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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24. 2024

마음을 표현하는 청년 작가- 최목운

[청년 작가 열전 ③]

[마음을 표현하는 청년 작가- 최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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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는 소설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 


앓아 누운 아내가 일 나가지 말라는 만류에도 인력거꾼 김첨지는 가족에게 곡기라도 이어줄 요량으로 일을 나간다. 그런데 평소와는 다르게 인력거를 타려는 사람이 많다. 김첨지는 아내 생각에 빨리 일을 접고 들어가려고 해도 일이 끊이지 않는다. 따블의 운임료를 불러도 손님들은 오케이이다. 생각보다 일이 너무 늦게 끝났다. 아내가 한번 먹고싶다는 뜨거운 설렁탕을 사 가지고 집으로 가지만 문 밖에서 어린 아이의 울음 소리만 들릴 뿐이다.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는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기가 막힌 현실에서 김첨지는 눈물을 흘리면 절규한다.


“설렁탕을 사다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 ”


웬일로 운수가 좋아 일이 많더니만 결국 일에 매달리다가 아내가 죽는 것도 살피지 못했다.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의 주인공 김첨지의 절규가 가슴을 울린다. 운수가 좋아서 일이 많은 줄 알았는데 실은 가장 운수가 나쁜 날이 되어 버렸다. 무언가 쫓기면서 바쁘게 살아가는데 결과는 허무하다.  아차 싶어 뒤 돌아보니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어 버릴  때가 얼마나 많은가. 소설 '운수 좋은 날'이 계속 리메이크 되는 것은 이 소설의 서사가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마음 먹기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고 하지만, 오래 산 사람이나 인생의 출발선 상에 서 있는 청년들도 다 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세상에는 훨씬 많다는 것을...우리의 삶에서 어쩌면 마음은 제멋대로 흘러가는 돛대 없는 배와도 같다.


마음이 문제이다. 보이지 않는 인간의 마음. 이것을 무의식이라 해도 좋고 의식이라고 해도 좋겠다. 이런 인간의 마음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청년 작가를 만난다.  그는 의식의 흐름을 자신의 예술 속에서 표현하려고 했다. 오늘  만나는 청년작가는 최목운이다. 


*서면과 전화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설치조각가 최목운입니다.

작가는 마음을 물의 이미지로 차용했다.

-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우선 저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었습니다. 제가 어릴 적부터 아버지는 항상 존재론적 탐구를 종교, 정치, 인문학, 철학 등의 다양한 장르에서 마치  도사처럼 가족들한테 얘기하시는 걸 좋아하셨거든요. 물론 어릴때는 잔소리처럼 들려서 듣둥 마둥 했지만요. 그러다 문득 요즘도 생각나는 경험들이 있는데 제가 고향이 대구인데 어릴적에 대구 외곽에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지역 옆에 살고 있었어요. 산과 들판, 논두렁과 저수지 같은 자연이 항상 같이 있었죠. 아마 어릴 적 자아가 형성되는 시점에서 도롱뇽 알 잡으러 가고 저수지 놀러 가고 했던 때, 그 물가에 비친 '나'를 보고 내가 응시하고 있는 육체(몸)에 대한 이질감을 강하게 느꼈어요. 그러고는 줄곧 손을 보고 신기해하고 어떻게 손가락이 움직이지? 이런 귀여운 상상과 함께 자라 오다, 고등학생 때 미술로 대학을 진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럼 난 작가로 살아야겠다고 정한 뒤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창작 활동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물끄러미_stainless steel,water_가변설치_2023, 부산 전포동 심포지엄 설치전경

- 작품이 매우 철학적이다. 작가는 2023년에 '손님맞이'라는 작품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성찰해 본다고 했다. 왜 이런 작업을 하게 되었는가? 무슨 계기라도 있었는지?


 앞서 말씀드린 거처럼 저의 주된 관심사는 '나'라는 존재 안에 존재하고 있을 무언가, 그게 자아(ego) 인가 존재인가, 일단 눈에는 보이지 않는 형이상학적인 영역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답도 내 안에 있겠구나 하는 스스로의 결론에 도달했고 내 안에 일어나는 수많은 그 무엇( 감정, 마음, 착각, 망상 등)을 관찰하고 마치 손님 대하듯 객관화 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구나 하는 나름의 의미가 생겼습니다. 물론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정말 감당할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힘들었던 일들이 겹치며 조금 더 스스로를 알아가고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누구든지 어느 시간대에서의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각자 나름의 사정들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그것들이 힘들다고 질타하고 남 탓하고 남을 비난하고, 혹은 자기 자신을 비난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보다는 저는 나에게 온 고난과 시련들이 선물이라는 사실에 주목을 했고, 그것을 계기로 더 나은 방향으로 나를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관념론적인 생각이 많이 자리잡았고, 이런 시련들은 어쩌면 나의 종말을 끝내기 위해 찾아온 모순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여전히 강하게 자리잡고 있습니 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의 존재적 성찰을 필요로했고, 작업의 방향도 많이 바뀌었으며 그 시작의 단계로 내 존재 안에 존재하고 있을 무엇인가를 알아보는게 그 첫 시작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손님맞이 설치 작품


- 물을 인간의 마음으로 차용했다. 물을 자신의 오브제로 선택한 이유가 있었는가?


