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독립영화 감독 ④] 정용택 감독 2

by 데일리아트
2032_4950_3526.jpg 영화 촬영 중인 정용택 감독


한국 대중음악을 이끄는 뮤지션들이 태동한 인디음악의 메카 홍대! 하지만 그곳에서조차 공연할 곳을 찾지 못한 언저리 뮤지션들이 있다. “우리는 공연장도, 돈도 없다. 그렇다면?” 홍대 앞 ‘작은 용산’ 두리반을 시작으로 주민잔치, 대학축제, 집회 시위현장, 길거리까지, 관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기타를 둘러 메고 마이크를 잡는다. ‘어떻게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며 살 수 있을지’ 고민하던 그들은 자본, 경쟁, 분열에 맞서 스스로 자립하기 위한 실험을 시작하는데... 잉여력 충만한 홍대 언저리 뮤지션들의 립싱크 없는 라이브 성장기가 시작된다!


정용택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파티51>소개글에 나오는 말이다. 자유로운 음악세계를 펼치기 위해 홍대를 찾아 인디밴드를 시작했지만, 홍대가 핫플로 뜨면서 이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곧 철거되어야 할 '두리반'식당을 찾아가서 신나게 연주하며 함께 뭉쳤다. 철거민과 인디밴드, 전혀 어룰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이들이 뭉친것은 자본주의 사회, 자본 앞에 문화도 예술도 소시민적 생활도 위협받는 현실에 대한 저항이었다. 이들을 지켜보며 <파티51>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든 독립영화 감독, 아니 그는 영화 감독이라기 보다는 '시대의 기록자'이다. 갈 곳없는 가난한 상인들의 아픔을 보듬고, 그들의 할 말을 대신 해주는 '시대의 대변인'이다. 서울에서 최고의 핫플인 홍대의 뒷골목에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줄이야.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정용택 두번째 인터뷰를 이어간다.


밀어내는것보다 핫플이 그나마 보존되는 것이 아닌가요?


부의 양극화가 문제인 것이죠. 연남동도 강남 처럼바뀌고 있어요. 보존은 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보존이라하기 힘든 상황아닌가요. 전세 살든사람들이 월세를 내는 상황입니다. 지금 서울은 다주택자들의 서울이 되어갑니다.


서울 익선동을 띄운 사람들이 대전으로 내려가서 일제 관사를 다수 매입해서 카페로 만들어서 띄운 동네가 대전의 소재동입니다. 재개발 이슈 때문에 핫플로 만든 일제시대의 관사들을 등록문화재 지정을 신청합니다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카페나 전시장 등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원형을 너무 심하게 훼손한 것입니다. 보존해야만 하는 가치가 있는 건물들은 국가가 미리 매입해서 보존하는 게 맞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의 작품 중 가장 대표작은 누가 뭐래도 <파티51>일텐데요. 그 장면에서 가장 기억나는 장면이 무엇인가요?

2032_4946_3353.jpg 파티51의 한 장면


2032_4949_357.jpg 파티51의 한 장면


영화에서 가장 압권이 재개발하기 위해 세입자들을 쫓아내는데, 세입자들이 두리반 식당에 남아 이곳에서 그들과 맞서는 상황을 묘사한 장면입니다. 인디음악가들이 홍대에서 활동을 많이 했는데 그들이 합주하고 공연하는 공간은 월세가 저렴한 지하공간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홍대가 뜨면서 그 공간들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재개발로 쫓겨나는 '두리반 '식당에 연대의식을 느끼고 그들도 1년 6개월 동안 이것을 저지하기 위한 공연을 벌입니다. 인디밴드들이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서는 사회운동을 한 것이지요. 저는 이것을 다큐로 찍었습니다.


