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호크니 25 》회고전 & 오마쥬 음악회 리뷰

by 데일리아트

데이비드 호크니 25년 회고전 (4월 9일 - 8월31일) & 오마쥬 음악회 (4월 12일 - 13일)
파리 루이 뷔통 재단 전시관 & 오디토리움


20세기에서 21세기를 아우르는 영국의 팝 아트를 대표하는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그의 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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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물보라, 1967. ⓒ David Hockney Tate, UK.


루이 뷔통 재단이 기획하는 전시가 반드시 연관된 음악회를 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데이비드 호크니의 경우는 좀 각별한 케이스로 느껴지며 관심을 자극했다. 전시도 각별하고 음악회 프로그램 선정도 음악사적 관점이 아닌 한 개인의 주관적 경험과 취향이 느껴져 더욱 독특하게 다가왔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최근 25년 작품 중 400 점이 선정되었다. 작가가 직접 작품 선정 뿐만 아니라 전시장 부스 별 색깔, 작품 배치까지 세밀하게 다 관여한 그야말로 작가 중심의 특별전이어서 더욱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작가의 작품을 작가에 의한 기획으로 소개한 것도 놀랍지만, 이번 '호크니 25 '는 각 작품에 담긴 내면의 이야기와 더불어 오페라 분야에서의 그의 창작 활동과 유기적으로 구성된 음악회, 그리고 동시에 발간된 화집 등 풍부한 자료까지 포함하여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작품으로 다가왔다.


규모와 아이디어 면에서 대담하면서 작가 존중에 바짝 다가간 기획이라는 점, 관객 몰입형 방식을 도입하여 작가의 예술세계를 폭넓게 다각도에서 조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루이 뷔통의 시도는 돋보였다. 알고 보니 그는 각별한 클래식음악 애호가이고, 실제로 그가 친분을 나누었던 연주자들이 이번 음악회에 출연했다. 프로그램도 그가 오페라 무대 디자인으로 협업한 작품들의 음악을 발췌한 형식으로 전개되어 '호크니 25' 글로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작가를 음악이라는 매개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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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 입구 , 2019. ⓒ David Hockney 누리집


사계절 중 봄은 호크니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근원적 영감이다. 봄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작품 뿐만 아니라 다른 계절을 담은 작품도 언젠가 다가올 봄을 열망하고 있다. 마치 어려운 절망의 시기에 일말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그날을 기다리는 것처럼… 봄에 자연이 깨어나는 모습을 수차례 화폭에 담았던 아티스트 호크니. 그는 1981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열린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발레 공연의 무대 디자인을 맡은 바 있다. 오마쥬 공연 첫날 〈봄의 제전〉이 자연스러운 연계 테마로 무대에 올랐다.


호크니와 친분이 있는 두 젊은 피아니스트 파벨 콜레스니코프와 삼손 토이가 두 대의 피아노 버전으로 (원작은 오케스트라 버전) 연주했다. 이들 듀오는 호크니의 아뜰리에에 종종 초대되어 그곳에서 〈봄의 제전〉을 즐겨 연주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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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사진 © Fondation Louis Vuitton Gaël Cornier


필자가 참석한 두번째 공연은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 스트라빈스키의 〈난봉꾼의 행각〉 , 벤저민 브리튼의 〈카바레 송〉으로 시작했다. 〈마술피리 〉와 〈난봉꾼의 행각〉 은 호크니가 각각 1978년과 1975년에 영국의 글라인드부른 오페라 페스티벌 때 무대 디자인했던 작품이다. 특히 〈난봉꾼의 행각 〉은 호크니가 맡은 무대 디자인과 의상이 작품의 가치를 돋보이도록 하여 공연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 음악 감상에 앞서 주목할 포인트다.


부조니의 피아노 편곡 버전으로 연주된 첫곡 〈마술피리〉 서곡이 좌중을 일깨웠다. 〈난봉꾼의 행각 〉에서는 러시아 소프라노 엘레나 스티키나와 영국 테너 니키 스펜스가 함께 했다. 20세기 초 네오 클래식 풍으로 과거의 고전풍 멜로디가 감지되는 작품의 특징을 두 성악가가 재치 있게 그려나갔다. 소프라노 스티키나의 파워풀한 성량이 특히 압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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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사진 © Fondation Louis Vuitton Gaël Cornier


브리튼의 〈카바레 송〉은 전형적인 영국의 악극 장르인 뮤직-홀 (music-hall)과 가곡의 정수를 동시에 담은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교차로에 있는 작품이다. 이번 연주의 해석은 영국 60년대를 지배했던 스윙잉 런던(Swinging London) 시기를 다분히 떠올렸다. 구태연한 전통과 안정된 사회적 관습에 대항하는 자유롭고 과감한 에스프리를 풍기는 작품으로, 이점은 바로 호크니의 작품세계와 직접 맞닿아 있다. 테너 니키 스펜스는 이러한 에스프리를 풍기는 의상을 입고 영국풍 특유의 감성과 유머를 담아 신랄하면서도 극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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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사진 © Fondation Louis Vuitton Gaël Cornier


2부는 피아노와 퍼커션으로 이루어진 프랑스 프로그램이었다. 모리스 라벨의 〈 어미 거위 모음곡〉의 원작에는 퍼커션이 포함되지 않으나 이번 연주에서 퍼커션을 살짝 도입한 점은 관습에 우아하게 대항하는 시도로 느껴졌다. 타악기 특유의 질감은 〈어미 거위 모음곡 〉의 오케스트라적 스케일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했다. 이어진 에릭 사티의 발레 〈 퍼레이드 〉는 장 꼭토의 줄거리에 디아길레프의 안무로 구성된 발레 작품으로 사티가 의도적으로 영국의 뮤직-홀의 에스프리를 그의 음악에 도입했으며, 1981년 호크니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무대 디자인으로 협업했던 작품이다. 이어진 라벨의 〈스페인 광시곡 〉이 두 피아니스트의 연주로 대미를 장식하며 호크니 오마쥬 음악회를 화려하게 마감했다.

2025년 5월 파리에서 박마린


음악 칼럼니스트 박마린 (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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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불문학 전공 후 도불, 프랑스에서 20년간의 대기업 업무 경력을 쌓은 후 파리 10 대학에서 예술경영 - 공연기획/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였다. 프랑스 공연 예술 평론가 협회 멤버이며, 하우스 콘서트 기획과 더불어 클래식 아티스트/공연기획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클래식 전문 디지털 매거진 클래식 아쟝다 (클릭) 및 월간 『음악저널』, 『객석』 등 클래식 음악 전문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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