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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몰랐던 Old Pop ⑪] 'Living Nex

by 데일리아트

매주 토요일 연재되는 ‘가사 몰랐던 올드팝’은 한 시대를 대표했던 팝송을 다시 읽습니다. 익숙한 멜로디 뒤에 숨겨진 가사, 시대적 배경, 사회적 메시지를 함께 짚으며 음악이 담은 이야기를 새롭게 되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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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이미지

앨리스. 그녀는 내 옆집에 산다. 어린 시절 우리는 함께 공원에서 놀았고, 나무껍질에 서로의 이니셜을 새기기도 했다. 나는 그녀를 좋아했다. 무려 24년 동안 말이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고백하지 못했다. 그저 기회를 기다릴 뿐이었다.
“앨리스 얘기 들었지?” 그러던 어느 날, 샐리에게 전화가 왔다. 다급히 그녀의 집이 보이는 창가로 뛰어갔다. 텅 비어버린 집을 뒤로한 채, 그녀가 탄 차가 유유히 떠나간다. 이제 곧 그녀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려고 했는데···

스모키(Smokie)의 대표곡 〈Living Next Door to Alice〉는 바로 이 장면에서 시작된다. 이 곡은 짝사랑의 끝에서 오는 상실감과 공허함을 잔잔한 멜로디로 풀어낸다. 말 한마디 못하고 보낸 오랜 시간, 그 시간이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순간. 노래 속 화자는 떠나는 앨리스를 향해 말한다.

Twenty four years just waitin' for a chance. To tell her how I'm feeling, maybe get a second glance. Now I'll never get used to not living next door to Alice. No I'll never get used to not living next door to Alice.




기회를 기다린 시간이 24년이나 됐죠. 내 마음을 고백하고, 다시 그녀의 눈길을 받고 싶었는데. 이제는 영영 익숙해질 수 없을 거예요. 앨리스가 없는 이 삶에. 그래요, 절대로 익숙해질 수 없을 거예요. 앨리스 없는 세상에는.



한 곡 속 두 개의 짝사랑, 앨리스와 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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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커버 이미지 /출처: Discogs

〈Living Next Door to Alice〉는 원래 1972년, 오스트레일리아 밴드 뉴 월드(New World)가 처음 발표한 곡이었다. 하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이후 1976년 스모키가 특유의 담담한 창법과 섬세한 기타 연주를 더해 리메이크하면서 세계적인 히트곡으로 다시 태어났다.

곡이 발표되던 1970년대 후반의 영국은 산업 구조가 급변하던 시기였다. 전통적 제조업이 쇠퇴하고, 도시 외곽은 빠르게 슬럼화됐다. 많은 이들이 익숙한 이웃과 동네가 해체되는 풍경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Living Next Door to Alice〉는 개인의 짝사랑을 넘어선, 집단적 그리움의 정서로 받아들여졌고, 공동체의 기억과 상실의 상징으로 확장되었다.

하지만 이 노래에서 더 주목할 인물은, 앨리스가 떠난 뒤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샐리’다. 샐리는 말한다.

Now Alice is gone but I'm still hereYou know I've been waiting twenty four years.


앨리스는 떠났지만, 나는 여전히 곁에 있잖아. 나도 24년 동안 기다려 왔는 걸?

샐리 역시 오랜 시간 한 사람을 바라봐왔고, 앨리스가 떠난 그날이야말로 자신의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인공은 샐리의 진심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노래는 다시 앨리스를 향한 그리움으로 되돌아가고, 샐리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상상 속에서 이어질 뿐이다.

이처럼 〈Living Next Door to Alice〉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두 개의 짝사랑이 엇갈리는 노래다. 앨리스가 떠난 날은 주인공에게만 슬픈 날이 아니었다. 샐리 또한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온 사랑을 놓아야 했던 날이 되었고, 그녀 역시 어디선가, 말하지 못한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자기만의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Who the f**k is Alice?” 짝사랑의 이면을 향한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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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the F** is Alice 노래가 담긴 테이프 사진 /출처: Discogs

이 곡은 1980년대에 이르러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회자된다. 바로 후렴구에 관중의 외침이 더해진 패러디 버전 〈Who the F**k is Alice?〉다. "Who the f**k is Alice?"라는 한 마디는 공연장과 술집, 라디오 부스 등지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과격한 표현이지만, 조롱이나 냉소라기보다는 억눌린 감정에 대한 집단적 해소에 가까웠다.

누군가를 짝사랑할 때에도 옥시토신(oxytocin) 같은 사랑 호르몬이 분비된다. 하지만 감정이 좌절되면 코르티솔(cortisol),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작용한다. 사랑은 언제나 설렘과 고통이 동시에 따라붙는다. 그런 감정을 소리 내어 뱉는 방식으로, 이 패러디는 짝사랑의 이중성을 "Who the f**k is Alice?"로 풀어냈다. 슬프고도 다정한 원곡 위에 관객의 외침이 더해지는 순간, 노래는 더 이상 혼자의 것이 아니게 된다. 누군가의 짝사랑이자, 모두의 공감이 된다.

