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조화(花鳥畵)'는 ‘각종 꽃과 여기에 깃든 날짐승, 길짐승, 어해, 초충 등의 그림이다. '화조도(花鳥圖)'는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그림이나 제목을 말한다. 이번 회에서는 각종 꽃과 여기에 깃든 날짐승, 길짐승 등을 함께 그린 화조화의 기원과 특징에 대해서 살펴본다.
화조화의 탄생
화조화에서는 한국회화사의 시대적 흐름과 특징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화조'는 당나라 장언원(張彦遠, 약815-875) 『역대명화기歷代名畵記』(847년)에 처음 등장한다. 당나라 후기 주경현(朱景玄)은 『당조명화록唐朝名畵錄』(760년 전후)에서 화조를 그린 그림을 금수에 포함했었다. 동서고금의 모든 문화에서는 동물이나 식물에 특별한 상징성과 의미를 부여했다. 이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다양한 예술 활동이 지속되었다.
예를 들면, 고대 이집트 신화에서 연꽃은 태양을 상징하여 창조와 중생의 개념에 강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단순하고 양식화 된 연꽃 모티프는 파피루스 그림, 부적, 도자기 등의 예술작품을 장식하는데 자주 사용되었다.
출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Marsh Bowl",, 고대 이집트, 기원전 1550~1458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New York Metropolitan Museum of
생명과 불멸의 상징인 푸른 연꽃은 사후 세계로의 영적 연결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신과 소통할 수 있는 것으로 믿었다. 다양한 예술형식과 문헌에 묘사된 푸른 연꽃은 이집트 문화에서 이집트인들의 신앙과 관습에 미친 영향을 강조한다.
그 중 한 예로 기원전 1000년 이집트 무덤 속 채색 벽화를 들 수 있다. 이 그림은 테베 공동묘지의 아메네모페(Amenemope, 이집트 파라오 출생미상,기원전 1001-992년)의 무덤 안에 그려져 있다.
그림 출처: 김성실, 「토할 때까지 와인을 마셔라 ... 고대 이집트 사람들의 '와인 플렉스'」, 『한국일보』, 2020년 9월 12일,고대 이집트 무덤 현실(玄室) 채색 벽화 중 부분, 고대 이집트, 기원전 1000년경, 이집트 테베 공동묘지 소재
아메네모페 무덤 속 채색 벽화에는 망자를 위한 봉헌물들이 묘사되어 있다. 맨 위쪽에 청수련(靑睡蓮)이 보이고, 그 아래에 아편(阿片) 열매들이 놓여 있다. 꽃(화花)과 새(조鳥)는 선사시대부터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식물문양은 선사시대 암각화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암각화에 새겨진 그림들은 대부분 당시 식량으로써 채집하거나 사냥하는 등의 방식으로 실제 경험할 수 있었던 동식물들이었다. 이 동식물들은 당시 사람들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숭배의 대상이나 신적인 존재로 여겨졌다.
부분, 청동기시대, 경남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천전리암각화> 에 새겨진 이 도안은 학자에 따라 해석이 다르지만, 대부분 식물문으로 보고 있다. 꽃[花]이나 새[鳥]의 도상은 신석기시대 채도(彩陶)의 문양으로도 등장했다.
* 도판출처: 李松 저, 이재연 역, 『중국미술사. 1 : 先秦부터 兩漢까지』(서울 : 다른생각, 2011), p. 51.〈관조석부도항(鸛鳥石斧陶缸)>, 앙소 문화 묘저구 유형, 높이 47cm, 1980년 하남 임여(臨汝) 염촌(閻村)에서 출토, 중국 국가박물관 소장
앙소문화(仰韶文化) - 중국 화북지역의 신석기 문화.
꽃과 새는 각종 기물의 문양이나 길상화(吉祥畫) 소재로 애용되었다. 중국 궁원(宮苑)에서 진상 받아 양육하던 ‘진금기화(珍禽奇花)’의 새와 꽃, 중국 고대 정치사상에서 ‘상서(祥瑞)’라고 상상되거나 ‘상서로운’ 물상으로 취택된 새와 꽃들이 한국과 중국의 화조화의 주된 제재가 되었다.
동아시아에서 화조화가 독립된 종류로 그려지기 시작 한 것은 중국 육조시대 부터였다. 화조화는 당대(唐代)의 발달을 바탕으로 오대(五代) 황전(黃筌)과 서희(徐熙)에 의해 화법상의 전통이 확립된다.
황전(黃筌), , 冊, 五代後蜀, 24.2x25, 국립고궁박물원(國立故宮博物院) 소장.출처:
황전(黃筌)의 <장춘화조도>는 기존의 선 본위의 화법에서 벗어나 윤곽선 없이 색채나 수묵을 사용하여 형태를 그리는 화법인 몰골법(沒骨法)으로 그렸다. 여기에서 장춘화는 장미를 말한다. 장미는 예로부터 개화 기간이 길어 '장춘화(長春花)'라고 불렸다. 그래서 '영원한 젊음'과 '청춘'을 상징하게 되었다. 북송대(北宋代)에 이르러, 화조화는 문인관료층에 의해 다작되고 감상되면서 다양한 화가층과 화풍이 발달하게 된다.
다음 회부터는 민화 화조화 중에서도 가장 많이 그려진 화조화 순으로 다루되. 꽃별로 그림과 그 뜻을 깊이 살펴보겠다. 첫 번째 주제는 모란도이다. 모란은 ‘꽃의 왕(花王)’으로 불리며 오랜 세월 사랑받아 왔다. 모란은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이다. 화려하고 아름답기 때문에 부귀영화나 풍류를 대표하는 꽃으로 여겨졌다. 이를 잘 보여주는 원나라 문인 이효광(李孝光)의 시가 있다.
모란의 부귀 풍류가
꽃 가운데 가장 빼어나니,
[富貴風流拔等倫]
온갖 꽃들이 그의 미모에
머리 숙여 인사하는 구나.
[百花低首拜芳塵]
원나라 문인 이효광(李孝光),
‘모란시(牡丹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