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창밖에 봄 햇살이 눈 부신 3월, 「문학치료와 시 쓰기」 강의를 시작할 때마다 한 편의 시를 먼저 읽는다.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의 「3월」이다. 겨울은 길었고, 우리는 어두운 방구석에서 내내 봄을 기다렸다. 봄이 오면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뛰어나가리라. 그리고 오랫동안 기다렸던 누군가를 반갑게 맞이하리라. 우리는 그런 상상을 하면 긴 겨울을 견뎠다. 디킨슨 역시 그런 상상을 시 속에 담았다. 그녀의 시에서 3월은 반가운 손님처럼 문을 열고 들어온다.
3월 님이시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오셔서 얼마나 기쁜지요!
일전에 한참 찾았거든요.
모자는 내려놓으시지요.
아마 걸어오셨나 보군요.
그렇게 숨이 차신 걸 보니.
그래서 3월님, 잘 지내셨나요?
다른 분들은요?
‘자연’은 잘 두고 오셨어요?
아, 3월님, 바로 저랑 위층으로 가요.
이야기할 게 얼마나 많은지요.
— 에밀리 디킨슨, 「3월」
이 시에서 3월은 자연의 계절이자, 동시에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인격화된 존재이다. 겨울을 보낸 3월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도착한다. 시적 화자는 그를 반기며 모자를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마치 오래 기다린 누군가를 맞이하듯 들뜬 목소리다. 특히 “저와 함께 위층으로 가요”라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위층은 현관과 거실이 있는 1층과 달리, 서재나 침실이 위치한 더 개인적이고 내밀한 공간이다. 더욱이 디킨슨에게 위층은 실제로 그녀가 평생 머물렀던 은둔의 장소였기에, 이 말은 곧 내면의 세계로 들어오라는 초대로 읽힌다.
나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강의실로 들어오는 학생들을 떠올린다. 강의를 준비하며 기다리던 긴 시간 끝에 새 학기가 시작되고 봄처럼 파릇한 학생들이 숨차게 강의실을 찾아 들어온다. 그때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어서 와요. 가방은 여기 두고, 이제 함께 ‘위층’으로 올라갑시다. 이야기할 게 얼마나 많은지요. 당신에게도 그렇게 말하고 싶다. 이 글이 곧 각자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작은 여정이 되기를 바란다.