 낫또 이외에도 많이 있으니까.




어른이 되어간다
입맛도 인간관계도


도시락으로 이야기를 돌아가보면

난 음식을 남기면 안된다고 혼나면서 자랐기 때문에

싫어하는 반찬도 다 먹어야 된다는 사명감에

좋아하는 반찬 사이에 싫어하는 반찬을 넣어 카무플라쥬했었는데

요즘에는 먹고 싶지 않은 반찬은 남기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인간관계도

친하고 싶은 사람을 위주로 적당히 가리면서 사귀게 된 것 같다


어떨때는 그다지 관심없었던 음식이 몸에 좋다는 얘길듣고 의식해서 좋아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당근이나 두부가 그렇다

나의 인간관계는...?


말안해도 추측할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서른이 넘으니 입맛도 인간관계도 많이 바꼈다

앞으로 또 바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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