〈Living Next Door to Alice〉는 하나의 감정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노래다.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 받아들여지지 못한 또 다른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알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간 시간. 누군가는 앨리스였고, 누군가는 샐리였으며, 또 누군가는 그들 모두였다.

노래가 흐르는 순간, 우리는 각자의 '앨리스'를 떠올린다. 혹은 한때 누군가의 ‘샐리’였던 나 자신을 기억하게 된다. 말하지 못한 감정, 놓쳐버린 순간, 그리고 끝났다고 생각한 마음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는 걸 깨닫는 일. 〈Living Next Door to Alice〉는 그런 감정에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한때 품었던 짝사랑, 혹은 누군가의 짝사랑 상대였던 나 자신을 돌아보며,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순간만큼은 함께 웃고, 함께 그리워해도 좋지 않을까.

[노래 감상]

출처: Smokie공식유튜브


[가사 전문]

Sally called when she got the word

샐리가 전화했어요, 그 소식을 듣고서

She said I suppose you've heard about Alice

그녀는 말했죠, "앨리스 얘기 들었지?"

Well I rushed to the window and I looked outside

나는 창가로 달려가 바깥을 내다봤어요

And I could hardly believe my eyes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죠

This big limousine pulled slowly into Alice's drive

커다란 리무진 한 대가 천천히 앨리스 집 앞마당으로 들어오고 있었어요

Oh I don't know why she's leaving or where she's gonna go

왜 그녀가 떠나는지, 어디로 가는지 난 전혀 몰라요

I guess she's got her reasons but I just don't want to know

그녀만의 이유가 있겠지만, 난 알고 싶지 않아요

'Cause for twenty four years I've been living next door to Alice

왜냐면 24년 동안이나 나는 그녀 옆집에서 살아왔거든요

Twenty four years just waitin' for a chance

24년 동안 기회를 기다렸어요

To tell her how I'm feeling, maybe get a second glance

내 마음을 전하고, 그녀가 한 번쯤 돌아봐주길 바라면서

Now I've gotta get used to not living next door to Alice

이제는 앨리스 없는 삶에 익숙해져야 하겠죠

Grew up together, two kids in the park

우린 함께 자랐죠, 공원에서 놀던 두 아이였어요

Carved our initials deep in the bark, me and Alice

나와 앨리스는 나무껍질에 이니셜을 새기기도 했어요

Now she walks to the door with her head held high

지금 그녀는 고개를 높이 들고 문을 향해 걸어가요

Just for a moment I caught her eye

잠깐, 정말 잠깐 그녀와 눈이 마주쳤어요

As the big limousine pulled slowly out of Alice's drive

그리고 리무진은 천천히 그녀 집을 빠져나갔죠

Oh I don't know why she's leaving or where she's gonna go

왜 그녀가 떠나는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요

I guess she's got her reasons but I just don't want to know

이제 와서 이유 따윈 알고 싶지 않아요

'Cause for twenty four years I've been living next door to Alice

24년 동안이나 그녀 옆에 있었는데

Twenty four years just waitin' for a chance

그 오랜 세월 기회를 기다렸는데

To tell her how I'm feeling, maybe get a second glance

그녀에게 내 마음을 말하고, 다시 한 번 바라보게 하려 했는데

Now I've gotta get used to not living next door to Alice

이젠 앨리스 없는 삶에 익숙해져야만 하죠

Sally called back and asked how I felt

샐리가 다시 전화해서 물었어요, "기분이 어때?"

She said I know how to help you get over Alice

그녀는 말했죠, "앨리스 잊게 도와줄게"

She said now Alice is gone but I'm still here

"앨리스는 떠났지만, 나는 여전히 곁에 있잖아"

You know I've been waiting twenty four years

"나도 24년 동안 기다려 왔는 걸?"

And the big limousine disappeared

그리고 리무진은 시야에서 사라졌죠

I don't know why she's leaving or where she's gonna go

그녀가 왜 떠나는지, 어디로 향하는지는 여전히 몰라요

I guess she's got her reasons but I just don't want to know

아마 그녀만의 이유가 있겠지만,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아요

'Cause for twenty four years I've been living next door to Alice

24년 동안 나는 그녀 옆집에 살며 지켜봐 왔거든요

Twenty four years just waitin' for a chance

기회를 기다린 시간이 24년이나 됐죠

To tell her how I'm feeling, maybe get a second glance

내 마음을 고백하고, 다시 그녀의 눈길을 받고 싶었는데

Now I'll never get used to not living next door to Alice

이제는 영영 익숙해질 수 없을 거예요, 앨리스가 없는 이 삶에

No I'll never get used to not living next door to Alice

그래요, 절대로 익숙해질 수 없을 거예요, 앨리스 없는 세상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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