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질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이며, 인물과 추상을 넘나드는 대화이다. 미토베 나나에는 이 대화를 통해 얼굴과 단색화의 경계를 허문다. 영은미술관에서 영은창작스튜디오 12기 입주 작가 미토베 나나에의 개인전 《단색화 연구 Study of Dansaekhwa》를 오는 12월 29일까지 개최한다.
미토베 나나에는 얼굴을 주요 소재로 작업하는 일본작가이다. 그의 그림들은 화면의 물감 표면이 굉장히 두꺼우며, 거칠고 추상화된 붓질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외모나 피부색 등으로 인해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 일종의 반기를 드는 작가의 발언이기도 하다.
단색화는 한국 현대미술에서 단색조의 미니멀리즘계 추상 회화 작품들을 아우르는 말로, 2012년 이후 한국어 명칭 '단색화'와 영문 표기 'Dansaekhwa'가 함께 사용되고 있다. 단색화에서 강조되는 물질성과 행위성은 나나에의 작업에서도 중요한 포인트이다. 이에 따라 전시도 이를 보다 세밀히 대입해 연구해 보고자 이번 레지던시 기간의 작업 및 전시 주제로 ‘단색화 연구’가 선정되었다.
한국에서 제작한 캔버스에 모노크롬 계열로 추상화한 인물들을 그려 나가며 작가는 단색화가 서구의 모방이라는 일각의 의견에 대한 의문도 함께 내보이고자 하였다. 나나에의 작업은 다소 진지한 주제들을 건드리지만 팝적인 접근 방식과 친근한 소재 선택을 통해 관람객을 끌어들인다.
유화물감 고유의 질감과 붓질의 느낌이 연출하는 시각적 유희. 관객은 전시를 통해 예술을 현재의 사회에 연결시키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는 작가의 작품들을 살펴보며 예술과 우리 사회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회화의 물질성과 행위와 관련하여 단색화는 나의 현재 작업방식과 유사한 점이 있어 연구할 만하다. 나는 일관되게 인물을 그려왔지만, 얼굴 표면의 색과 질감의 문제 등을 보다 면밀히 탐구해 보기 위해 한국에 머물며 단색화를 연구했다.”
- 미토베 나나에 작가노트 중
단색화의 질감 속에 숨은 얼굴들,《단색화 연구 Study of Dansaekhwa》 < 전시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