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랑(원혜경 대표)에서는 2024년 11월 29일부터 12월 28일까지 송지연(b.1981) 작가의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작인 도시 풍경과 더불어, 지난 겨울 제주 생활 중에 바라보았던 제주 풍경 신작들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송지연 작가의 작품 특징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풍경에 대한 인상과 두텁고 거친 투박한 질감에 있다. 그리기와 지우기를 반복하는 수많은 붓질을 통한 안료의 축적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과 여정을 담은 시간의 축적이다.
송지연의 도시풍경은 '바라보다' 의 타이틀이 다수를 차지한다. 작가는 도시를 바라보기 위하여 높은 조망점을 찾거나 도시 내부를 순례하듯 걷기도 한다. 그저 평범한, 그리고 비교적 넓은 일상의 표정들이 담겨져 있다. 아마도 작가는 자신의 작품 속에 신화나 역사의 주인공들이 들려주는 거대한 서사를 담기보다는 평범한 일상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들의 정서에 다가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송지연의 작품은 채색을 하되 모노톤에 가까운 어두운 바탕에서 점차 밝은 톤으로 겹쳐 올려진다. 사실 자연 풍경에 비하여 도시 풍경은 목가적 서정성이나 낭만적 정취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도시 환경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도시란 또 다른 의미에서의 자연일 수 있을 것이다. 송지연은 이러한 의미의 공간으로서의 도시를 바라보고 사유하여 작품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지난 겨울 작가는 도시를 벗어나 제주도에서 한달살이에 나섰다. 제주는 대부분 바다와 특수한 자연 지형이 돋보이는 요소로 둘러싸여 있지만, 작가가 머무른 일상의 장소는 제주에서도 도심과 유사한 환경이었다. 당연히 바다가 보이고 산도 보이고 들판도 있었지만 다른 곳의 도시인의 삶과 다르지 않았다. 매서운 바람과 비, 그리고 많은 눈이 작가에게 두려움과 긴장을 초래하기도 했지만 제주 거주지의 따뜻한 방과 가족, 흐르는 시간이 작가를 이완시키고 안심시켜 주었다. 꼭 다른 환경이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 있음을, 다르지 않음을 작가는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림을 그리는 방식은 동일하나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색은 좀더 화려하고 원색적인 색감으로 그려졌다. 겉으로 드러난 최종 색은 파스텔톤의 색으로 정제되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과 낯선 두려움, 설레는 마음이 여러 가지 색으로 표현된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풍경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는 작가는 자신이 표현하는 풍경으로부터 추억과 기억을 되불러오고 그 과정을 통해 지나간 시간의 의미를 반추한다. 햇빛에 표백된 듯한 인상을 주는 풍경의 표정은 마치 낡은 흑백사진에 담긴 시간의 두께처럼 공간을 반추하게 하면서 관람객의 회고적 감정을 자극한다.
이제 작가에게 도시는 삭막한 곳이 아니다. 현대사회의 발전으로 어느 지역이든 점점 도시화 되어 있고 우리는 그곳에 살고있다. 오히려 도시는 이제 현실을 살아갈 힘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위안을 얻기도 하는 고향과 같이 따뜻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스스로에 대한 성찰의 방법으로 도시를 선택했고,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찾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삶을 바라다보는 다양한 시점과 색의 변주를 보여주며 끊임없이 자신의 화폭에 새로운 시도를 하며 묵묵히 자신만의 세계를 발전시키고 있는 송지연 작가의 작품들을 바라보면서 우리 또한 자신의 삶과 환경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공유한다.
송지연 개인전 《바라보다-제주 》선 갤러리 < 전시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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