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그림
일제시대 엽서에 등장하는 홍지문과 오간수문
오늘은 손자들과 자하문 밖으로 봄나들이를 나왔다. 봄꽃이 반갑게 피어 한들거린다. 자하문 밖 이곳은 높은 빌딩이 없어 성문 밖의 자연 풍광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이 세검정이다. 겸재 정선의 그림에도 등장하는 세검정(洗劍亭). 그래서 그림대로 복원했다. 흐르는 물에 칼을 닦았다는 곳. 무슨 이유로 칼을 닦은 걸까? 장난감 칼 밖에 보지 못한 손자에게 세검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떻게 이야기를 해줄까 망설이다가 그냥 팩트를 이야기 하기로 했다.
"예전에 광해군이라는 왕이 있었는데, 백성들을 너무 괴롭혀서 인조를 비롯한 군사들이 이곳에 모여서 왕을 몰아낼 논의를 하고 칼을 갈아 날을 세운 곳이란다." 손자들은 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할까? 역사는 반복되어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가는데...
세검정을 지나 좁은길로 들어서니 끝자락에 홍지문이 나온다. 홍지문은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기 위해 만든 탕춘대성의 정문이다. 홍지문 우측에는 홍제천으로 가로 지르는 5개의 아치형 다리가 연결되어 있다. 아이들은 복잡한 역사 이야기 보다는 보이는 다리에 관심이 더 가는 모양인지 홍지문을 나와 아래로 내려 간다.
"와, 멋지다!!" 손자들이 홍지문과 다리를 들락거리며 장난을 쳤다.
이 다리는 물길이 흘러갈수 있는 5개의 아치가 있는 다리라 하여 오간수문으로 불린다. 큰다리는 아니지만 아담하고 정겹다. 이 다리위 성벽에는 덧쌓은 담이 놓여져 있어 몸을 숨길 수 있다. 다리 건너 우측으로 경시지를 따라 상명대 쪽으로 길게 이어진 성곽이 탕춘대성이다. 이런 축성을 한 왕은 우리가 잘 아는 숙종이다. 사극을 보면 뭇 여인들 틈에서 줏대없이 이리저리 쏠리는 왕으로 보이지만 한양도성 축조를 비롯해서 군사적 방어 시설을 꼼꼼이 한 왕이다.
한양 도성 수축공사를 끝낸 숙종은 왕 37년(1711)에는 북한산성을 축성했고, 이어서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기 위해 탕춘대성을 다시 만들었다. 탕춘대성은 일자로 지어 전체의 길이는 약 4km 정도 된다. 성내에 군사훈련을 하는 연무장, 비상시를 대비하여 쌀을 보관하는 선혜청 창고, 평창 등을 설치했으니 군사적 큰 업적을 이루었다.
홍지문과 오간수문 현재의 모습
두 손자
홍지문과 오간수문은 1921년 서울주변에 내린 폭우로 붕괴되어 50년간 방치되다가 1976년 복원했다. 진경산수로 그림을 그린 겸재 정선의 그림이 있어서 가능했다. 지금은 역사 문화가 깃든 이곳을 종로구가 홍지문 앞 무명교에서 홍제천과 탕춘대성을 쉽게 조망 할수있도록 전망대를 만들었다.
쉼과 낭망이 있는 수변감성 공간으로 포토존, 야간조명, 소원나무도 만들어 홍지문, 홍제천, 오간수문을 탐방할수 있게 했다. 전망대와 연계한 보행로도 만들어 산책하기에도 좋으며 우리의 소중한 역사 문화재와 수변환경을 즐길 수 있다.
포토존 등 즐길 거리가 많다
수변 감성공원으로 더 멋지게 재탄생 시킨 것이다. 녹지공간과 쉼터를 조성하고 홍제천 상류에서 홍지문에 이르는 2.5km 구간을 걷기 좋은길로 만들어, 계곡물과 바위가 아름다운 홍제락길로 조성해 서울시민들의 사랑을 받는다. 이 길을 손자들과 함께 걸으며 봄바람 봄물길을 마주했다. 함께 거니는 마음은 세상 그 어느 것도 부러울게 없다.
홍지문 오간수문을 만나기 위해서는 상명대학을 지나는 버스 교통편을 알아두면 편리하다. 간선 153번 110번 지선 1020번 7730번 등 이용하면 된다.
[손자에게 들려주는 서울 이야기 20] 수변 감성 공간으로 재 탄생한 홍지문과 오간수문 < 문화일반 < 문화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