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ic - speaking mind 2025025, 26, 27, 28 acryl on canvas , 61cm x 73.4cm x 4cm (each) ,2025
작가 오현아에게 작업이란 단순한 창작 행위를 넘어, 삶의 본질을 탐구하고 정신세계를 대중과 소통하는 과정이다. 그녀에게 그림은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니라, 내면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도구이자 자신의 철학과 감정을 전달하는 행위다.
언어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며, 이를 습득하는 과정은 곧 타인을 배려하는 행위로 여겨진다. 그 과정에서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길러진다.
그러나 오현아는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일반적인 언어 대신 추상적인 형태의 그림 언어를 선택한다. 이는 그녀의 독창적인 사고방식을 반영하는 동시에, 구상적 표현 방식에 대한 역설이기도 하다. 또한, 구체적인 형상 대신 추상을 통해 더 깊이 있는 의미를 전달하려는 방법적 선택이며, 전통적인 표현 방식에 대한 도전이자 새로운 소통 방식을 탐구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Asemic - speaking mind 202401, 92cm x 73cm acryl painting on canvas, 2024
Asemic - speaking mind 202519 , acryl on canvas 30cm x 40 cm x 4cm,2025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로 남는다. 그 간극을 좁히는 것은 쉽지 않지만, 작가는 구체적인 형상을 배제한 추상적 이미지 속에서 해답을 찾고자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추상적 글쓰기(Abstract Writing) 는 단순한 예술적 표현을 넘어, 작가가 이끄는 하나의 주제이자 일상의 기록이다. 감각과 직관을 기반으로 한 서술 방식은 개인의 내면적 경험과 사고의 흐름을 보다 자유롭게 담아낸다.
작가는 만물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원천에 대한 사유 과정을 ‘선(Line)’이라는 그림 언어로 표현하며, 이를 추상적 요소로 선택하여 캔버스 위에서 실험하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의 삶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으며, 개념적이고 실체를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추상적인 형태로 다가오기 때문이 아닐까.
즉흥성, 계획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본질, 우연, 그리고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삶의 역사성이 순간적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만물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시작점에서 비롯된 과정은, 작가의 사상적 변이를 거치며 다시 처음의 기원으로 돌아간다.
Abstract writing and erasing, acryl on canvas 지름 100cm,2023
오현아 작가의 작업은 Tapestry의 섬유미술에서 출발했다.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며 면적을 완성해 나가는 직조 과정은, ‘대립적 요소의 융합’을 구조적 원리로 형상화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창조의 의미를 내포한다. 이는 직조되어 눈에 보이는 인체라는 형상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이며, 또 다른 메시지를 통해 우리의 정신을 일깨운다.
인체에 대한 탐구를 마친 후, 작가는 삶의 가치관을 어떻게 형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사색에 빠진다. 더 나아가, 그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탄생한 수많은 이야기는 바느질 기법을 비롯한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작품에 담긴다. 그러나 결국, 그는 이 모든 과정이 덧없음을 깨닫게 된다.
시간의 틈, installation,체,자수, 2005
모성 본성,30cm* 40cm * 5cm,자수
작가는 직접적인 설명이나 명확한 메시지를 통해 삶의 의미를 전달하기보다는, 감정(Feeling)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과정 속에서, 살아오며 느끼고 체험한 삶의 철학을 작품에 담아낸다.
추상적 글쓰기(Abstract Writing) 에 작가의 마음이 이입된 이유는, 우리의 삶이 아무리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한 걸음을 내디딘다 해도, 결국 그 결과는 애초의 계획을 벗어나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또한, 추상적 글쓰기는 예측할 수 없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열린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그렇다면, 작가는 이러한 불확실성과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리고 추상적 글쓰기가 관객과의 소통에서 어떤 역할을 하길 기대하는 것일까?
작가는 직접적인 설명이나 명확한 메시지를 통해 삶의 의미를 전달하기보다는, 감정(Feeling)의 흐름에 따라 물처럼 흘러가는 인생의 깊이를 탐구한다. 그는 세상을 살아오면서 느끼고 체험한 삶의 철학을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추상적 글쓰기(Abstract Writing)에 대한 작가의 몰입은, 어쩌면 우리의 삶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한 걸음을 내디딘다 해도, 그 결과는 늘 예측을 벗어나기를 반복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한, 추상적 글쓰기는 관객이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이는 작가가 기대하는 바가 아닐까. 작가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Abstract Writing’에 이어 ‘Asemic Writing’을 주제로 연결한 것은, 최소한의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혹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선택의 문제이자, 삶에 대한 작가의 깊은 고뇌가 담긴 주제로 보인다. 작가는 ‘선(Line)’이라는 조형 요소를 추상의 모티브로 설정하고, 모든 인식 가능한 자연의 형태를 지운다.
선의 유희가 펼쳐지는 추상의 공간은 신명 나는 놀이터이자, 창작 행위의 독립성과 자유로움 속에서 희열과 가치를 느끼는 곳이다. 동시에, 이는 세상과의 소통과 화합을 염원하는 열린 마당이기도 하다.
이 열린 마당은 단순한 작업 공간을 넘어, 작가의 생활 터전이자 자연인으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삶을 영위하는 공간이다. 또한, 언어·기호·규칙·관습과 같은 사회적 약속을 이행하는 장(場)이기도 하다.
첫눈의 설렘으로 채워진 하얀 캔버스 위에 펼쳐질, 오현아 작가의 ‘열린 마당’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추상이라는 형상과 본능이라는 원초적 감성이 만나는 교차점. 그곳에서 오현아 작가가 펼쳐 놓을 놀이마당은 어떤 춤사위를 그려낼까? 한바탕 흥겨운 춤이 시작될 그 순간이 궁금하다.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공예과 교수 정병헌
[강의실 밖 그림이야기] 삶을 추상으로 그리는 작가- 오현아 작가 < 미술일반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