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자가 간다! '작가의 방'에서는 김경수, 김정두 양김 기자가 작가들을 직접 찾아가서 그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듣고 전합니다. 예술혼이 불타는 작가들의 내밀한 방을 들여다보는 시간에 주목해 주십시오.(편집자 주)
이병권 작가는 도자를 굽는 가마에서 타오르는 불꽃에 반해 도예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가마에서 타오르는 불꽃에 홀렸다. 대학에서는 심리학을 공부했고 졸업하고는 고시공부를 했다. 그리고 대학원에서는 공학을 전공해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시 공부를 위해 들어간 절에서, 우연히 나중에 스승이 되는 도천 천한봉(陶泉 千漢鳳, 1933-2021) 선생이 도자기를 굽는 모습을 보고 모든 게 달라졌다. 책을 펼치면 불꽃처럼 일렁이는 도자기 형상 외에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치 운명처럼 여러 길을 돌아서 이제는 뜨거운 불꽃 앞에 다시 섰다.
명지대 용인캠퍼스 실기실에서 작가를 만났다. 봄날 신록처럼 사람 좋은 미소로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작가의 방' 첫 번째 순서는 도자기의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도예작가 덕천(德泉) 이병권 교수다. 명지대 세라믹디자인공학과 주임교수인 그를 용인캠퍼스 실기실로 찾아갔다.
이병권 작가는 일본인 작가들도 전시가 어렵다는 일본의 노무라미술관에서 첫 해외 개인전을 열었다. 뒤이어 2017년 하시모토박물관 개관 기념전에서 한 달 동안 초대전을 했다. 국제미술대상과 동북아 3개국 국제미술전 최우수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2017년 미국 위스콘신주립대학교 초대 작가로 선정되어 초대전을 열었고, 중국, 일본, 이탈리아, 키르기스스탄, 몽골, 라오스 등 세계 각국에서 초대전을 했다. 그는 현재도 경북 상주에 세운 덕천요에서 도자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이병권 작가와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같이 공부한 인연이 있다. 함께 공부한 몇 학우들과 작가를 만나러 가는 길은 소풍 가듯 즐거웠다.
이병권 도예작가. 명지대학교 세라믹디자인공학과 주임교수
- 바쁘실 텐데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작가님은 여러 분야의 공부를 해오셨습니다. 어떻게 도예작가가 되었나요?
학부 때는 심리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러다 도자를 공부했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학을 전공했어요. 또 법학을 공부했고 그리고 미술사를 공부했습니다. 처음 전공 선택은 사실 부모님 뜻에 따라 한 거죠. 한때는 문경에 있는 대승사에서 사법시험 공부도 했어요. 그때 주지 스님께서 차(茶)를 즐기셨는데 나이도 어린 제가 차와 다기(茶器)에 대해서 좀 아니까 기특했는지 천한봉 선생님을 소개해 주셨어요. 사실 어머니가 다도(茶道)를 즐기셔서 익숙해 있었거든요.
스님과 함께 천한봉 선생님을 찾아뵈었어요. 그때 마침 장작 가마에 불을 때고 계셨어요. 그걸 처음 보고 넋이 나갔어요. 선생님 작품을 보고 다시 절에 돌아왔는데 책을 펼치면 도자기가 떠올라서 책이 머릿속에 안 들어 오더라고요. 결국 대학원을 한 학기 공부한 후, 늦게 군대를 다녀와서 도자기로 진로를 결정했지요. 대학원 졸업하고 천한봉 선생님 문하생으로 출발해서 지금까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스승인 도천 천한봉 선생에 대해 궁금합니다.
천한봉 선생님은 저한테는 신(神) 같은 존재죠. 일본 NHK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방송한 세계적인 작가입니다. 항아리, 사발, 화병 등 다양한 도자기를 다 만드시지만 대표작은 '찻사발' 이지요. 찻사발이라는 명칭은 명지대 윤용이 교수님의 조언으로 붙인 이름이에요.
