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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25. 2024

Museo TamayoArte Contemporáneo

[고영애의 건축기행] 멕시코 타마요 현대미술관

"테오티와칸 피라미드가 연상되는 파사드"
- 건축가: 테오도로 곤살레스 데 레온
- 주소: Paseo de la Reforma 51, Bosque de Chapultepec, Bosque de Chapultepec I Secc, 11580 Ciudad de México, CDMX, Mexico
- 홈페이지: www.museotamayo.org
사진작가 고영애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 60곳을 프레임에 담아 소개한다. 뉴욕현대미술관부터 게티센터, 바이에러미술관, 인젤홈브로이히미술관 등 현대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12개국 27개 도시에서 찾은 미술관들을 생생한 사진과 맛깔스런 건축 이야기로 안내한다.


타마요 현대미술관의 전경 (사진 고영애)


타마요 현대미술관을 보는 순간 멕시코 테오티와칸 피라미드를 연상하였다. 고대의 테오티와칸 문명은 7세기경 소멸하였다. 8세기부터 12세기까지는 톨텍 문화가 멕시코 중앙고원에 많은 도시국가를 세우게 된다. 13세기경에는 북멕시코에서 이동해온 인디언들에 의해 아즈테카(Aztec)문명을 꽃피운다. 그러나 불행히도 멕시코는 1520년 스페인의 침략으로 인디언 문화는 사라지고 식민지 시기를 거쳐 혼혈화가 이루어지고 18세기에는 고유의 혼혈 문화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이런 파란만장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멕시코의 문화 예술은 전반적으로 강렬하지만 애환이 담긴 암울한 분위기가 서려 있었다. 테오티와칸(teotihuacan)은 ‘신들의 장소’라는 의미다. 메소아메리카 역사상 테오티와칸만큼 광역의 교류가 이루어진 도시는 없었다. 이렇게 번영을 누렸던 이 도시가 어떤 요인 때문에 붕괴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테오티와칸의 전경 (사진 고영애)

이집트의 피라미드와는 달리 테오티와칸 피라미드는 왕의 무덤이 아닌 종교의식을 위한 제단이었다. 이집트 피라미드는 일정한 크기와 모양의 돌만 사용해서 지었지만 테오티와칸 피라미드는 모양과 크기가 서로 다른 돌에 회반죽을 섞어 지었다. 현재 우리가 마주한 무채색의 피라미드는 고대엔 화려한 문향으로 채색되어졌다 한다. 그처럼 화려했던 문명이 한순간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하니 인간의 빈약한 사고로는 도저히 헤아릴 수조차 없다. 나는 찬란했던 문명이 낳은 테오티와칸 피라미드와 타마요 현대미술관의 웅장한 외관이 오버랩되어 숙연한 마음으로 미술관 안으로 들어갔다. 

타마요 현대미술관의 입구 (사진 고영애)

이 미술관은 멕시코 작가 루피노 타마요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1899년 태어난 루피노 타마요는 인디언 혈통의 오악사카(Oaxaca, 멕시코 동남부의 상업도시) 출신이다. 너무 강한 개성 탓에 국립미술학교로부터 퇴학당한 후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했다. 멕시코 전통 미술을 유럽 현대회화와 접목시켜서 단순함과 강렬한 색채가 돋보이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게 되지만, 초기에는 피카소와 마티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강렬한 색채의 그림들이 한때 인기를 누렸지만, 그는 새로운 작업에 도전하기 위해 멕시코를 떠나 뉴욕행을 결심한다. 뉴욕 화실에서 붓끝이 망가지도록 온종일 작업에만 몰두하면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었고, 타마요는 점차 이름을 얻었다. 마침내 뉴욕에서 화가로서 대성공을 이뤄낸 후 타마요는 영웅 대접을 받으며 멕시코시티로 귀향했다. 


1981년에는 아내와 함께 타마요 현대미술관을 오픈하게 되었고, 타마요 부부는 자신들이 소장했던 작품을 국가에 모두 기증하기에 이른다. 기증품의 가치는 1970년대에 10만 달러 이상의 값어치를 지녔다 하니 현재의 가치로 환산하면 엄청난 숫자로 헤아리기 어렵다. 2011년에는 그의 작품 <수박>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200만 달러(약 23억 원)에 구입하였다는 기사를 보며 타마요의 뉴욕행이 이뤄낸 결실로 라틴아메리카의 거장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차풀테펙 공원 안에 위치한 타마요 현대미술관은 작가 자신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하고 민간 자금으로 건설한 멕시코 최초의 주요 미술관이었다. 주로 20세기 중반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300점 이상의 회화, 조각, 판화, 사진 등의 다양한 작품이 소장되어 있었다. 현관에는 <오마주(Homenaje)>라는 타마요의 초기의 벽화가 걸려 있었다. 피카소를 비롯해 마크 로스코, 호안 미로, 맥스 에른스트, 페르낭 레제, 보테로, 프랜시스 베이컨, 르네 마그리트, 이사무 노구치, 로버트 마더웰, 헨리 무어 등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타마요의 안목에 탄복하였다.

