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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19. 2024

땅과 바다의 조화- 봄의 전령 '도다리 쑥국'

[유성호의 미각여행]

서울 금천 가산동 ‘남도집’‧경남 통영 ‘한산횟집’


3월을 대표하는 제철 수산물은 도다리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듯 도다리는 봄철에 새살이 오르면서 영양학적 측면에서 우수하다. 도다리는 주로 바다 밑바닥에 납작하게 붙어서 사는데 3~4월에 가장 맛이 좋을 때다.


단백질의 질이 우수하고 지방 함량이 적어 담백한 것이 특징. 탕을 끓이면 흰 살 생선 특유의 개운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영양학적으로는 비타민A‧B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도다리는 가자미목 가자미과 바닷물고기로 넙치(광어)와 헷갈리는 어종이다.


눈 위치 ‘좌광우도’로 어종 구별

도다리와 넙치(광어) 구분법. [사진제공=수협중앙회]

둘을 구분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눈의 위치다. 흔히들 ‘좌광우도’라고 눈의 위치를 보고 구분한다. 생선 머리를 앞쪽으로 하고 볼 때 눈이 왼쪽에 쏠려 있으면 광어, 오른쪽에 쏠려 있으면 도다리다.


원양어류도감에 따르면 도다리는 한국, 일본, 동중국해, 대만 등 북서태평양에 주로 분포한다. 눈은 몸의 오른쪽에 치우쳐 있고 몸은 심하게 측편(몸이 두께가 얇고 폭이 넓어 납작함)되어 있고 체고가 매우 높다. 눈은 작지만 돌출되어 있고 두 눈 사이에는 2개의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입은 매우 작고 경사져 있다.


광어는 과거 고급어종이었지만 양식이 가능해지면서 보편화됐다. 자연산과 양식을 구분하는 방법은 배를 보면 안다, 자연산은 흰색을 유지하지만 양식은 흑화현상으로 유색을 띤다. 또 양쪽 날개지느러미와 꼬리자루가 밝으면 자연산, 어두우면 양식이다.


진짜 도다리는 많이 잡히질 않아서 시중에 유통되는 것은 상당수가 문치가자미나 강도다리다. 이를 그냥 도다리라고 부르면서 유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도다리와 문치가자미는 흔히 체형으로 구분한다. 진짜 도다리는 마름모꼴인 반면 문치가자미는 타원형이다.


시중 도다리 대부분은 문치가자미

도다리(왼쪽)와 문치가자미 실물 비교. 진짜 도다리는 마름모꼴인 반면 문치가자미는 타원형이다.[사진제공=입질의 추억]

남해를 접하고 있는 남도 지방 대표 봄 제철음식인 도다리쑥국 역시 문치가자미를 넣고 끓인 것이 대부분이다. 문치가자미는 한때 양식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지금은 전량 자연산으로만 유통되고 있다. 산란은 위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이 때문에 봄 도다리의 영양가에 대해 설왕설래가 있다.


남해 산의 경우 12~2월 사이가 산란기이며 위도가 높은 서해 산은 4~5월로 남해보다 상당히 늦다. 산란은 몸속 영양분이 알과 함께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배가 홀쭉해지고 뼈가 물러진다. 이 때문에 뼈째 썰어 먹는 봄 도다리 뼈째회(세꼬시)가 유명하다.


‘덩치’가 큰 도다리는 뼈가 억세기 때문에 뼈째회로 먹기도 어렵고 살집이 없어서 회로 떠먹기에도 맞지 않다. 그래서 일찍이 통영, 거제 등에서 개발된 것이 봄에 새순으로 올라오는 쑥과 궁합을 맞춰 쑥국으로 끓여 먹게 된 것이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의 신화는 사실상 조업량과 관계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3~4월에 가장 많이 잡히기 때문에 소비를 위한 마케팅이 이면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산란하기 전 알배기라면 다르겠지만 말이다.


쑥은 단군신화에 나오는 친숙한 식재료


쑥은 우리 민족과 너무 친숙한 식물자원이다. 단군신화에 등장하기 때문에 우리 민족의 기원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신화에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효능효과가 오래전 검증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쑥은 미네랄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 부인병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쑥은 줄기가 뻗어나가지 않고 응달에서 나온 어린싹이 좋다. 이른 봄철 응달에서 자란 어리고 부드러운 쑥이 향과 맛이 뛰어나다. 어린 쑥을 따서 삶아 냉동실에 보관하면 1년 내내 쑥향을 누리며 살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산과 들 어디에서나 잘 자라며 양지바른 곳에서 많이 분포한다


쑥은 성인병을 예방하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마늘, 당근과 더불어 성인병 예방 3대 식물에 이름을 올릴 정도다. 쑥의 한약 이름은 ‘애엽’으로 예부터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돼 왔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쑥은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위장과 간장 신장의 기능을 강화해 복통 치료에 좋다고 적혀 있다.


쑥의 주요 효능은 피를 맑게 하고 혈액 순환을 좋게 한다.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는 것은 체온 유지를 돕는 것이기 때문에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 쑥을 장복하면 좋다. 살균, 진통, 소염 작용도 뛰어나다. 특히 자궁을 따뜻하게 하기 때문에 냉, 대하, 생리통 등 부인병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해열, 해독, 구충 효과 등 다양한 약효가 알려져 있다. 신화에서 곰이 쑥을 먹고 여인으로 환생했다는 것은 그만큼 여성들에게 좋은 약재, 식재란 의미를 담고 있다.