영화속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회의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왜 자기들이 두리반 식당에서 공연을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니까 세입자 사장님이 "그래서 우리는 거대하게 하나다."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세입자 사장들과 음악인들이 2010년 5월1일 하루동안 60개 인디밴드가 공연하는 행사를 만듭니다. 그래서 영화 제목이 5월1일을 줄여서 '51'이고요 하루 동안의 일을 저는 '파티', 철거민들의 저항의식을 파티로 이름붙여 영화<파티51>이 탄생한 겁니다.


극장들에서 독립영화를 상영했는데 지금은 힘든 상황입니다. 멀티플렉스만 남는 상황이예요. 멀티플렉스에서 나오는 영화들은 재미는 있지만 다양성이 있는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은 없어지고 있어요. 문화가 살려면 기초체력이 든든해야 하는데 저는 영화에서는 독립영화가 그 기초체력이라고 생각합니다.

2032_4951_3556.jpg 촬영중인 정용택 감독


독립영화 주로 다큐멘터리를 많이 찍는데 앞으로 다른 영역에 도전할 생각은 없는가? 예술영화라든지? 그렇다면 어떤 영화를 찍고 싶으신가요?


다큐멘터리도 상업적이거나 상업 방송 포맷에 맞춘 영화가 아니라면 예술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독립적인 제작방식, 상업적이지 않는 이야기 소재, 상업영화와는 다른 형식 등을 취한다면 독립 예술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질문하신 예술 영화는 아마도 극영화를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 같은데요. 다큐보다는 극 영화를 더 많이 즐겨보고 있습니다만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을 하다보면 임대인들에게는 욕도 많이 먹을 것 같습니다. 개발의 주체인 개발 당국의 가시가 되기도 할 것 같습니다. 그간 활동을 하면서 어려움이 없었나요?


정권과의 문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블랙리스트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딱히 부동산 문제를 이야기한다고 해서 들어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강남과 종로 등지에 갭투자로 다수의 건물을 사들여 임차인을 쫓아낸 건물주가 소송을 건다고 위협했는데 실제로 소송당하지는 않았습니다.

2032_4952_3624.jpg 영화에 출연하는 인디밴드들


정감독이 지향하는 아름다운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거대한 질문인데요. 특별한 세상을 꿈꾸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나고 지켜본 사람들, 소시민들이 부자는 아니지만 골목골목에서 노년까지 적당히 먹고사는 삶 정도가 아닐까요? 물론 이런 삶이 승자만 살아남는 한국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어가고 있지만요. 최근에 한국의 출산율 감소에 대해 한 외국학자가 자식을 낳아서 노예로 살게 하지 않기 위해서란 분석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요, 지금 보이는 세상과는 많이 다른 세상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를 통해서 본인의 생각을 관철시켰던 일은 있었나요?


그런 것은 없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기록과 질문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사회구성원들이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서는 것들을 영화로 보여주고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는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저는 이런 시대 상황의 기록을 통해서 사회에 도움을 주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이 시간을 통해 독자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없나요?


영화제가 많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독립영화 관련해서 대폭 지원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작가 한강의 작품이 2014년 이후에는 개인에게 지원이 없었습니다. 블랙리스트였기 때문이죠. 노벨상 받으니까 국가가 국제적으로 유명해질 작품들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이런 것을 보면 정부는 문화와 문학을 지원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기초적인 것들을 지원해야 세계적인 것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2032_4944_3258.jpg 후속작 '상냥한 폭력의 도시'


지금 준비하는 작품이 있나요?


지금준비하는 작품은 <상냥한 폭력의 도시>라는 작품입니다, '상냥하다는 것'은 철거하지 않고 재생을 해서 살기 좋은 곳으로 활성화 시키겠다는 의미인데 그 결과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주민이 쫓겨나는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의미입니다. 내년 3월에 펀딩에 참여해 주신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할 예정입니다.


장시간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데일리아트도 정용택 감독의 행보를 지켜보며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파티51 예고편>

https://youtu.be/oIQijpvIvHs


출처 : 데일리아트 Daily Art(https://www.d-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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