2024년 김해분청도자박물관 '달과 사발' 전시
- 이병권 작가님의 작품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저는 5회째 《달과 사발전》을 열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김해분청도자박물관에서 전시를 했습니다. 앞으로의 전시 주제도 '달과 사발'입니다. 강릉 경포대에서는 달이 다섯 개 뜬다고 합니다. 하늘, 바다, 호수, 술잔, 마지막으로 그대의 두 눈에···. 제 작품 주제는 '달을 품은 사발'이니 줄이면 '달품사' 라고 하면 되겠네요. 이거 좋네요(웃음).
이병권, 닮은 듯 다른 듯, 장작가마 1240도, 환원번조
달과 사발 전시 엽서
- 해외에 우리 전통 가마를 지어준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엔 미국 위스콘신주립대학교에서 '한국의 해' 행사를 위해 만들어 주었습니다. 미국에서도 '가마'라는 말을 쓰더라고요. 일본에서 배운 말이지요. 우리말이 일본으로 건너가고 그 말이 미국으로 건너간 겁니다. 우리 도자 문화를 알려주기 위해서 만들었습니다. 중앙아시아에 있는 '키르기스스탄국립예술대학교'에서도 가마를 만들어 주고 한 학기 강의도 했지요.
'덕천요'에 있는 전통 망댕이 가마
이병권, 달을 품은 사발, 장작가마 1240도, 환원번조
- 명지대학교 세라믹디자인공학과 주임교수로 계신데, 학과와 교육 철학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우리는 단순한 도예과가 아닙니다. 여기를 졸업하면 '공학석사'예요. 우리 과는 세 학문 분야가 결합되어 있어요. 조형디자인, 재료공학, 미술사. 다시 말해 인문학과 도자 실기와 공학을 같이 배워 나가요. 제 박사 논문이 열역학에 관한 겁니다. 도자는 원료에 따라서 가마 안의 열역학 관계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우리 과 로고가 'CDE(Ceramic Design Engineering)'입니다.
김해분청도자박물관 전시장 내부
이병권, 노을을 품은 찻사발, 1230도 환원번조, 유약: 도석 70%, 재 30%, 태토: 산청, 하동, 합천, 단양 원토를 수비해여 혼합 사용
-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해외 활동을 많이 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도자기의 원료가 되는 천연자원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예를 들면 다들 잘 알고 있는 '희토류'같은 것이죠. 도자 원료는 무기의 원료가 되기도 하는데 리튬, 장석 등 종류가 다양하죠. 또 캐나다, 인도네시아, 중국, 호주 등 전 세계에 퍼져 있어요. 그래서 국제적인 흐름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도자기는 생활 문화와 연결되어 있어서 더욱 국제적 감각을 가져야 합니다.
하나의 문화는 다른 문화권과 시간적, 공간적 교류를 통해 연결되어 있어요. 도자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립되어 존재하는 문화는 없지요. 앞으로 저의 길은 문화의 흐름을 찾아 연구해 보는 것입니다. 저의 다양한 공부도 이처럼 모두 연결되는 겁니다. 심리학과 도자기, 그리고 공학과 미술사는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됩니다. 앞으로는 세라믹 공학은 예술적 도자만 아니라 생활의 변화에 주요 역할을 할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창조하고 있습니다.
이병권 작가의 다완
(사)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인 이병권 작가는 문화에 대한 탐구와 우리 도자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그는 2015년 대한민국향토종합미술대전에서 종합대상을 받고 상주에 덕천요를 열어 자리 잡았다.
흙덩어리는 도공의 섬세한 손길을 받고 1,300도의 뜨거운 불길을 견뎌내어 보석 같은 도자기로 다시 태어난다. 도자기에는 쓰임과 아름다움, 따뜻한 감성과 차가운 이성이 함께 있다. 흙의 따뜻함과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사람, 보름달처럼 넉넉한 웃음을 짓는 그의 깊은 가슴속에는 1,300도의 불꽃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이병권 작가 인터뷰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