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트 하우스' 표지석
뉴 잉글랜드(New England) 전원의 버몬트(Vermont)로에 우리가 잘 아는 시인이 살다가 잠들어 있다. 1916년 시집 『마운틴 인터벌』에 「The Road Not Taken」을 발표한 작가 로버트 프로스트다. 이 시는 발표되자 마자 사람들의 가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에서도 수필가 피천득에 의해 번역되어 많이 알려졌는데, 제목이 '가지 않은 길'로 누구나 한 번쯤 엇갈려간 행로의 길을 되짚어보게 만드는 시였다.
원문의 맛을 살려 한 번 읽어보고, 번역된 시와 비교하여 그 운율과 묘미를 한번 감상해 보자.
The Road Not Taken Robert frost (가지 않은 길 파천득)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 And be one traveller, long I stood /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uth; /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어 내려간 데까지 / 바라다볼 수 있느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어간 자취가 적어 /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던 것이지요. / 길을 걸어간다면 그 길도 결국 같아질 것이지만…
And both that morning eqully lay /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 아, 나는 다음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 길은 길에 연하여 끝이 없음으로 /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 I took the one less travelled by, /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프로스트의 생가
프로스트가 거처한 방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privy(프라이버시 구역)'이라는 화장실 표시가 재미있다.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는 비교적 현대의 시인으로 이 시를 이십대 중반에 썼다. 무려 4회의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에서는 삶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안타까움과 애절함이 함께 동반된다. 단 한번인 존재의 여정에 긍정적 껴안음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깃털처럼 가볍기에 또한 더욱 소중한 일회성의 숲 속 두 갈래 길. 누군가 이 시는 길의 원형적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빼어난 사유를 담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시의 내용이 우리들의 인생과도 닮아있는 것 같아 더욱 마음을 끌리게 된다. 미처 가지 못했던 길의 다른쪽에는 어떤 것이 남겨져 있을까?
프로스트가 살았던 버몬트는 미 북동부에 위치한 주로 'Green Mountains'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이 버몬트 지역은 자연 친화적인 곳으로, 숲이 많고 가을에 특히 노란색 단풍이 무척 아름답다. 그의 시 첫 소절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의 표현이 왜 있는지 이해가 된다.
모두가 사랑하는 프로스트의 시가 탄생된 배경엔 그가 머물렀던 자연과 정신 세계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 내가 가 본 그의 집은 평화로운 지역에 옛 방식의 건축 구조로 세워져 있었는데 붉은 칠을 한 집의 외관이 인상적이었다. 따로 마굿간도 있어 「눈 내리는 밤 숲가에 멈춰서서」 가 어떻게 창작되었는지 어렴풋이 짐작되었다. 일명 '스톤 하우스( Stone House)'라 불리는 프로스트의 거처다.
"나는 세상과 사랑 싸움을 벌였다." 그의 묘비명에 새겨진 내면의 쟁투를 저 집은 알고 있으리라. 삶을 부여받은 우리 또한 그러한 사랑의 교전을 벌이다 떠나는 것이기에 그 싸움이 비단 그만의 것은 아니겠고. 프로스트의 또 다른 시 「불과 얼음(Fire and Ice)」 을 소개한다.
어떤 이는 세상이 불 속에서 끝날 거라고 말하고, / 어떤 이는 얼음 속에서라고 말하지. / 내가 욕망을 맛본 것으로부터 / 나는 불을 선호하는 사람들에 동의하지. / 하지만 만약 세상이 두 번 멸망한다면, / 난 증오를 충분히 안다고 생각하지 / 파괴를 위해 얼음 / 또한 대단하고 / 충분하다고 말할 만큼. / 세상에서의 경험이 비록 약간 다르게 축약 되었지만 사람은 결국 동일한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