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평범해지려는 연기

특별해 보이지 않기 위해 자신을 지운 한 인간의 이야기

by 사색하는 덕주부

벤자민 버튼의 삶은 특별했지만, 그 특별함은 결국 그를 고독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남들과 다른 시간의 방향은 이해받지 못하는 삶으로 이어졌고, 그는 끝내 혼자만의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특별해지기를 꿈꾸지만, 벤자민 버튼의 삶을 따라오며 오히려 평범함이라는 이름의 온기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인간 실격』은 이 질문을 다른 방향에서 다시 던집니다. 다자이 오사무가 그려낸 요조는 특별해서 고립된 인물이 아니라, 특별해 보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감추어야 했던 사람입니다. 그는 남들과 같은 얼굴을 하기 위해 웃음을 연습했고, 같은 방향으로 걷기 위해 자신을 속였습니다. 요조의 이야기는 평범함이 결코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상태가 아님을, 그리고 그 평범함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기 부정이 필요한지를 조용히 드러냅니다.




요조는 어려서부터 사람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드러낼 수 없었던 그는 스스로를 ‘광대’로 만들었습니다. 웃기고 떠들며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일은 그가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생존 방식이었습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진심을 감춘 채 살아갑니다. 다만 그의 그림 속에 담긴 불안을 알아본 단 한 사람만이, 그 가면 뒤를 스쳐 지나갔을 뿐입니다.


성인이 된 이후 요조는 사람들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점점 자신을 잃어갑니다. 관계와 생활은 그를 잠시 편안하게 만드는 듯 보였지만, 그것은 두려움을 없앤 것이 아니라 미뤄둔 시간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그는 극단적인 선택 앞에 서게 되고, 그 선택마저 자신의 뜻대로 끝나지 않습니다. 살아남은 그는 사회로 되돌아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존재가 됩니다.


공연이 끝난 후, 텅 빈 무대 위




평범해지기 위한 연기


요조의 삶은 하나의 연기처럼 보입니다. 눈에 띄지 않는 얼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태도, 분위기에 어긋나지 않는 웃음. 그는 그런 것들을 연습하며 하루를 넘깁니다. 그 웃음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사히 지나가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에게도 익숙한 얼굴입니다. 기쁘지 않아도 웃고, 불편해도 고개를 끄덕이며, 드러내지 않는 것이 성숙하다고 배워온 얼굴 말입니다. 요조의 연기는 극단적이지만, 그 방향은 낯설지 않습니다. 평범해 보이기 위해 감정을 조절하는 일은 이미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요조에게 웃음은 점점 표현이 아니라 방어가 됩니다. 그는 사람들 속에 섞이기 위해 자신을 숨겼고, 그 숨김이 길어질수록 그는 자신에게서 멀어집니다. 평범해지기 위한 연기는 그를 사회 안으로 들여보내는 대신, 내면에서부터 고립시키기 시작합니다.




평범함의 끝에서 맞이한 고립


요조는 끝내 연기를 멈출 수 없는 지점까지 밀려갑니다.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할 힘도, 평범해 보이려 애쓸 여력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는 세상과의 연결을 완전히 끊고 싶어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선택조차 그의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살아남은 요조는 실패한 인간으로 사회에 되돌아옵니다. 평범해지기 위해 애써왔던 시간들은 그를 보호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존재임을 증명하는 시간이 됩니다. 그는 사회 안에서도, 자기 안에서도 자리를 찾지 못합니다.


주인 없이 일상만 남겨진 자리


이제 요조는 특별한 인물이 아닙니다. 그는 너무 성실하게 ‘문제없는 인간’이 되려 했던 한 사람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의 끝이 고립이었다는 사실은 쉽게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평범함의 기준 앞에서


우리는 흔히 평범함을 안전한 상태로 생각합니다. 튀지 않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적당히 어울리는 삶. 그러나 요조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평범함이 누구에게나 같은 방식으로 허락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사람에게 평범함은 자연스러운 상태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끊임없이 자신을 숨겨야만 가까스로 닿을 수 있는 기준이 됩니다. 그 경계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평범해지기 위해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자신을 감추어도 괜찮을까. 『인간 실격』은 그 질문을 개인의 내면 깊은 곳에서 끌어올려, 쉽게 지나치지 못하게 만듭니다.


다음 글에서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통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외부의 질서와 시대의 압력 속에서 평범함이 어떻게 또 다른 파멸로 이어지는지를 이어서 생각해보려 합니다.




by 사색하는 덕주부

책을 읽고, 삶을 사유하며,

언젠가 아들에게 전할 기록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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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AI 생성 도구를 통해 직접 제작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