타마요 현대미술관은 1986년부터 2012년 사이에 전시장을 비롯하여 전자 예술의 전시 공간인 사이버라운지(Cyberlounge), 재단 설립자의 이름을 붙인 강당, 미술관 아트숍과 식당 등 5개의 홀로 구성되어 있다. 2001년에는 방문자가 온라인으로 사이버라운지에서 작품과 비디오를 보며 음악도 들을 수 있는 전자 예술 부분의 최첨단 장비를 설치하였다. 이 공간은 2008년 미국건축가협회(AIA) 명예회원으로도 선정될 정도로 전문가인 베르나르도 고메즈-피미엔타(Bernardo Gomez-Pimienta)에게 의뢰하였다 하니 한 치의 소홀함 없는 전문성을 자랑하는 미술관임을 곳곳에서 읽을 수 있었다. 

낮고 길다란 타마요 현대미술관에서 육중하지만 현대적인 정갈한 느낌을 받았다. 건물 파사드는 타마요가 추구하는 멕시코 전통의 정신세계와 연결되어져 돌무더기로 쌓은 테오티와칸 피라미드를 연상케 하였다. 특히 계단을 배열한 형태는 마치 제단을 쌓아올린 듯하였고 평평하고 넓은 공간 위에 세워진 돌 재질의 육중한 미술관은 엄숙한 공간으로 닿아왔다. 

타마요 현대미술관의 내부 공간 (사진 고영애)
타마요 현대미술관의 내부 공간 (사진 고영애)

안으로 들어서니 심플한 내부 공간은 현대적 미감이 물씬 풍겼고, 전시 공간은 자유스런 동선으로 인해 작품들을 편안히 감상할 수 있었다. 미술관 중정을 중심으로 펼쳐진 정원도 멋스러웠다. 현관에 전시된 타마요의 벽화는 멕시코 전통에서 드러나는 음양의 조화와 멕시코의 토속적인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라틴아메리카의 거장 타마요는 1991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메스티소의 탄생과 멕시코 문명을 전 세계에 알리려 했다. 인물이나 동물, 정물을 단순하고 반추상적으로 묘사한 화풍이 주를 이루며 주요 작품으로는 <자화상>, <흰 나비>, <우주의 공포>, <가련한 소녀> 등이 있다. 타마요의 행로를 따라서 다양한 작품들을 세밀히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문 닫을 시간이었다. 촉박해 다른 소장품들 전시를 지나쳐 아쉬웠다. 타마요의 작품들 곳곳에서 자신의 나라 멕시코의 정신과 멕시코 특유의 냄새가 물씬 풍겨졌고, 멕시코 현대미술을 전 세계에 알리려는 정신과 작가의식이 투철한 작가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건축가 테오도로 곤살레스 데 레온(Teodoro González de León)에 의해 설계된 이 미술관은 매년 12만 명 이상의 방문자가 다녀간다 하니, 멕시코인들의 예술 사랑이 얼마나 수준 높은지 가히 짐작이 갔다. 타마요 현대미술관은 오픈했던 1981년에 멕시코 국립건축상을 수상했다. 그 후 타마요는 자신의 고향인 오악사카에도 자신의 작품 소장 전문 미술관인 루피노 타마요 미술관을 지었다. 타마요는 1991년 죽음 직전까지도 미술관 영구 컬렉션을 소개하는 데 최선을 다했고, 라틴아메리카를 세상에 알리는 홍보대사로서의 활발했던 삶을 주시해보면 그 어느 누구보다도 작가정신이 투철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미술관을 떠나며 2001년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 <트래픽>이 떠올랐다. 소더버그가 특유의 인디오 정신을 불어넣었고, 멕시코의 색을 잘 표현한 영화였다. 세 가지의 스토리를 브라운, 내추럴, 블루 톤의 상징적인 기법으로 표현한 강렬한 영상은 타마요의 정신세계와 오버랩되었다. 그 색들은 멕시코 민족의 애환의 색이며, 광활한 자연과 파란 하늘을 담은 멕시코의 색이었다.


고 영 애

오랫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관을 촬영하고 글을 써온 고영애 작가는 서울여대 국문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사진디자인과를 졸업했다. 한국미술관, 토탈미술관 등에서 초대 전시회를 열었고 호주 아트페어, 홍콩 아트페어, 한국화랑 아트페어 등에 초대받아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미술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에 글과 사진을 실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잡지에 건축 여행기를 썼다. 
이 연재물은 그의 책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헤이북스) 중에서 <데일리아트> 창간을 기념하여 특별히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을 골라서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그가 15년 넘도록 전 세계 각지에 있는 현대미술관들을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고 기록한 ‘현대미술관 건축 여행기’다.

고영애 글/사진,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 헤이북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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