두 번째 질문에서 그 저수지에 비친 나를 보고 육체에 대한 이질감이 생겼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문득 물이라는 매체를 떠올렸는데, 물이라는 것을 계속 보고 있으니까 저랑 성향이 비슷해 보이는 거죠. 이상한 동질감이 생겼다고 할까요. 모든 것을 포용하고 한없이 작고 연약하나 강하고, 담기는 모든 것에 따라 모양이 변형되고, 생명을 연장하기에 필수조건인 역할을 하고, 그래서 물의 표면의 떨림이나, 움직임, 흐름 등등 여려 현상들을 작업에 차용하기 시작했어요.


- 의식과 무의식을 모터와 물로 가시화 시켰다. 어떻게 연관이 되는가?


우선 우리는 의식적으로 행동하고 생각한다고 하나 사실은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저의 작품 중 의식의 무의식이라는 작품을 보면 창작자인 제가 설정한 값은 모터를 이용해 물이라는 오브제를 지상에서 하늘로 끌어 올린 게 전부인데, 그 다음부터는 중력의 영향으로 물이라는 오브제가 투명한 아크릴판을 타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창작자의 의식의 영역은 물을 올려준 것, 그 다음부터는 물이 알아서 물길을 만들고 일정하게 층류 현상으로 내려오다 난류로 전환되며 막 예상하지 못하게 흩어지고 요동치는데, 이 부분을 보고 우리 인간들도 저렇게 현상을 가시화 할 수 있다면 저렇지 않을까. 우리의 자아와 닮아 있지 않을까 하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며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24년 남양주 서호미술관 초대개인전 작품1


- 작가는 도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도가의 영향은 어떤 사건이 있었나? 그리고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작가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무엇인가?


 우연하게 접하게 된 노자의 도덕경을 보고 많은 자극이 되었는데, 내 존재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이 동양 사상을 통하여서는 차분해지는 법을 알게 된 거 같습니다. 특히 '무위자연'과 같은 무위 사상에서 '있는 그대로'라는 본질적인 뜻이 많이 와 닿았고 가공된 아름다움보다 있는 그대로의 숭고함을 작업에 거짓 없이 녹여 내고 싶은 태도가 지금의 가장 큰 시각인 듯합니다. 세상의 모든 사물에는 인간이 편의를 위해 붙여진 상(이름)이 있는데, 그 이름을 걷어내고 그 속의 본질이 무엇일까에 대한 탐구, 그리고 더 나아가 스스로를 응시하고 응시되는 상호 관계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서호미술관 설치 과정

- 작업하지 않을 때는 주로 무엇을 하나?


 밀린 병원 가기, 몸 치유 받기 등이 있는데 최근에는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행위를 제외하고는 머릿속에는 항상 작업 생각들로 가득 차 있는 거 같습니다. 최근에는 미학 공부를 하는 중이고, 책을 보고 드로잉도 자주 하는 편입니다. 거리에 나가서 2분 드로잉도 하는 편이고 전시도 다니고 뒤풀이도 가면서 사람들과의 교류도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 앞서 소개한 정의지 작가나 이찬주 작가는 주로 불을 이용해서 작업을 했다. 어떤 것이 더 힘드나?


 흠... 아무래도 물로 작업하는 게 더 힘든 일인 거 같습니다. 오히려 불은 다루기가 쉬운 편이고 물은 예상이 불가능하고 변수가 많아서 많은 작가님들도 꺼려하는 물질인 듯합니다. 저 또한 물을 필요로 하는 작업을 할 때면 많은 부분을 내려놓고 시작을 하는 편입니다. 가령 예를 들면 물길을 잡으려 든다거나 제어하고 통제하려고 하면, 그러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내면에서 치밀어 오르는 많은 감정들이 저를 힘들게 하기 때문에 자연의 것을 빌릴 때는 그만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내려놓는 태도를 취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서호미술관 한옥전시장 설치전경

- 데일리아트의 청년 작가 열전은 릴레이 형태의 인터뷰이다. 추천 작가를 소개해 달라.


박정은 작가를 소개합니다. 박정은 작가님을 처음 본 날은 24년 2월 18일 서울 은평구에 지금 제가 입주해 있는 황금향이라는 공간에서 초대 개인전을 하실 때 처음 뵙게 되었습니다. 당시 작가님을 보기 전 작품을 미리 보았었는데 작은 공간에 널부러져 있는 토끼들에게서 오는 형태와 감각이 우선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분명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고 죽은 듯한 토끼들은 일단 그 크기에서 압도되는 스케일에 한번 놀라고, 친숙한 재료들에서 오는 반가움과 그 속의 투박한 형태에서 오는 그 투박함이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죽은 듯한 토끼들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거 같았고, 생동감도 있었고, 때마침 서울 생활을 시작 한 저에게는 더욱 낯설지만 새롭고 투박한데, 친숙하고 애절한데, 절제되어 있는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님 스테이트먼트를 읽었을 때, 타이틀이 '사랑을 겪는 이들에게'인데, 물론 타이틀에서 오는 구조주의적인 감각은 있었지만, 사실 제가 느끼기에는 그 속의 관 념적인 감각이 좀 더 저를 자극했습니다. 박정은 작가님을 알게 된 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앞으로 공간 황금향에 같이 입주해 작업해 나갈 동료 작가님이면서 저에게 어떠한 잊혀진 감각을 깨워준 멋진 작가님이라 다음 릴레이 작가님으로 추천 드립니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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