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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하는 예술 ③] -자유, 평등, 박애

by 데일리아트

너무나도 당연한, 그래서 더 소중한 자유, 평등, 박애의 가치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예술로 시대와 맞섰던 문인, 화가들은 시대에 어떻게 저항했을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그들의 작품을 소환해 본다. 예술은 예술 자체로서도 가치가 있겠지만, 시대와 동떨어져 존재할 수 없기에 작품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쳤던 예술가들이 수도 없이 있었다. 그들은 시대의 선각자들이었다. 시와 그림, 민화 등 비교적 최근 작도 다뤄본다. 오늘은 '저항'과 '민중'의 아이콘이 된 그림. (편집자 주)


정의와 성실, 공정 등 사회를 이루는 수많은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 가치들은 사회가 원활하게 유지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그러나 다양한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가치를 꼽아보자면 단연 자유와 평등, 그리고 박애일 것이다. 특히 현대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이 가치들은 그 무엇보다도 우선 되어야 하는 고귀한 가치다.


요 며칠 나라를 둘러싸고 계속되는 어수선하고 불안한 시국은 자유, 평등, 박애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이제껏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온 이 가치들은 결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며 그 뒤에는 누군가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음을 현 시국을 통해 새삼 깨닫는다.

2114_5214_328.jpg 외젠 들라크루아 ,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1830 이미지 출처 : 위키 백과

역사화의 대가이자 낭만주의 대표 화가로 불리는 프랑스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1789-1863)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1830)을 통해 캔버스에 자유, 평등, 박애의 가치를 담아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1789년에 발발한 프랑스대혁명을 묘사한것으로 알고 있지만 알려진 것과 달리 이 작품은 그 이후인 1830년에 있었던 '7월혁명'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제작되었던 1830년 프랑스 사회는 큰 혼란에 빠져 있었다. 당시 국왕이었던 샤를 10세는 ‘출판 자유의 제한’, ‘하원의 해산’ , ‘선거 자격의 제한’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7월 칙령을 발표하였다. 이 칙령의 발표는 많은 민중을 분노케 했고 1830년 7월 27일 ‘7월 혁명’이 발발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들라크루아는 당시의 긴장 넘치는 순간을 화폭에 옮겨 담았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총과 프랑스 국기를 손에 든 한 여인이 서 있다. 흔히 '자유의 여신'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이 여인은 자유의 알레고리다. '알레고리(allegory)'란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형태로 표현하여 나타낸 것이다. 이 작품에서 여인은 프랑스 민중의 자유 그 자체를 의미한다. 혁명의 한가운데서 자유와 해방의 상징인 프리기아 모자를 쓰고 민중을 이끄는 강인한 모습은 당대 프랑스 민중들이 가진 자유와 평등을 향한 의지를 잘 담고 있다.

2114_5217_1013.jpg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속 꼬마 아이의 모습. 이 아이는 프랑스의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1862년 발표한 레 미제라블의 등장인물 가브로슈를 창작하는데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

한편 자유의 알레고리 주변 인물의 모습도 다양하다. 자유의 알레고리 오른편에 그려진 꼬마 아이와 왼편에 그려진 정장을 입고 실크 햇 쓴 남성, 그리고 셔츠의 단추가 풀어진 채 모자를 쓰고 있는 남성의 모습을 보면 소년과 부르주아 계층과 가난한 민중까지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이 혁명에 참여했음을 알 수 있다.

2114_5218_2019.jpg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속 남성의 모습들.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이처럼 혁명의 모습을 생동감 넘치게 담아낸 이 작품은 지역과 시대를 넘어 위기의 순간마다 여러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며 널리 사랑 받는 명작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1952년 자유의 알레고리가 태극기를 든 모습으로 패러디 되어 당시의 임시 수도 였던 부산시청의 외벽에 걸리기도 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들라크루아의 작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자유, 평등, 박애의 가치를 쟁취하기 위한 민중들의 저항 정신을 잘 보여준다. 국가 전체가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지금을 훗날의 역사는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쉽지 않은 시기이지만 모든 국민이 지혜를 모아 위기를 해결하여 더 크게 도약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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