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포스터
김종영미술관은 2025년은 희망찬 새해가 되기를 기대하며 첫 전시로 원로 조각가 임송자 초대전을 개최한다.
작가 임송자는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60년을 한결같이 인체 조각, 그중에서도 소조 작업에 전념했다. 김종영미술관은 흙이라는 재료로 동시대인의 여러 모습을 발현한 임송자의 특별히 기억하는 인물, 사건을 조형한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1959년 대학을 입학해서 4‧19와 5‧16을 거친 작가들이 다양하게 세계 속에서 한국미술을 모색할 때 선생은 교편에 전념했다. 1976년 다소 늦은 나이에 로마 유학을 선택했다. 당시 미술학도들이 파리나 뉴욕을 선망했던 점을 고려하면 로마를 선택했다는 건 뜻밖이다. 하지만 로마는 루이 14세가 만든 ‘프리 드 로마(Prix de Rome) 상’이 1968년에 폐지될 때까지 지속했던 것과 17세기부터 붐을 이룬 그랜드 투어의 종착지가 아닌가. 로마는 유럽인들에게 유럽문화의 보고로 인식되던 곳이다.
4월의 달 The Moon of April_Bronze_37x23x51cm_1980
Contemporary 96-2_Bronze_Granite_190x90x133cm_1996
우리의 미술은 서양미술을 수용하는 데, 역사적 맥락을 살피기보다는 동시대 양상에 집중하며 서둘러 발맞춰 나가고자 했던 상황이었다. 선생은 이러한 세태와 거리를 두고 서양 조각 전통을 탐구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 작품 소재는 모두 사람이다. 두 점의 돌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흙과 밀랍으로 제작한 테라코타와 브론즈 작품이다. 소조 작업이라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흙을 붙여 형상을 만드는 소조는 돌이나 나무를 끌과 정으로 깎아 만드는 조각과 달리 온전히 손으로 재료를 느끼며 형상을 완성한다. 따라서 작가는 흙과 직접 교감해야하고, 작가의 손에 의하여 흙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작가와 흙의 관계는 영감을 주면 그 영감에 의해 흙으로 부터 생명을 얻는 과정과도 같다. 마치 필압(筆壓)을 느낄 수 있는 육필 원고 처럼 작가의 지문까지 그대로 간직한다. 그러기 위해서 선생은 원하는 흙과 밀랍을 손수 배합해 사용한다.
모자상 Mother and Child_Bronze_47.5X13.6X19.5cm_2002
봄이 오는 소리 92, 브론즈, 56x61x32cm, 1992
이번 전시는 크게 3층 전시실의 가톨릭 성상 작품과 1층 전시실의 두상, 흉상과 전신상 등의 인체를 소재로 한 환조와 부조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로마 유학 시절 시작한 <현대인> 연작을 시작으로 <내가 만난 사람>, <손>과 같은 연작과 최근의 성상 작품까지 망라한 작품들이다.
그중에서 주목하는 작품은 조카 우인이와 지연이의 얼굴 부조 작품이다. 조각은 ‘노작(勞作)의 소산’이라 하듯 제작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회화와 비교해서 첫 느낌과 감정을 지속하기 어려운게 조소이다. 그래서 조각가에게 첫 느낌의 드로잉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그런데 조카 얼굴 부조 작품은 크로키 하듯 단숨에 제작했다는 후문이다.
별관 1층 전시실
"작가 임송자 선생의 은사인 김종영 선생은 예술이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감동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일상생활은 삶이며, 삶은 만남으로 시작해서 헤어짐으로 끝나 결국 인간관계가 삶의 전부입니다. 흙으로 빚어낸 임송자 선생님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삶에 관한 성찰과 독백을 음미해 보기를 바랍니다." 전시를 기획한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밝혔다.
흙으로 빚어내는 '삶의 전부', 원로 작가 임송자 초대전 < 전시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