“도다리쑥국 끓이면 통영이 내 집인 듯”

요리연구가 임정희 씨가 가락동농수산물시장서 사온 도다리와 쑥으로 도다리쑥국을 끓여 자신의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올려 제철이 왔음을 알렸다. [사진제공=임정희 요리연구가]

해마다 봄이 오면 주변은 도다리쑥국 이야기로 풍성하다. 식객들은 다녀온 맛집 소식을 전하고 요리연구가나 실력 있는 주부들은 집에서 뚝딱 만들어 낸 솜씨를 소개하기도 한다. 궁중음식연구원 출신 요리연구가 임정희 씨는 두 가지 버전의 쑥국을 선보였다.


하나는 갖은 재료 넣고 진한 육수를 끓여낸 후 된장을 슴슴하게 풀어낸 도다리쑥국과 생수에 나박 썬 무를 넣고 끓어오르면 도다리와 쑥을 듬뿍 넣어 끊인 버전이다. 된장으로 향을 해친 것보다는 생수에 끓여낸 것이 쑥향과 도다리의 담백한 맛이 좋았다고 했다. 임 씨는 “도다리와 쑥이 만나니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모양새라 좋다”며 “마치 내 집이 통영인 듯 그러하다”고 도다리쑥국을 찬(讚)했다.


도다리쑥국의 포인트는 쑥향이 육수에 진하게 우러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도다리 살과 뼈에서 나오는 육수가 어우러지면 풍미가 살아난다. 노련한 요리사는 도다리를 먼저 끓인 후 건져낸 다음 쑥을 넣고 끓이고 나중에 도다리를 다시 넣어준다. 이유는 도다리 살에 쑥향이 베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쑥향은 국물에서 충분히 맛보고 도다리 살은 담백하게 즐기란 의미다.


남도집, 고흥 출신 손맛의 ‘담백함’

남도음식 전문점 ‘남도집’의 도다리쑥국은 쑥이 풍성하게 들어간 게 특징이다. 일체 잡미 없이 원초적인 쑥과 도다리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사진제공=서정무 씨]

금천구 가산동주민센터 맞은편 골목 초입에 폭 박혀서 보일 듯 말 듯 자리한 ‘남도집’은 말 그대로 남도음식 요람이다. 전남 고흥 출신 여사장님의 손끝에서 나오는 손맛이 풍성하다. 단품 메뉴가 있지만 단골들은 따로 주문하지 않고 자리에 앉는다. 그러면 사장님은 당일 준비한 식재료를 이용해 온갖 남도음식과 묵혀뒀던 김치와 짠지를 한 상 내놓는다.


남도집 단골인 서정무 씨(59)은 “이 집에서 도다리쑥국을 먹어야 비로소 봄이 온다”고 말했다. 그는 알이 꽉 찬 도다리와 남해 해풍을 맞고 자란 완도 쑥으로 끓인 도다리쑥국 먹은 사진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려 봄이 왔음을 알렸다.


통영은 미항(味港)으로 남한 최고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래서 도다리쑥국을 논할 때는 통영을 빼놓을 수 없다. 통영 앞바다에 있는 한산도는 쑥으로 유명하다. 한산도 쑥은 따뜻한 햇살과 찰랑거리는 해풍을 맞고 자란 게 특징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시발점 청정지역에서 자란 무공해 쑥으로 품질 면에서 최상품으로 친다. 특히 음력 3월에서 5월 단오 전까지 채취한 것을 으뜸으로 손꼽는다.


통영에서 도다리쑥국이 차지하는 위상은 ‘국물요리’ 선호도 조사 결과에서 잘 나타난다. 황영숙 경상대 대학원 석사논문 ‘충무김밥의 인지도와 영양평가 및 개발’에 따르면 국에 대한 인지도는 도다리쑥국(28.4%)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는 장어국(장어추어탕)(26.6%), 바다메기탕(21.3%), 농어미역국(11.7%), 대구국(3.0%) 순으로 나타났다.


한산횟집, 한산도 쑥의 진한 쑥향이 매력

통영 ‘한산횟집’서 무리해서 시켜 먹은 도다리쑥국은 오래도록 생각난다. 통영의 식당가에 ‘도다리쑥국 개시’가 써 붙어야 진정 봄이 왔다고 할 수 있다. [사진=필자제공]

통영 ‘한산횟집’ 도다리쑥국은 기교를 약간 부렸다. 홍청양고추, 대파도 살짝 썰어 넣었다. 쑥 양이 조금 작다 싶지만 많이 넣으면 쑥 향이 너무 강해 밸런스를 망칠 수 있다. 일전에 통영을 다녀오면서 메뉴가 다른 코스식사임에도 불구하고 도다리쑥국을 따로 한 그릇 시켰다. 자주 오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무리를 한 것이다. 또 도다리쑥국은 초봄 두 달 남짓밖에 맛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남해안 특히 통영의 식당가에 ‘도다리쑥국 개시’가 써 붙어야 진정 봄이 왔다고 할 수 있다. 도다리는 키우는 데 시간이 걸려 양식이 어렵다. 그 보다는 좁은 가두리에 합사해서 키우기 어려운 어종이라서 그렇다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어부들은 문치가자미를 도다리라고 ‘퉁 쳐서’ 부른다. 산란기가 끝나고 살이 물씬 오른 4월에 가장 맛이 좋다고 하는데, 산란 전후 맛에 대한 정의가 제각각이다.


벚꽃이 흐드러지는 계절이다.  도다리쑥국 한 그릇으로 봄을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지.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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