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안에는 시간이 흘러 쌓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구본창의 렌즈는 이 조용한 사물 속에서 역사의 숨결과 일상의 속삭임을 찾아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ACC 복합전시 3‧4관에서 2025년 3월 30일까지 《구본창: 사물의 초상》 전시를 개최한다.
‘ACC 포커스’는 ACC의 대표 기획전시 시리즈이다. 올해부터 인류 문화예술의 틀을 바꾼 세계적인 아시아 현대미술 거장을 소개하는 개인전 형식으로 새롭게 시작한다. 그 첫걸음은 한국 현대사진의 선구자인 사진작가 구본창과 함께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구본창 작가의 주요 사물 연작에 집중해 그가 선택한 사물이 가지고 있는 거대서사와 미시서사를 동시에 살펴보고 그 안에 존재하는 한국성과 아시아적 정서에 주목한다.
‘1부: 역사를 품은 사물에 숨결을 입히다’는 한국전쟁 유물, 조선 백자, 신라 금관과 같은 역사적 배경을 품고 있는 유물 연작을 영상과 설치 작품으로 변주해 선보인다. ‘백자 연작’은 해외로 유출된 백자를 촬영한 작품들로 구성해 10미터 높이의 ACC 전시장에서 극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족자 작품으로 천장에 매달린 백자들의 모습은 그 영혼이 고국으로 돌아온 것 같은 장면을 연상시킨다. ‘황금 연작’은 대형 라이트 박스(187x148x59cm)에 전시장 바닥에 눕혀 설치했다. 발광하는 라이트 박스 안의 신라 금관은 땅에 묻히기 전 찬란하게 빛났을 금관들을 다시 불러오는 듯하다.
‘2부: 일상 속 사소한 사물을 발견하다’는 구본창 작가가 발견한 일상 속 사물의 연작을 소개한다. 작가의 소장품을 촬영한 ‘컬렉션’, 15세기부터 프랑스 고건축물의 장치인 샤스루(chasse-roue)를 담은 ‘샤스루’, 빈 상자 혹은 비어있는 공간을 주목한 ‘인테리어’와 ‘오브제’, 그리고 일상 사물인 ‘비누’ 등 다양한 연작으로 구성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비누의 작품을 조향 작가 한서형이 재해석해 함께 조향 연출을 더했다. 전시에서는 구본창 작가의 미공개 영상 작품인 ‘코리아 판타지(2017)’도 최초 공개한다. 한국 전통문화의 모티브 중 하나인 단청을 변주한 영상으로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작가의 깊은 관심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3부: 구본창의 시선과 마주하다’는 작품들의 피사체가 되었던 구본창의 수집품, 대중매체와의 협업 작품 등 전시 주제와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흥미를 더해 줄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를 전시한다. 이 외에도 그동안 촬영했던 소설가 한강, 배우 안성기, 김지훈 등 예술인들의 인물 초상작품을 선별해 소개한다. 구본창 작가, 그래픽 디자이너 야마구치 노부히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서영희, 미술사학자 이필, 사진작가 김수강의 인터뷰를 담은 미니 다큐 영상도 새롭게 선보인다. 전시를 더 쉽게 이해하고 더 깊게 감상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될 미니 다큐는 전시 기간 동안 상영될 예정이다.
구본창의 렌즈 속, 사물이 들려주는 한국과 아시아의 이야기《구본창: 사물의 초상》 < 전시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