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에 나타난 연꽃 도상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연꽃 도안와 민화 연꽃 그림을 주제별로 나누어 분석해 본 결과, 연꽃의 상징은 크게 사회적 측면와 가정적 측면,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었다. 사회적 측면에서의 연꽃의 상징성은 조화․성공, 과거급제, 청렴, 사업번영 등이 있으며, 가정적 측면에서의 연꽃의 상징성은 결혼 축하․부부 화목, 귀한 아들, 다산, 부귀영화 등이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의 연꽃의 상징성중 ‘조화․성공’ 부문은 “화합여의(和合如意)”라는 도안으로 표현되는데(도1), 이는 ‘처한 상황이나 대인관계가 잘 조화되어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도안’으로써 뚜껑이 있는 그릇(盒), 연꽃, 영지버섯의 조합으로 그려진다.
도1. “화합여의(和合如意)”
민화에서 연꽃 그림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살펴보다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연꽃 한 가지가 아닌 여러 유형의 도상을 조합하여 구성하였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연꽃 도상의 조합 양상을 살펴보면, 민화를 주문하거나 구입한 이들이 무엇을 간절히 염원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연꽃 도상의 상징성을 바탕으로 민화에 그려진 연꽃 도상을 유형별로 분류해 보면, 크게 6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연꽃을 주제로 그린 민화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과거급제와 관련된 그림이다. 그 다음으로 많이 그려진 그림은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소망이 담긴 것이었다. 결혼 축하나 부부 화목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는 도안은 대부분의 민화 연꽃 그림에서 나타나고 있다. 축복 속에서 결혼한 이후에 바라게 되는 것은 다산이다. 취직도 하고 결혼도 하고 자식도 많이 낳았다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바라게 될까? 바로 부위영화이다. 부귀영화까지 이루면 더 이상 걱정할 것이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근심 하나가 남는다. 자식에 대한 걱정이다. 자식이 훌륭하고 귀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그 다음으로는 사업번영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그림이 많이 그려졌으며, 이는 부귀영화와 연결되는 것이다. 그럼 실제 민화 속에서 연꽃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화조도>(도2)는 만개한 연꽃과 곧 피기 직전의 연꽃, 펼쳐진 연잎과 접힌 연잎, 연 줄기, 연밥 등 연꽃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갖추어 그렸다.
도2. , 19세기, 지본채색, 59×33cm, 가회민화박물관(『민화본색』1, p. 95)
연밥과 연 줄기에 새가 앉아 있으며, 아래쪽 물가에는 암수 새 두 마리가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연밥 위의 새는 연밥을 쪼아 먹고 있다. 이는 과거급제와 행복한 가정생활, 다산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는 것이다.
<화조도>(도3)에는 여섯 송이의 연꽃과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연잎, 연 줄기, 연밥 등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연밥을 향해 날아오르는 새와 연밥을 먹고 있는 새가 그려져 있다. 연못에는 천진한 눈으로 즐겁게 웃으며 물속을 노닐고 있는 물고기 두 마리도 그려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암수 짝을 이루고 있는 새의 모습니다. 암컷 새는 머리를 물속에 넣고 물고기를 잡는 중이어서, 몸통만 물 밖에 드러나 있다. 수컷 새는 물고기 한 마리를 입에 물고, 한결 여유로운 자태로 노닐고 있다. 이 작품은 과거급제와 행복한 가정과 다산, 부귀영화 등의 염원을 담아 제작된 것이다.
도3. , 19세기, 지본채색, 84×32cm, 가회민화박물관(『민화본색』1, p. 169)
사업이 번영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화조도>(도3)를 보면, 여러 형태와 크기의 연꽃 여러 줄기가 한데 뒤엉켜 자라나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연밥도 보이고, 아직 피지 않은 연꽃 봉오리도 있으며, 하늘을 향해 활짝 핀 연꽃들도 보인다. 멀리 많은 새들이 날아가는 모습이 함께 보이고 있다. 이렇게 여러 송이의 연꽃들이 무더기 피어 있는 것은 사업번영을 상징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연꽃에는 여러 가지 상징이 있으며, 그 상징은 민화 속에서 거의 대부분 표현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 그려지지 않은 연꽃의 상징이 있다. 바로 청렴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것이다. 유교, 불교, 도교에서 중요한 가치로 삼아 추구했던 청정함에 대한 염원은 민화 속에 담기지 않은 것이다. 필자가 분석한 민화 연꽃 그림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 할지라도, 비율적 측면에서 볼 때 청렴 관련 주제가 즐겨 그려지거나 감상된 그림은 아니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민화가 이상적인 정신적 향상보다는 세속에서의 행복한 삶을 추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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