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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의 시각] 생의 마지막 벗, 꼭두

by 데일리아트

국립민속박물관 특별 기증전 “꼭두”리뷰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1 2024.10.23 - 2025.03.03

1999_4847_3553.jpg '꼭두' 전시 포스터 사진 : 박정현

인간은 모두 죽는다. 이 명백한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죽음’이라는 단어가 참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죽음은 한 사람의 삶에서 이루어지는 마지막 과정이기에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거움 때문에 죽음은 그것을 아직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창백한 얼굴과 검은 입술에 검은 갓과 두루마기를 입은 모습으로 묘사된 TV 속 저승사자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스산한 느낌과 공포감이 훨씬 더 강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의 선조들 역시 죽음이란 순간이 지닌 무거움과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세상을 떠난 망자(亡者)가 이러한 두려움과 고통 없이 편히 마지막 길을 갈 수 있도록 초혼(招魂)과 씻김굿 등을 행하며 망자를 위로하고 배웅했다. 뿐만 아니라 망자가 세상을 떠날 때 타고 가는 상여의 네 귀퉁이에는 ‘꼭두'라고 불리는 작은 나무 조각상을 장식하여 망자의 곁을 지키도록 했다.

1999_4848_533.jpg 반야용선 - 망자를 저승으로 이끌어주는 배로 씻김 굿에서 망자가 편하게 저승으로 갈 수 있도록 길닦음을 할때 사용된다. 사진 : 박정현

지금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민속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특별 기증전 <꼭두>에서는 삶의 마지막 벗인 꼭두의 다채로운 모습을 만나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지난 2023년 김옥랑 동승아트센터 대표로부터 기증받은 1100여 점 중 250여 점이 소개된다. 또한 이번 전시에는 기증자의 인터뷰 영상도 함께 전시되어 “꼭두 엄마”로 불리며 50년간 꼭두를 수집하는데 열정을 쏟은 김옥랑 대표의 이야기도 생생하게 전해 들을 수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총 5부로 구성된 전시는 한국의 전통적인 장례 절차와 함께 맡은 임무에 따라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표현된 꼭두의 모습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꼭두의 모습을 비교해보는 것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단순하게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 꼭두에게 구체적인 임무를 부여하고 생동감 넘치게 표정과 의상을 표현한 것을 보면 우리의 선조들이 망자의 마지막을 얼마나 진심으로 애도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1999_4849_3046.jpg 다양한 꼭두의 모습 사진 : 박정현

꼭두의 역할에는 망자의 시중을 드는 시종 꼭두와 재주를 부리고 악기를 연주하며 망자를 즐겁게 해주는 광대와 악공 꼭두 그리고 각종 악귀로부터 망자를 보호하는 호위무사 꼭두가 있다. 그중에서도 기자의 시선을 끈 것은 단연 광대와 악공 꼭두다.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즐겁게 악기를 연주하거나 재주를 넘는 광대와 악공 꼭두의 유쾌한 모습은 죽음에 대해 기자가 가진 어두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죽음을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1999_4850_1337.jpg 악기를 연주 중인 악공 꼭두 사진 : 박정현

예로부터 상서로움의 상징이었던 용과 봉황 역시 꼭두들과 함께 저승의 떠나는 망자를 동행했다. 황룡과 청룡이 하늘로 승천하는 듯한 모습의 용과 위엄을 드러내며 날개를 활짝 펼친 봉황의 모습은 꼭뚜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관람객들에게 강렬함을 선사한다.

1999_4851_3051.jpg 정자용 - 상여의 앞뒤를 장식하는 용 모양의 장식으로 한자 정(丁)의 형태로 구성 되어있다. 사진 : 박정현

한편 전시의 마지막 부분인 에필로그에서는 전통적인 꼭두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현대의 꼭두들도 만나볼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에서는 시각적으로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이 전시를 관람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점자 안내판이나 손으로 직접 만져 볼 수 있는 촉각 전시물이 함께 배치되었다. 평소에 모든 사람이 자신의 방식에 맞게 예술과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식에 대해 늘 고민을 해왔기에 이러한 모습들이 기자에게는 더없이 반가웠고 그만큼 의미 있게 다가왔다. 앞으로도 이러한 변화들이 점점 더 확대되어 많은 사람이 장벽 없이 문화유산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를 고대한다.


1999_4852_4338.jpg 점자 안내판과 촉각 전시물 사진 : 박정현


<꼭두> 전시는 죽음을 통해 살아 있는 오늘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전시다. 모든 것이 빠르게 발전하는 오늘날을 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지치고 삶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들도 어찌 보면 살아있기에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꼭두는 너무 쉽게 잊어버리곤 하는 삶의 가치에 대해 많은 깨달음을 준다.


어차피 삶은 유한하기에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루하루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임을 다시 한번 기억하며 이번 전시를 통해 독자 여러분도 꼭두를 이해하고 죽음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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